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석 현 회장, 일 많이 벌였지만 마무리 시간 부족해
초대 황건호 회장 좋은 평가…대통령의 화두 완수할 장수 협회장 나와야
하반기 들어서자마자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자리를 두고 하마평이 흘러나옵니다. 통상 연말에 진행되는 절차를 감안, 역산해 3개월 전인 10월께부터 본격 레이스가 시작되지만, 올해는 조금 일찍 열기가 올라오는 분위기입니다. 때마침 이재명 정부 출범 한 달을 맞아 코스피가 3000pt 안착을 넘어 상법개정 국회 통과와 함께 대통령이 5000pt 달성을 재천명한 상황이라 더욱 관심이 고조됩니다. 다만 일각에선 자꾸 바뀌는 ‘3년 단임’으로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 코스피 3000pt 돌파에 차기 금투협회장 전초전 돌입
지난해 12월 3일 이후 이어진 정치적 불안과 미국발 관세전쟁의 우려로 코스피가 4월 9일 장중 2284.72까지 밀렸다 7월들어 3000선에 안착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3일 여당과 야당의 합의로 투자자들의 염원인 ‘상법 개정’마저 줄다리기하던 3%룰을 포함해 통과하자 기대감이 더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때마침 금융투자협회장 차기 후보로 증권사 CEO출신 인사들이 거론되며 아직 현직인 서유석 회장의 임기가 반년이나 남았음에도 하마평이 나옵니다.
그 명단에는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사장, 박정림 전 KB증권 사장,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사장 등과 더불어 아직 현직 임기가 1년이나 남은 황성엽 신영증권 사장까지 거론됩니다. 여기에 3년여 전 선거에 나섰던 전 유안타증권 서명석 사장 이름도 보입니다. 현직인 서유석 회장의 재도전도 가능해 벌써 6파전입니다.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사, 신탁사 등 580개에 달하는 회원사(정회원 400개)를 대표해 금융당국과 소통하는 이익단체입니다. 다만 금융이 공공의 성격을 갖는 만큼 새로운 제도나 상품의 입안, 업계의 질서 유지, 다른 금융업권과의 경쟁 등 다양한 역할을 지닙니다.
◆ 임기 3년 금투협회장, 과업 대비 주어진 시간 짧아
대체로 민간회사 CEO출신들이 3년간의 임기를 보장받고 야침차게 업무에 임하지만, 협회라는 조직을 이해하고 당국의 담당자들과 안면을 트는데 몇 달, 은행업, 보험업, 여신업 등 다른 유관 단체들과 소통에 몇 달, 각 회원사들의 소원수리를 위해 또 몇 달 보내다 보면 정작 시작 단계의 야심찬 계획을 꺼내지도 못하거나, 시작은 하되 마무리를 짓지 못하게 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현 회장인 서유석 회장의 경우 전통의 투신사인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을 거쳐 미래에셋증권에서 사장, 관계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까지 거친 인물입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두루 거쳐 양대 회원사 그룹의 이해를 모두 알고있다는 측면에서 선거 당시 1차 투표에서 65.64%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습니다.
하지만 임기를 약 반년 남긴 상황에서 서 회장에 대해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 증권사 대표는 “워낙 지난 3년의 시간이 정치적으로 자본시장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도 있었지만, 여전히 은행과의 경쟁에서 금융투자업계의 목소리가 관철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서 회장이 야심차게 시작했던 많은 일들이 마무리되지 못한 점도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서 회장은 퇴직연금 전용상품인 ‘디딤펀드’를 출시해 원금보장형 상품 가입 일변도의 퇴직연금 투자 문화를 바꿔보려고 노력했으나 1년이 지난 현재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에 이를 차용한 증권사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ETF의 대세론에 밀려 잊혀져가는 공모펀드를 상장시켜 유동성을 높이고 펀드 시장을 다시 활성화하려는 시도는 계획이 뒤로 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 밤낮으로 뛰는 현 서유석 회장, 벌인 일 임기 내 마무리 요원
또 다른 증권사 대표는 “그동안 금융투자협회장 중 서 회장만큼 밤낮없이 일한 전임자는 없었다”며, “금융투자협회 사람들마저 서 회장이 너무 아는 게 많고 일을 열심히 해 힘들다는 불평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디딤펀드는 이제 불과 1년이 지났지만 설정액이 3배에 이르고 수익률 또한 상대적으로 우수한 상황”이라며, “은행은 1금융권으로 불릴 만큼 규모에 있어 경쟁이 쉽지 않은데 그나마 그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법인 지급결제’ 등의 아이디어를 내 도전한 사람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이번에도 한국이 MSCI 선진지수 편입에 고배를 마셔 또 최소 3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선 우리 자본시장의 선진화가 필요하다”며, “서 회장이 바쁜 시간을 쪼개 미국과 유럽을 쫓아다니며 우리 시장을 알리는 IR에 매달리고 국제증권업협회협의회(ICSA)를 유치하는 등의 성과는 업계 사람들이 아니면 잘 모르는 성과”라고 평가했습니다.
◆ 초대 황건호 회장, 증권업협회 회장 임기 포함 9년...긴 호흡에 좋은 평가 나와
때마침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부동산 일변도의 투자문화를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통한 주식시장 활성화에서 길을 찾는 상황에서 3년 단임제로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증권사 사장을 지낸 한 금투업계 원로는 “똑똑하다는 증권사 사장들 중에서 경쟁을 뚫었던 역대 회장들 모두 뛰어난 인재들이었지만 3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증권 CEO OB들이 역대 금투협회장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하는 인물로 초대 황건호 회장을 꼽는다”며, “그 분이 역량이 뛰어났고 때마침 자본시장통합법이 등장해 성과가 많았던 탓도 있지만 그 자리를 오래도록 이어왔던 것도 긍정적 평가에 크게 작용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황건호 회장은 대우증권을 거쳐 메리츠종금증권(현 메리츠증권) 사장을 지낸 인물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증권업협회장을 지냈습니다. 그 후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한국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한국선물협회가 통합한 금융투자협회 초대 회장에 올라 2012년까지 일했습니다. 한 마디로 자본시장 격변기에 약 9년의 시간 동안 같은 자리를 유지했기에 업권의 위상도 바로 세우고 은행 일변도의 한국 금융에 현재와 같이 금융투자업계가 자리매김하도록 기여했다는 평가입니다.
◆ 코스피 5000을 향한 출발점...대통령의 화두 완수 할 장수 금투협회장 필요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임기 한 달을 맞아 진행한 첫 기자회견에서 민생 회복을 최우선에 두고 다시 성장하고 도약하는 나라를 만들 것을 다짐했습니다. 그를 위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함께 “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해 코스피5000시대를 준비하겠다”며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우리 국민이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할 기회를 보장해 국부가 늘어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이 큰 화두를 던졌고 이제는 실행의 시간입니다. 정책이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금융투자업계의 국가대표 미드필더 역할을 할 장수 금투협회장의 출현을 검토할 때입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