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AI(인공지능) 칩 'H20' 공급 재개를 허가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다만 엔비디아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H20 재고를 쌓아둔데 따라 당장 H20으로 수혜를 보는 것 보다는 중국 전용 그래픽카드인 'RTX 프로'와 향후 출시 가능한 AI 칩에서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우리의 (H20) 수출을 승인해 출하할 수 있게 됐다"며 "이제 중국 시장에 H20을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H20은 엔비디아가 중국에서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유일한 AI 칩으로, 중국 딥시크도 추론 AI 모델에 H20을 사용했다.

그러나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제재 일환으로 H20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엔비디아가 큰 손실을 입게 됐다.

수출 제한 이후 젠슨 황 CEO는 지난 5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Q&A' 행사에서 "우리는 수출 규제로 H20 제품을 중국에 출하할 수 없게 됐고 그 결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재고를 전액 손실 처리해야 했다"며 "이는 일부 반도체 회사의 매출 전체에 맞먹는 규모"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이번 수출 제한 해지로 엔비디아가 다시 중국에 H20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H20에 탑재되는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3 제품의 대부분은 SK하이닉스가 공급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일부 공급하고 있다.

이에 이번 수출 제한 해제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 수익성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다만 그동안 판매되지 못한 H20 재고가 상당히 쌓여있는 만큼 당장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H20용 HBM을 추가로 공급해 매출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현지 언론 보도를 인용해 "엔비디아는 현재 45억 달러(약 6조2000억원) H20 재고를 보유 중이며 이는 1개 분기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기존 H20 재고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저전력 GPU(그래픽처리장치)인 'RTX 프로 6000(B40)'에 업계 이목이 쏠린다. 여기에는 최신 그래픽 메모리인 'GDDR7'이 탑재되는데, GDDR7 시장 1위인 삼성전자가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도 GDDR7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다.

앞서 황 CEO는 지난 3월 미국에서 개최된 'GTC 2025'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GDDR7에 친필 사인을 남기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엔비디아가 H20 재고 소진 후 향후 H20 또는 다른 AI 칩을 중국에 내놓을 경우 HBM 시장 역시 더욱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더 많은 물량을 공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르면 연말 또는 내년부터 수혜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이번 엔비디아 수출 규제 해제에 따라 조만간 미국 행정부가 발표할 예정인 반도체 관세 정책과 수출 규제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젠슨 황 CEO는 16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 개막식에서 연사로 등장해 "엔비디아는 계속해서 (중국에서) 운영할 것"이라며 "친구들과 손잡고 AI 시대에 함께 번영과 미래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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