한화오션, 한화시스템, 한화 등 한화그룹 계열 4곳 모두 시총 증가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사진은 한화빌딩. 한화그룹 제공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한화 등 한화그룹 계열 4곳 모두 시총 증가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사진은 한화빌딩. 한화그룹 제공

올해 1분기 국내 상장사 시가총액(시총)이 70조원 넘게 올랐지만 종목별로 양극화가 심화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 전체를 견인했지만 종목 다수는 오히려 시총이 줄었다. 반면 방산과 인공지능(AI), 바이오 섹터를 중심으로 일부 기업이 시장 기대를 모으며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29일 기업분석 전문기관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국내 상장사 시가총액 변동 분석'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증시 상장사 2761곳(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보통주 기준)의 시총은 2324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월 초 2254조원보다 70조원(3%) 오른 수치다.

시총은 늘었지만 상승 기업 비중은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1분기 동안 시총이 증가한 기업은 1052곳(38%)에 그쳤고, 1571곳(57%)은 줄었다. 나머지 137곳(5%)은 변동이 없거나 신규 상장 종목이다.

시총 1조원 이상 기업 수는 240개에서 242개로 소폭 늘었다. 15개 종목이 새롭게 1조 클럽에 진입했고, 13개 종목은 탈락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투톱'…방산·AI 기대감에 한화·현대로템 급등


삼성전자는 1분기 동안 무려 23조원 넘는 시총 증가를 기록했다. 1월 초 319조원이던 시총이 3월 말 342조원으로 확대됐다. 글로벌 AI 반도체 수요 증가가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를 키운 결과다. SK하이닉스도 14조원 증가하며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방산주는 올해 1분기 시장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시총이 11조원에서 18조원으로 73% 급증했다.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한화 등 한화그룹 계열 4곳 모두 시총 증가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수주 기대감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현대로템도 두각을 나타냈다. 현대로템은 6조원이던 시총이 12조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증가 규모(6조원)는 시장 전체 4위였다. 방산 부문 외에도 친환경 철도차량 수주 확대, 무인전투시스템 개발 등 신사업 기대감이 겹치면서 상승폭이 컸다.

인공지능 관련주 중에서는 포스코DX가 급등했다. 포스코DX는 AI 기반 스마트팩토리 사업 확장 기대를 등에 업고 1분기 동안 시총이 1조원 넘게 증가했다. 시총 순위도 122위에서 92위로 30계단 상승하며 TOP 100에 재진입했다.

바이오 섹터에서는 젬백스가 돋보였다. 젬백스는 시총이 5835억원에서 1조3160억원으로 급증했다. 증가율은 126%에 달했다. 젬백스가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GV1001'의 임상 진전 기대감이 주가에 강하게 반영됐다.

이밖에 LG에너지솔루션, 한미반도체, SNT모티브 등도 1분기 동안 시총이 1조원 이상 증가했다.

2025년 1분기 시총 증감액 상하위 탑5 종목. 한국CXO연구소 제공
2025년 1분기 시총 증감액 상하위 탑5 종목. 한국CXO연구소 제공

 


코오롱티슈진·현대건설 순위 급등…HD현대일렉트릭·고려아연 부진


시총 순위 변동도 활발했다. 1분기 동안 가장 많이 순위가 오른 종목은 코오롱티슈진이었다. 코오롱티슈진은 151위에서 98위로 53계단 급등해 TOP 100에 진입했다.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에 대한 기대가 다시 커지면서 투자 수요가 몰렸다.

현대건설도 122위에서 97위로 뛰어올랐다. 중동 수주 확대 및 건설업 업황 개선 기대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외에도 LX인터내셔널, 휴젤, 포스코DX 등이 100위권 내로 새롭게 진입했다.

반면 HD현대일렉트릭은 시총이 4조원 넘게 감소하며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중동 수주 모멘텀 약화와 실적 우려가 겹쳤다. 고려아연도 3조원 넘게 시총이 줄었다. 이어 기아, 삼성SDI, 현대차, 셀트리온 등이 각각 2조~3조원대 시총 감소를 기록했다.

2차전지 대표주인 삼성SDI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로 인해 시총이 2조원 넘게 줄었고, 넷마블, SK바이오사이언스, 엔씨소프트 등은 각각 게임·바이오 업황 악화로 시총이 급감했다.

특히 지난해 급등했던 2차전지와 게임주는 1분기 동안 조정을 받으며 투자심리 악화를 반영했다.

2025년 1분기 시총 증가율 상위 탑10. 한국CXO연구소 제공
2025년 1분기 시총 증가율 상위 탑10. 한국CXO연구소 제공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올해 1분기 증시는 대형 반도체주와 방산주 중심으로 외형은 확대됐지만, 종목별로는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며 "2분기 이후 미국 대선 변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다양한 리스크 요인이 존재해 시장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오 소장은 "투자자는 특정 산업에만 의존하기보다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신사업을 확장하거나 독보적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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