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리스크에 방산 ETF 연초 대비 160%↑
금리 피크아웃에 고배당·은행 ETF도 강세
올해 상반기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지정학 리스크, 금리 환경 변화, 정책 기대감 등의 영향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방산·신재생에너지·배당주 ETF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 주목을 받았고, 반면 2차전지 ETF는 주가 부진과 증권사 목표가 하향으로 고전했다.
금리 피크아웃, 글로벌 긴장 고조,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 기대가 여전히 시장을 관통하는 주제인 만큼, 투자자들은 하반기에도 ‘상황별 대응’ 전략을 고려한 ETF 선택에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 방산 ETF, 연초 대비 160% 이상 급등
16일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에너지 아시아 2025’ 콘퍼런스가 열렸다.
글로벌 에너지 기술 기업 베이커 휴즈를 이끄는 로렌츠 시모넬리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탓에 유가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회사는 향후 프로젝트에 대해 관망하는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는 국제유가에 악영향이 예상되지만, 방산주 ETF에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스트레이트뉴스가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 공시를 분석한 결과, 올해들어 수익률이 100%가 넘는 군집에는 방산주 ETF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자산운용의 ‘PLUS K방산 ETF’는 연초 대비 161.5% 상승해 수익률 1위를 차지했고, 미래에셋의 ‘TIGER K방산&우주 ETF’(152.5%), 신한자산운용의 ‘SOL K방산 ETF’(119.3%) 등도 100% 이상 급등했다.
당초 기대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까지 본격화되자, 국내 방산 업체들의 수출 확대 기대감이 ETF 시장에도 반영됐다. 이 같은 흐름은 하반기 미국 대선을 전후로 국방비 확대, 글로벌 무기 수요 증가가 이어질 경우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여진다.
◆ AI 인프라 수요 확대 및 메모리 업황 개선 기대
에프앤가이드 공시를 보면, 올해 상위권 ETF 353개 중 반도체 관련 ETF는 약 30개로 전체의 8.5%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TSMC 중심의 글로벌 AI 투자 붐이 이어져, AI 관련 반도체 ETF는 여전히 수요가 강하다”며 “투자자들은 성장 섹터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관련 ETF의 강세는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 확대와 맞물린 메모리 업황 개선 기대가 영향을 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대형주의 상승세가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관련 ETF 상품으로 ‘RISE AI&로봇 ETF’, ‘KIWOOM K-반도체북미공급망 ETF’,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 ETF’, ‘HANARO Fn K-반도체 ETF’ 등의 수익률 성장이 기대된다.
◆ 친환경 AI ETF, 신정부 에너지 정책 기대 반영할 듯
‘HANARO 원자력 iSelect ETF’는 최근 6개월간 80.89% 상승했고, ‘PLUS 태양광&ESS ETF’(76.12%), ‘RISE 수소경제테마 ETF’(67.74%)도 상위권에 올랐다. RE100, 탄소중립 흐름이 정책·산업 양쪽에서 동시에 추진되며 장기적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
수소 에너지는 이산화탄소 등 유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대표적 친환경 에너지다. 즉시 전력으로 전환할 수 있어 발전 효율이 높고 부피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아 저장과 운송에도 강점이 있다. 향후 탄소중립과 에너지믹스 다변화 속에서 핵심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취임식에서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의 조속한 전환”을 천명하며, 앞으로도 신재생에너지 관련 ETF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여진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최근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으로 블룸에너지, 플러그파워 등 미국 수소기업들의 주가는 불과 한 달 새 최대 50% 가량 상승하며 국내 수소 관련 종목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상반기 2차전지 관련 ETF는 전반적으로 수익률이 저조했다.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 ETF’는 -38.65%, ‘BNK 2차전지양극재 ETF’는 -19.29%를 기록했다. 리튬 가격 하락, 미국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주가 반등이 지연되는 모습이다.
자산운용업계 다른 관계자는 “단기 리스크는 존재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에너지 저장장치 시장 성장에 따라 반등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밝혔다.
◆ 금리 인하 전환기, 고배당 ETF가 채권 대안으로 떠올라
또한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며, 고배당 중심 금융주 ETF가 채권을 대체할 투자처로 부각됐다. ‘TIGER 은행 ETF’(32.93%), ‘SOL 금융지주플러스고배당 ETF’(34.95%), ‘KIWOOM 고배당 ETF’(29.63%) 등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의 경우, 채권 수익률이 올라가면서 안전자산의 매력이 커지고 상대적으로 배당주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며 “반면 금리 피크아웃 이후에는 고배당 종목이 채권을 대체하는 투자처로 부각되며 수요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금리 피크아웃이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금리가 정점에 도달한 뒤 더 이상 오르지 않고, 하락 전환되기 시작하는 시점 또는 그 조짐이 보이는 상황을 말한다.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했다.
증시 고점 부담을 의식한 투자자들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와 같은 시장하락 베팅형 상품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증시가 추가 상승에 제동이 걸릴 경우, 단기 차익 실현 수단으로 주목된다.
한편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4일 종가 기준 국내 상장된 ETF들의 순자산 총액은 201조2845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거래일(2일) 199조1531억원보다 2조1314억원이 증가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