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LG전자·현대차, 이자율 0%대 방어
계열 신용보강 및 정책금융 지원이 초저금리 비결
신용보강 부당지원도…“체감 금융 격차 지표보다 커”
한국 경제의 주축인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시중 금리 대비 압도적으로 낮은 1% 내외의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158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이자발생부채에도 0.091%라는 이자율을 기록해 주목받는다. 이는 우월한 신용도와 정책금융 지원의 결과로 분석되지만, 동시에 기업 간 금융 접근성 양극화가 심화되고 부당한 계열사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 및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1분기말 연결 기준 이자발생부채와 이자비용을 역산한 이자율은, 삼성전자가 1.58%다. 또 삼성SDI 0.721%, SK하이닉스 0.991%, SK이노베이션 0.816%, LG전자 0.999%, LG화학 0.898%, 현대차 0.091%, 현대제철 0.877%, 포스코홀딩스 0.933%, 포스코퓨처엠 0.35%, 롯데지주 1.057%, 롯데케미칼 1.483%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연결 자회사 금리가 높아 보인다. 삼성전자 별도 기준으로는 0.6%였다. 현대차는 이자발생부채 금액이 158조원으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자동차할부금융부채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자율은 조사 기업 중 가장 낮았다. 할부금융부채는 본래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영업용 부채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룹 유통, 건설, 화학 사업의 부진으로 신용등급 하락을 겪는 롯데그룹은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았다. 그래도 1%대 이자율은 시장 금리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이에 따른 금융 격차가 부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는 대기업 대출이 4.15%였다. 상위 1% 내외 금리를 하위가 4%대까지 끌어내린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 현대차 등 초우량 대기업이 1% 내외 금리를 적용받는 반면, 나머지 대기업들은 4%대 이상 금리를 받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이 지표에서 중소기업 대출도 4.17%로, 대기업과 비슷했다. 그렇다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없다고 보긴 어렵다. 대기업 내 양극화, 중소기업 내(대기업 협력사 우대) 양극화, 업종별 양극화(첨단 산업 우대), 기업집단 소속 계열 여부(그룹 신용도 공유) 등 다양한 요인이 격차를 만든다.
대기업집단은 유사 시 계열사 지원 가능성이 신용등급 평가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기관도 이들에게 최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정부의 자동차 산업 지원과 반도체, 배터리 같은 분야의 첨단전략산업기금 등 정책금융도 쏠림이 있다.
기업집단 내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는 불법행위마저 적발된다. 최근 공정위는 CJ와 CJ CGV가 각각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신용보강·지급보증 수단으로 이용해 계열회사인 CJ건설과 CJ포디플렉스가 영구전환사채를 저금리로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 행위가 위법하다고 보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참고로 CJ건설은 CJ대한통운에 흡수합병됐다. CJ대한통운은 2024년말 기준으로 이자발생부채와 이자비용을 역산한 이자율이 2.838%였다.
정부는 지원행위 수단의 형식·명칭을 불문하고 부당지원행위에 악용되는 사례들을 감시하며, 법위반행위가 확인될 경우 엄중 제재하겠다는 방침이다.
1%대 초저금리 자금 조달은 글로벌 경쟁 심화 속 기업의 투자와 성장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 혜택이 특정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금융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더욱이 부당한 계열사 지원과 같은 불공정 행위의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은 경계 대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우량 대기업들은 이제 부채로 잡히지 않는 영구채 성격의 신종자본증권까지 늘려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업종별 특성이나 기업집단 소속 여부에 따라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금융 격차는 지표로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기업의 투자를 적극 독려하면서도, 시장의 공정성을 잃지 않는 지혜로운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