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19일, 시공사 선정 총회 8월 23일
3.3㎡(1평) 880만원, 총사업비 6778억원
조합, 보증금 300억원에 ‘컨소시엄 불허’
대우건설·삼성물산·포스코이앤씨 정중동
대우 독주에 삼성·포스코 “입찰 불투명”
깜깜이 기간...4차조합원 지켜보고 있어
“처음 4월 달에는 몇 군데서 홍보도 하고 건설사 아홉군데가 입찰의향서도 내고 시끌벅적했는데, 지금은 태풍전야처럼 조용하다. 대우건설이 먼저 치고 나갔고,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가 후발주자로 3파전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입찰보증금이 들어와야 판이 벌어지는 거니까, 지금은 대우 빼고는 어디가 입찰할지 누가 될지 정말 알 수 없다.” (일원동 W 중개사)
총 사업비 6778억원, 3.3㎡(1평)당 880만원 규모로 서울 강남 개포권 알짜 단지인 ‘개포우성7차’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1군 건설사들의 수주전이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애초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9개사 중 이번 수주전에 가장 먼저 뛰어든 대우건설, 후발주자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포스코이앤씨가 3파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개포우성7차는 강남권 내 상징성이 있는 만큼 건설사 간 자존심 경쟁까지 예상됐지만, 일단 이달 19일 입찰을 사흘 앞두고 조합원들이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는지 어떤 건설사의 사업 안정성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지, 어떤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할지 알 수 없는 ‘깜깜이’ 기간에 들어섰다.
이행보증금 300억원, 컨소시엄 "No"
개포우성7차는 개포우성4차와 함께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 마지막 남은 올해 알짜 재건축 사업지로 꼽힌다. 두 단지를 합한 공사비만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1987년 입주를 시작한 14층 15개 동 802가구 규모 개포우성7차는 이번 재건축을 통해 지하 5층~지상 최고 35층, 1122가구 대단지로 바뀐다.
단지의 행정구역은 일원동이나 왕복4차선 개포로를 사이에 두고 개포3동과 마주보고 있어 개포동 생활권이다. 교육·교통·생활 인프라를 두루 갖추고 있다. 지하철 3호선 대청역이 단지와 붙어 있고, 수인분당선 대모산입구역이 실거리 500m에 위치한 더블 역세권이다.
인근에 일원초, 영희초, 중동중·고 등 강남 8학군이 몰려 있고, ‘래미안개포루체하임’, ‘디에이치자이개포’ 등 재건축 완료 단지와 잠실우성 단지들이 밀집해 있으며, 대치동과도 가까워 주거 선호도가 높다.
지난 4월 초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GS건설, 롯데건설 등 5개사가 단지 안에 홍보관을 설치했다. 4월 29일 개포우성7차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이 진행한 현장설명회에는 금호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진흥기업, 효성중공업이 가세해 총 9개사가 입찰의향서를 제출했다.
조합은 애초부터 일반경쟁입찰과 컨소시엄 불허를 못박았다. 입찰하려는 건설사는 현금과 이행보증증권 각 150억원씩 총 300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16일 현재 납부한 건설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은 이달 19일 마감이고,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는 8월 23일 열릴 예정이다.
대우건설, 김보현 직접 챙기며 총력전
중흥그룹 인수 이후 도시주거정비 수주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대우건설은 이번 수주전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초기부터 김보현 대표이사가 총력전을 예고하며 사업을 진두지휘해 왔다. 애초 4차와 7차 동시 수주 전략에서 7차 집중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달 30일, 수주전 공식 참전을 선언했다.
