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제도 개혁과 구조 개선 병행 필요” 한 목소리
자본시장연구원 "연금자산 적극적이고 효율적 운용 선택 아니라 필수”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속가능한 연금개혁이 시급하다”며 “당 차원에서 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기금 1500조 시대..국민연금 운용 효율화’ 핵심 과제


17일 오후 2시 자본시장연구원은 금융투자센터 3층에서 ‘노후소득 증대를 위한 연금자산의 운용 개선’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약 2200만 명이 가입한 국민연금의 기금은 1100조원을 넘어섰고, 퇴직연금 적립금은 400조원에 달한다”며 “이러한 자산이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는 데 실질적 역할을 하도록 운용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기준 국내 노인빈곤율은 3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9%의 세 배에 달하고 65세 이상 고용률도 OECD 최고 수준인 37.3%를 기록하고 있다”며 “연금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노인들이 은퇴 후에도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모두의 존엄한 노후를 위해 세대 간 형평성과 연대를 실현하며 지속 가능한 연금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더불어민주당도 정부, 학계, 업계와 협력해 연기금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선중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국민연금 기금의 대형화에 따른 유연성 저하와 수익률 악화를 경고하며 “기금 수익성 제고를 위해선 TPA(Total Portfolio Approach)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TPA는 전통적인 자산군별 분산 투자 전략(SAA)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기금 전체를 하나의 통합된 관점에서 운용하는 투자 전략을 말한다.

윤 교수는 17일 열린 ‘노후소득 증대를 위한 연금자산 운용 개선 심포지엄’에서 “국내외 경제환경 변화가 주식·채권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잠재성장률 하락이 지속될 경우 주식 기대수익률도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주식·채권 간 상관계수가 2023년 3분기 0.71까지 상승해, 분산투자 효과가 현저히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3년 말 기준 국민연금 운용자산은 제도 도입 35년 만에 1000조원을 돌파했지만, 기금이 커질수록 운용 유연성은 떨어진다”며 “2040년까지 1755조 원까지 증가한 뒤, 2055년에는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순유출이 본격화되면 위험자산 수익률이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선중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윤선중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윤 교수는 “국민연금의 위험자산 비중과 대체투자 비중은 주요 연기금 대비 낮다”며 “제도 개혁뿐만 아니라 자산운용 전략에서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TPA 도입 기관은 비도입 기관보다 10년 연평균 수익률이 140bp 높다”며, “국민연금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운용 인프라를 개선하고, 기준포트폴리오 적용 자산군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윤 교수는 생애주기를 반영한 자산배분 전략을 제시하며 “성장기에는 위험자산 비중을 75%, 전환기에는 60%, 감소기에는 40% 수준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중장기 운용 전략 수립 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홈바이어스(국내 편중) 해소, 기준포트폴리오의 단계별 적용, 전문인력 확보와 보상체계 정비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디폴트옵션·운용역량 강화로 실질 수익률 제고해야”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023년 말 기준 DB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 3.32%, DC형은 4.41%로, 국민연금 수익률(5.2%)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이는 명목 경제성장률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조한 수익률의 원인으로 “고원가·저성과의 원리금보장형 상품 중심 운용”과 “자산배분 역량 부족”을 꼽았다. 실제로 DB형과 DC형에서 원리금보장 상품이 각각 85.7%, 70.3%를 차지한다. 이 외에도 “퇴직연금사업자 간 과당 경쟁과 마케팅”, “시장 과점 구조에 따른 경쟁 제한”, “장기투자 역량 미흡” 등의 구조적 문제가 지적됐다.

남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의 운용체계를 효율화하기 위해서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이 필수”라며 “수탁자 책임 기반의 자산배분 체계를 구축하고, 장기투자 중심의 운용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 해외 사례는 기금형 구조가 장기성과 측면에서 탁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또한 “디폴트옵션 제도 활성화도 실질적인 수익률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며 “기존 제도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가입자의 운용 성과를 높이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자본시장연구원은 퇴직연금 사업자에 대한 책임성 강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남재우 연구위원은 “운용역량 강화와 함께 성과 평가 및 공시를 통해 운용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퇴직연금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자산의 독립적 관리, 사용자 부담 능력 강화, 자산-부채 종합관리(ALM)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 연구위원은 “퇴직급여 수준도 기업의 재무 여력과 연계돼야 하며, 연금 수리 관점에서 자산·부채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접근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전진규 한국증권학회 회장은 “국민연금은 고령화와 저출산이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재정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개혁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 회장은 “약 400조원 규모로 성장한 퇴직연금은 여전히 원리금보장 상품에 치우쳐 있고, 수익률 또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구조적인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전 회장은 “연금제도 혁신을 위해 기금형 제도 도입, 전문 운용체계의 유연한 적용, 가입자 수익 보장 장치 마련 등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으로 구성된 다층 연금체계가 60% 이상의 소득대체율을 실현해야 하며, 연금자산의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운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최근 국민연금의 모수개혁이 16년 만에 이뤄졌지만, 제도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연금자산 운용은 단순히 현세대만을 위한 문제가 아니며, 미래 세대까지 포괄하는 국가적 과제”라며 “정책당국뿐 아니라 자산운용업계 전체가 함께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00조원에 달하는 연금자산이 초고령사회에서 보편적 노후소득 재원이 되도록 운용 효율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4월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동시에 상향 조정했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이번 개혁과 함께 기금수익률을 제고하면 기금 규모는 최대 3600조 원까지 확대될 수 있고, 소진 시점도 2071년까지 연장될 것”이라며 “국민연금 기금은 2023년 13.59%, 2024년 15.00%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자리매김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지만 앞으로도 이 같은 성과를 이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내에서는 저출생·고령화로, 국외에서는 미·중 갈등, 공급망 재편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금이 GDP 대비 60%를 초과할 정도로 커지면 자산운용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실장은 “현재 대체투자에만 적용되는 기준 포트폴리오를 타 자산에도 확대하고, 해외사무소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며 “운용인력 확보와 성과 중심 보상체계 정비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생성형 AI 등 최신 기술을 도입해 투자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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