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스테이블코인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카카오페이 주가가 한 달 새 95% 급등했다. 업계는 디지털 원화의 상징성에 주목하고 있지만, JP모건과 한국은행은 실질 수익성과 통화정책 안정성 측면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카카오페이, 한 달 새 주가 95% 급등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카카오페이는 5만7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한달 전인 5월 9일 종가(2만9400원)와 비교해 95.24% 오른 수준이다.
카카오페이 주가가 100% 가까이 급등한 건 이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스테이블코인 도입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카카오페이가 신세계그룹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SSG페이(쓱페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플랫폼 영향력 확대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페이 주가에도 단기적인 모멘텀이 붙은 것으로 해석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한국 원화에 연동돼 가치 변동성이 낮은 디지털 자산이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블록체인 기반의 빠른 처리 속도와 낮은 거래 수수료를 장점으로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더욱 편리한 결제 수단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정책공약집을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유통 기반 마련을 공약한 바 있으며, 지난 6일에는 이를 강하게 지지해온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초대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임명했다. 김 실장은 기재부 재직 당시부터 스테이블코인에 우호적인 입장을 표명해 왔던 인물이다.
신정부가 지역화폐를 통해 소비 촉진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를 키워 내수를 촉진하겠단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치권도 이에 발맞춘 입법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과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새롭게 발의된 ‘디지털자산 기본법’에서는 자기자본 5억 원 이상을 보유한 국내 법인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기존 4월 공개된 입법 초안에서는 최소 50억원 이상의 자본금 기준이 요구됐으나, 이번에는 이를 1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완화한 것이다. 발행 자격 요건의 문턱을 낮추고 핀테크 기업을 비롯한 비은행 금융주체들에게도 참여 기회를 넓히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민 의원은 “미국 등이 디지털 자산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 중이지만 우리나라는 주도권 경쟁에서 밀려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후진국으로 전락할 위기”라며 “디지털 자산 시장은 속도가 중요하다. 글로벌 G2(주요 2개국)를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스테이블코인, 업계 “큰 의미” vs 한은 “우려”
스테이블코인은 존재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전문가 견해도 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은 금융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나라이기 때문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생활에서의 결제에 얼마나 획기적인 변화를 가지고 올 지 잘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러나 블록체인 금융의 세계에서 ‘원화(KRW)가 존재해야 하느냐 하지 말이야 하느냐’의 질문으로 보면 답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주력으로 사용되는 대규모 앱이나 서비스 하나만으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대중 수용(매스어답션)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카카오페이 주가가 단기간 내 급등한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JP모건은 정부의 지역화폐 및 소비 쿠폰 예산 10조 원 중 카카오페이가 약 30%를 점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결제 수수료율 0.56%를 적용하면 발생할 수익은 약 170억원으로, 이는 올해 카카오페이 예상 매출의 2%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JP모건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대표 수혜주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지주사 할인율 60%를 적용할 경우,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의 주가 상승이 그룹 전체 가치에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입장이다.
한편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을 사실상 화폐로 간주해 통화정책의 유효성과 금융안정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인가 단계부터 관리·감독 등의 과정에서 통화정책당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대체재라 비은행 기관이 마음대로 발행하면 통화정책 유효성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다”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거래가 손쉬워 자본 규제 회피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