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V 서병윤 소장 “금융위 유권해석만으로 가상자산 ETF 허용 가능”
6월 대선 이후 정권 교체로 정치권의 중심이 이동하면서, 디지털자산 시장에도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조짐이다. ‘이재명 시대’가 본격 개막하면서, 지난 수년간 지지부진했던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과 제도화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 공약..현물 ETF 논의 가속 전망
4일 서병윤 DSRV 소장은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일각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나, 이미 현행 자본시장법은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만으로 허용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법률계에선 가상자산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명시적으로 ‘기초자산’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현물 가상자산 ETF 도입을 위해 법 내용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병윤 소장은 “현물 ETF 출시를 위해서는 커스터디, 헷징을 위한 파생상품 출시, 유동성 공급자의 존재 등 관련 인프라가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난 정부의 금가분리 원칙을 완전히 폐기하고 미국 등의 움직임을 벤치마킹하여 균형잡힌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육성해 나가려는 종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가상자산 업계는 현물 ETF 제도화 논의가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초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특유의 변동성과 시장 불안정성을 이유로 현물 ETF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가상자산의 위험성이 전통 금융 시스템에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며, 관련 제도화에는 신중한 태도를 고수해왔다.
하지만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정부가 출범한 영향으로 금융당국은 기관투자자,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일부 전환했다. 이러한 조치는 자금 유입 통로를 넓히고, 제도권 내에서의 가상자산 운용을 가능케 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당선자 역시 선거 운동 당시 ‘청년 자산형성 지원 공약’을 발표하며 가상자산 현물 ETF의 제도화를 약속하고 통합감시시스템 구축과 거래 수수료 인하 유도 등을 통해 “청년이 자산을 형성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안전한 투자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정윤 소장은 “2009년부터 시행된 통합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포괄주의를 주요 특징으로 하는데 기존의 열거주의 체계에서는 새로운 투자상품이 등장할 때마다 법령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이 기초자산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일 이를 법령 개정으로 해결한다면 앞으로 새로운 상품이 등장할 때마다 2000년대 이전처럼 법령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는 글로벌 흐름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한국의 금융 경쟁력을 크게 후퇴시킬 수 있는 접근방식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 가상자산 운용업계 관계자는 “현물 ETF는 제도권에서 가상자산 투자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정책 방향만 명확해진다면 기관 자금 유입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시장 가격의 신뢰성 확보,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 운용 및 보관 시스템에 대한 명확한 기준 정비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역시 여러 차례의 심사를 거쳐 현물 ETF를 승인한 만큼, 국내에서도 시장 안정성과 규제 조화를 고려한 정교한 접근이 요구된다.
◆ “스테이블 코인, 은행 중심에서 벗어나야”
스테이블 코인 활성화 역시 신정부 출범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서병윤 소장은 “스테이블 코인이 은행 중심의 틀을 벗어나 다양한 비은행 플레이어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에 주목하면서, 한국도 보다 혁신적인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 소장은 “미국에서는 비자(Visa), 페이팔(PayPal), 스트라이프(Stripe) 등 주요 결제·송금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백엔드 인프라로 활용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의 경우 그랩페이(GrabPay) 등이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기업들은 거래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이면서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편익을 제공하고 있다”며 “한국도 이런 흐름을 참고해, 금융권에 국한되지 않은 민간 혁신의 장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보유한 IT 인프라, 자체 플랫폼, K-콘텐츠와의 연계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런 고유 자산들과 접목한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규제 환경과 관련해선 “포지티브 규제 체계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며 “올해 안에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제 스테이블코인 사용 사례를 만들어야 해외와의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소장은 이러한 발언을 통해 기존 금융 중심의 폐쇄적 규율에서 벗어나, 민간 중심의 기술 실험과 시장 확대가 병행돼야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이 실질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밖에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중심으로 선회하는 이유는 기존 달러 패권을 활용한 민간 주도의 디지털 달러 생태계 구축 전략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 분산원장기술 분야에서 기술적 역량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CBDC 모델 개발, 부동산과 미술품 등 실물자산의 토큰화에서 CBDC를 연계한 혁신적인 모델을 창출할 수도 있고, 중국과 일본의 디지털 화폐와 호환성을 고려한 생태계를 구축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 “미래 금융은 디지털자산”..STO 법제화 기대감 상승
한편 이재명 대통령 정부 출범을 앞두고 토큰증권(STO) 법제화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5월 13일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윤여준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출범식에서 “스테이블코인, NFT, STO 등 미래 금융의 핵심 자산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이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제21대 국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추진하며, 가상자산사업자 등록제 도입, 투자자 보호 장치 강화, 시장 질서 확립 등을 핵심 내용으로 내세웠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의원은 디지털자산 시장의 제도화를 위한 입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4월 ‘디지털자산기본법’과 ‘가상자산거래소 도산절연법’을 잇달아 발의하며, 가상자산 관련 법적 기반 마련에 앞장서고 있다.
민 의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통해 디지털자산의 정의 및 육성 체계, 발행·유통 규율, 투자자 보호 방안 등을 명문화하고자 한다. 법안 초안에는 ▲디지털자산 발행신고서 제도 도입 ▲발행 공시와 유통 공시의 분리 규율 ▲스테이블코인 인가제 도입 등이 포함돼 있다.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은 스테이블코인만 발행이 가능하도록 하고, 투자자 정보 접근권과 유통 내역 공시 의무를 강화해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해당 법안을 ‘선 발의, 후 검토’ 방식으로 추진 중이다. 업계와 학계, 정책 당국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최종안을 정비하겠다는 입장이다. 민 의원은 “디지털자산 시장은 이제 국내외 투자자가 주목하는 미래 산업”이라며 “기초적인 법적 틀부터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한 민 의원은 같은 달 ‘가상자산거래소 도산절연법’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파산하더라도 고객 자산이 파산재단에 귀속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존 금융기관과 달리 가상자산 거래소는 고객예치금 및 코인의 별도보관 의무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거래소 파산 시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컸다. 민 의원은 “거래소 파산으로 인한 고객 자산 증발을 방지하는 것이 투자자 보호의 핵심”이라며 “제도권 편입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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