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금융 구조, CBDC 중심 될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의 낮은 성장률은 단순한 경기순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요인이 복합된 결과”라며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구조개혁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한국은행은 서울 종로구 사옥에서 창립 75주년 행사를 열었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행사에서 “한국 경제는 지난 6개월간 국내 정치 불안정과 글로벌 분절화, 통상 환경 악화로 극심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왔다”며 “특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작년 10월 이후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완화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출 경우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연율 기준으로 약 7% 상승했고,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확대되고 있다”며 “과거처럼 부동산 과잉투자를 용인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0.8%, 내년도는 1.6%로 각각 대폭 하향 조정됐다”며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를 제외하면 지난 3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1분기와 같은 분기별 역성장이 발생할 확률이 10여 년 전보다 3배나 높아졌다”며 “경기부양이 시급하지만 동시에 구조적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총재는 “지급결제 인프라 혁신을 위한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기관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 기반의 시스템을 시범 구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금의 편리한 결제 시스템에 안주할 수 없다”며 “미래 금융 구조는 CBDC와 예금토큰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에도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한국은행은 국내 업체가 구축한 AI 기술을 기반으로 특화 AI를 개발 중이며, 하반기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AI 시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직원들도 창의적 인재로 거듭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망 개선 파일럿 사업’을 통해 공공부문 AI 활용 제약을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정치 리더십의 부재로 유럽이 구조개혁에 어려움을 겪은 것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며 “구조개혁은 반드시 충돌을 수반하며, 충분한 사회적 조율 없이는 좋은 정책도 무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새 정부가 갈등을 조정하고 구조개혁 과제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직 내부 혁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최근 3년간 평가제도 개선과 조직문화 변화로 한국은행의 위상이 높아졌으며, 대국민 신뢰도도 크게 향상됐다”며 “총재에게 반론을 제기하는 조직문화가 더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은행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주체가 비은행권일 경우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29일 금융통회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민간이 코인을 발행하면 통화량 조절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10일 더불어민주당에선 스테이블 코인의 민간 발행을 촉진하기 위한 발행 조건을 자기자본 50억원에서 5억원 이상으로 대폭 낮추는 내용의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민 의원은 “디지털자산은 더 이상 변방의 실험적 수단이 아니다. 미국 등은 전략 산업으로 육성 중”이라며 “한국은 주도권 경쟁에서 밀려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후진국으로 전락할 위기”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