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거래소가 공동 출범
AI 기반 실시간 시장감시 시스템 도입

(왼쪽부터) 한국거래소 김홍식 시장감시위원장, 권 부위원장, 금융감독원 이승우 부원장보가 30일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출범식에 참여했다. 연합뉴스 제공.
(왼쪽부터) 한국거래소 김홍식 시장감시위원장, 권 부위원장, 금융감독원 이승우 부원장보가 30일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출범식에 참여했다. 연합뉴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의 ‘주가조작 엄단’ 경고가 현실화되며, 금융위·금감원·거래소가 공동으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출범시켰다. 인공지능(AI) 기반 실시간 감시와 수사기관 협업 체계를 도입해 첫 강력 제재 사례 추진에 나섰다. 시장에선 작전주 청산과 함께 실적 기반 투자로의 전환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 이재명 대통령, ‘주가조작 엄단’ 메시지 현실화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선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공식 출범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공동으로 참여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출범식에는 권대영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승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김홍식 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주식시장 신뢰는 주가조작 척결에서 시작된다”며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의 조속한 정착을 약속했다.

합동대응단은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별도의 조사·감시 기능을 결합한 조직이다. 기존 기관 간 공간적·정보적 칸막이와 권한 분산을 폐기하고, 한 공간에서 공동으로 심리·조사·처분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AI 기반의 실시간 시장감시 시스템을 도입해 허위거래나 이상 징후를 즉시 탐지하고, 수사기관 협업을 통해 조사와 형사절차도 병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합동대응단장인 이승우 부원장보는 “빠른 시간 안에 반드시 패가망신 사례를 보여주겠다”며 조직의 강력한 대응 의지를 표명했다. 금감원은 우선 4건의 주가조작 혐의 사례에 대한 조사를 확정하고 신속히 착수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적어도 한 건은 원스트라이크 아웃 및 형사 고발이 함께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사건에서 조작 주체와 공모 구조, 자금 흐름이 명확하게 규명된다면, 제도의 실효성이 입증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합동대응단의 출범과 함께 불공정 거래 근절 실천방안이 시행령 및 규정 개정과 함께 추진되어, 행정제재 신속 집행, 법령 보완, 제도화된 대응 체계가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AI와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사전 이상징후 탐지, 거래 패턴 자동 분석, 의심 계좌 추적 등이 가능해졌다. 거래소와 유관기관 간 실시간 정보 공유가 가능해지고, 이로 인해 조작 세력의 탐지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권대영 위원장은 “주가조작범은 반드시 패가망신한다는 점을 보여줘 올해를 주가조작 근절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권 위원장은 “금융회사 임직원의 불미스러운 연루 사례는 개탄스럽다”며 일벌백계 원칙을 천명했다. 금융회사에게도 행위 준칙 제정과 철저한 선관주의 이행, 자정 노력을 요구했다.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선서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선서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밝힌 메시지와 궤를 같이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 거래소 방문 당시, “불법으로 돈 벌면 몇 배 물어내야 한다”며 원스트라이크 아웃, 징벌적 과징금, 내부 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이후 방시혁, 메리츠 전 사장 등의 불공정 거래 사례가 신속히 고발되며 실천 차원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간 협업 체계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했다”고 짚었다. 그는 “향후 합동대응단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처럼 상설화되고, 더 나아가 기소권까지 갖춘 조직으로 발전한다면 조사부터 처벌까지의 모든 절차가 일관되게 이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작전주 OUT…실적 기반 포트폴리오 대전환?


한편 시장 참여자들은 대체로 이번 대응단 출범을 ‘신뢰 회복의 시작’으로 평가하면서도, 그 실효성은 결국 “첫 번째 사례가 얼마만큼 강력하고 일관되게 처리되는가”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주가조작을 없애겠다’는 선언은 익숙하지만, 실제로 놀랄 만큼의 ‘처벌’이 이뤄졌던 적은 드물었다”며 “이번엔 정말로 불공정 거래 세력의 퇴출을 확인할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AI 시스템 오탐 가능성, 수사기관 협업 지연 리스크, 첫 사례의 실효성 등이 향후 실행 과정의 변수로 주목된다.

이날 합동대응단 발표에 따르면, AI로 거래 패턴을 분석해 허위매매나 시세조종의 이상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고, 수사기관과 연계해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일각에서는 ‘AI 탐지 시스템이 정교하지 않다면 오탐으로 인한 억울한 투자자나 알고리즘 거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AI 감시와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가 동시에 작동하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는 성장성보다 신뢰성과 건전성이 시장의 핵심 테마가 될 수 있다”며 “이는 액티브 전략과 펀더멘털 분석이 다시 주목받는 배경이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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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실적과 기대감 중심 투자로의 전환 움직임이 예상된다. 실제로 이날 오전 11시 57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날 종가 대비 3.12% 오른 7만2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현대차 역시 1.83% 오른 22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작전주를 청산하고 실적 기반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한 개인 투자자는 “수개월간 금융당국의 강경 메시지와 함께 테마주 중심의 투기적 매매가 크게 위축된 게 사실”이라며 “대신 실적 안정성과 배당을 앞세운 중대형 우량주로 수급이 이동하는 양상이 감지된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 이슈에 기대 매매하는 방식은 이제 리스크가 커졌다”며 “공시·실적·현금흐름 기반의 전략으로 포트폴리오를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순히 주가가 오를 종목을 찾는 게 아니라, 규제와 수사망을 피해 갈 수 있는 종목을 찾는 국면”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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