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식, 가상자산 관심 증대…금융당국 ‘대출 확대 경계’
추세적 금리 인하에 9월 예금자보호 인상 효과 ‘제한적’ 전망
꿈틀대는 자산시장 상승 흐름에 올라타려는 투자자들과 이들을 잡으려는 금융권 간의 눈치싸움이 팽팽하다. 예금자보호 한도가 오는 9월 두 배(1억원)로 상향되고 7월부터 스트레스DSR 3단계가 적용되는 등의 변화가 자산 변동성 확대와 맞물리며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 3단계 스트레스DSR 시행 7월 1일 확정…대출 틀어막기 안간힘
20일 금융당국은 3단계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7월 1일 시행을 확정하고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스트레스DSR이란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대출 이용기간 중 금리상승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부담이 증가할 가능성 등을 감안, DSR 산정시 일정수준의 가산금리를 부과하여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를 말한다.
지난해 2월 1단계 시행시 0.38%의 스트레스 금리를 더했고, 같은 해 9월 0.75%(은행 수도권 주담대 1.20%)의 DSR을 적용한 바 있다. 특히 2단계 시행 시기를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당초 7월에서 9월로 2달 연기, 투자자들이 '막차효과'로 빚을 더 내게 하는 부작용을 불러와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2월 당시 1단계 적용 대상은 은행권(주담대), 7월 당시 2단계엔 은행권(주담대+신용대출) 및 2금융권(주담대)가 대상이었으나, 금번 3단계 적용 대상은 은행권과 2금융권 공히 주담대, 신용, 기타대출까지 모두 적용되는 강력한 조치다. 스트레스 금리는 1.50%(단 지방 주담대는 연말까지 0.75%만 가산)다.
또한 혼합형(일정기간 금리 고정 후 6개월 단위 금리 변동)과 주기형(일정기간 주기로 금리 변동) 주담대에 대한 스트레스 금리 적용 비율을 현행보다 상향, 순수 고정금리 대출의 취급 확대를 유도키로 했다. 향후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최대한의 스트레스를 적용해 위험에 대비하려는 조치다.
단 6월 30일까지 입주자모집공고가 시행된 집단대출과 부동산 매매계약이 체결된 일반 주담대는 종전 규정(2단계 스트레스DSR)이 적용된다. 갑작스런 변화에 따라 대출 부족으로 입주에 실패하는 혼란을 막기 위한 배려다.
◆ 금리 인하 따른 예·적금 고객 변심…불안한 경제에 장·단기 금리 역전
이와 같은 강력한 조치는 금리 하락기 과도한 지렛대(레버리지)투자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함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스트레스 DSR은 특히 금리 인하기에 차주의 대출한도 확대를 제어할 수 있는 ‘자동 제어장치’로서의 역할을 하는 만큼 앞으로 제도 도입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요 은행들의 예금 금리가 최근 지속 하락하자 예금에서 이탈하려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4월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922조4722억원으로 지난해 말(927조916억원) 대비 4조원 이상 감소했다.
이는 주요 은행들이 수신 금리를 줄인하 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하나은행이 최근 수신상품 금리를 최애 0.3%p인하하는가 하면, 우리은행도 대표 상품 중 하나인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 금리를 0.2%p 낮추는 등 주요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금리는 낮추는 실정이다.
여기에 향후 경제가 불확실하자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마저 나오고 있다. 통상 더 장기로 돈을 맡기는 고객에게 더 많은 이자를 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미래 경제 전망이 어두울 경우 장기 금리가 떨어지며 일시적으로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6개월 만기 예금 평균 금리가 2.43% 수준이지만, 24개월 만기 예금 평균 금리는 그보다 낮은 2.39% 수준이다. 이는 1금융권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고금리 기관인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저축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정기예금 금리 평균은 12개월(연2.96%)보다 24개월(연 2.56%)이 더 높게 나타나 장단기 역전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한국 경제에 대한 불투명한 미래를 반영한다.
지난 1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당초 1.6%에서 0.8%로 대폭 낮췄다. 그 배경으로 미국의 관세 인상과 정책 불확실성이 지적된다. 특히 상반기 성장률을 0.3% 수준으로 예상, 그나마 하반기 경제 회복에 희망을 거는 상황이다.
◆ 스트레스DSR 시행 전 빚투 자금 마련 행렬
예·적금에서의 이탈과는 반대로 빚을 내려는 투자자들은 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월 들어 지난 15일까지 5대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45조9827억원으로 4월말(743조848억원) 대비 약 3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3월 가계대출 증가분이 1조7992억원에 그치는 등 1분기까지 잠잠하던 가계대출은 4월 한달간 4조5337억원 늘며 고개를 들더니 5월 더 빠른 증가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의 세부 조항 고삐를 단단히 죄는 이유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오히려 3단계 스트레스DSR 시행 시작인 7월 전에 투자자금 확보를 위한 대출 확대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을 점치고 있고, 주요 대선주자들이 너나할 것 없이 밸류업을 통한 주가 부양을 공약으로 내거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상반기 미국 주식시장에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미국의 관세 포화가 생각보다 약해질 수 있다는 예측에 국내 및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가상자산 가격마저 달러 약세와 함께 기존 고점을 향해가고 있어 전방위 자산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이 이뤄진다 해도 부동산PF 등의 이슈에 여전히 노출된 저축은행 등이 적극적인 영업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며, “수신 이자로 차별화될 수 없는 상황에서 투자 시장으로의 머니무브는 일정 부분 피할 수 없는 흐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0일 금융정보분석원이 밝힌 지난해 말 기준 가상자산투자자는 970만명으로 6월말 778만명 대비 25% 급증했다. 이어진 가상자산 열기와 최근 비트코인 등 대표 자산의 가치 상승을 감안하면 이미 1000만 명을 넘었을 거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