지난해 6970억원 규모 개포주공5단지 수주에 이어 연속 수주를 통해 개포권 내 자사 하이엔드 브랜드 ‘써밋(SUMMIT)’의 존재감을 확고히 다지고, 강남권 하이엔드 시장 입지 강화와 브랜드 포지셔닝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우건설이 내건 것은 ‘수익성’보다 ‘조합원 입장을 우선시한 사업조건’과 ‘자존심’이다. 단지 설계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과 리옹 보자르미술관, 카타르 도하 이슬람박물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인천국제공항 건축 등에 참여한 세계적인 거장 장 미셀 빌모트가 맡는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원분들의 요구를 함께 고민하면서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대한민국 1% 하이엔드 주거명작과 압도적인 사업조건, 랜드마크 단지 설계 등 우리의 진심과 모든 역량을 담아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물산, 최종 입찰 여부 불투명
지난 1월 현대건설을 따돌리고 1조6000억원 규모 한남4구역 시공권을 따내면서 단번에 올해 도시정비사업시장 선두로 올라섰다. 이번 개포우성7차 수주전에도 일찌감치 홍보관을 설치해 재정비사업 1위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삼성물산 브랜드 ‘래미안’은 개포우성7차 조합원 선호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스트레이트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실시한 ‘가장 선호하는 아파트 브랜드’ 조사에서도 4년 연속 수위를 달리며 명실상부 부동의 1위 아파트 브랜드임이 재확인됐다.
삼성물산은 이 단지 설계에 압구정4구역과 신세계백화점 본점, 더현대 대구 등의 설계를 맡았던 네덜란드 업체 아르카디스와 협력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조합원분들이 브랜드와 안정성을 중시하는 분위기다. 대청역 역세권 입지에 사업 규모가 적절해 수익성과 상징성을 모두 갖춘 사업장이니 만큼, 이를 반영해 국내 최고 아파트 브랜드 명성에 맞는 최상의 사업조건을 제시할 것”이라며 자신했다.
다만, 최근 압구정2구역과 개포우성4차 재건축사업 수주전에 참여 중이라 최종 입찰 참여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남4구역 수주전 당시 화력을 집중하기 위해 개포주공6·7단지와 잠실우성1·2·3차 입찰을 포기한 전례가 있어서다.
포스코이앤씨, 신안산선 사고 ‘수주 걸림돌’
“개포우성7차 수주전에 참여한다.”
지난 3일 포스코이앤씨 관계자가 언론에 전한 말이다. 시공권을 따내 자사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HAUTERRE)’를 강남권 최초로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4월 초순 단지 내 설치한 홍보관에서 세무상담까지 진행했을 만큼 적극적이다.
하지만 정비업계에서는 개포우성7차 수주전에 실제로 참여할지 불투명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포스코이앤씨가 총력을 기울이는 사업지가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이라서다.
이에 대해 포스코이앤씨 관련자는 “현재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에 집중하고 있는 건 맞다”면서도 “그러나 개포우성사업부가 용산사업부와 별도로 꾸려져 있고, 두 사업장의 시공사 선정 시점도 틀리기 때문에 준비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는 단지 특성과 조합원분들의 바람을 철저히 파악해 공들여 준비해 왔다”고 했다.
다만 선결과제가 있다. 일원동 M 중개사는 “주택건설사업과 토목은 다른 분야지만, 얼마 전 신안산선 사고로 도로와 현장이 무너졌을 때 소속 근로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지 않나. 조합원들 마음을 얻으려면 그것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귀띔했다.
개포우성7차 입찰에 대한 정비업계의 예측은 5월과 6월이 다르다. 5월에는 단지 자체의 입지와 규모, 사업성에 초점을 맞춰 경쟁입찰 가능성이 제기됐다. 4월 29일 열린 현장설명회에서 총 9개사가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6월 들어 대우건설 수의계약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대우건설이 오랫동안 이 단지에 공들여 온 점, 정치적 불안정성이 해소되긴 했으나 선별 수주 기조가 여전한 점, 삼성물산이 압구정2구역과 개포우성4차에, 포스코이앤씨가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에 총력을 기울이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롯데건설과 GS건설은 개포우성4차에 집중, 이번 수주전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밖에 대우건설 외에 수주전 참여나 포기를 공식 선언한 업체가 없다는 점도 정비업계를 중심으로 대우건설 수의계약설이 언급되는 이유 중 하나다.
아직 입찰보증금을 낸 업체가 없어 뚜껑을 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깜깜이’ 상태다. 이번 수주전 역시 브랜드 선호도와 공사비, 금융조건 등 어느 시공사가 조합원들의 이익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는지에 따라 표심의 향배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물밑에서 치열한 눈치작전이 전개되고 있겠지만, 수주전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놓치지 않아야 할 게 있다. 사업성 뛰어난 또 다른 알짜 단지 개포우성4차의 조합원들 눈이다. 그들이 개포우성7차에서 드러날 각 건설사들의 진심이 무엇일지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김태현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