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에 ‘역마진’ 압박…예정이율 인하로 대응
보험금으로 자동차 수리시 대체부품 우선 적용, 소비자 반발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손해보험업계가 8월 들어 보험료를 일제히 인상하면서 실적 개선 가능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삼성화재,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보사들이 장기 보장성 보험 상품의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낮춘 가운데, 이에 따라 일부 상품 보험료가 최대 1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 자동차보험 손해율 82.6%…적정선 넘어 실적 ‘빨간불’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형 5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82.6%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3.2%포인트 오른 수치로, 통상 적정선으로 여겨지는 80%를 상회한다. 손해율이 이처럼 높아진 배경에는 보험료 인하 기조가 이어진 데다, 교통량 증가, 공임비·부품비 상승, 정비 단가 인상 등의 복합 요인이 자리한다.

이와 동시에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면서 손보사들의 자산운용 수익률 역시 압박을 받고 있다. 보험사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채권 등 안정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데, 금리 하락은 곧 채권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보험사들은 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이 많은 ‘역마진’ 구조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대응해 보험사들은 예정이율을 인하하는 방식으로 보험료를 조정하고 있다. 예정이율은 미래 보험금 지급에 대한 할인율로, 이 수치를 낮추면 동일한 보장을 제공하더라도 보험료는 더 비싸진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예정이율 0.25%포인트 인하는 보험료 5~10% 인상으로 연결된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삼성화재는 ‘마이헬스파트너’, ‘NEW 내돈내삼’, ‘마이펫’ 등 장기 보장성 상품에 대해 예정이율을 인하했다. DB손보는 ‘더좋은 훼밀리더블플러스’, ‘참좋은 운전자상해’, ‘펫블리’ 등 12개 상품을 조정했고, KB손해보험도 ‘5.10.10 플러스’, ‘슬기로운 간편보험’ 등 주요 상품에서 보험료가 오른다. 반면 현대해상은 예정이율 인하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보험사들은 이런 보험료 조정이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부담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성 개선과 경영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부 설계사들은 보험료 인상 전인 7월 말까지 가입을 유도하는 절판 마케팅에 나서며 단기 수요 유입도 유도했다.


◇ 이달부터 보험금 차량 수리시 KAPA 인증 부품 적용…’갑론을박’


한편 보험사들은 손해율 개선의 또 다른 수단으로 자동차보험 약관 개정도 준비 중이다. 오는 8월 16일부터 시행되는 개정안에 따르면, 사고 후 보험금으로 차량을 수리할 경우 정품 부품이 아닌 ‘국토교통부 산하 인증기관(KAPA) 대체 부품’을 우선 적용하는 것이 원칙으로 바뀐다. 소비자가 정품 부품 사용을 원할 경우 그 차액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보험업계는 이번 조치가 수리비 절감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손해율을 낮춰 보험료 인하 여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와 정치권에서는 강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소비자가 사전 설명 없이 정품 선택권을 제한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국회에서는 제도 유예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효성 논란도 뒤따른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KAPA 인증 대체 부품은 약 2000여 개 수준으로, 차량 1대에 들어가는 수만 개 부품과 비교하면 극히 제한적이다. 유통 채널도 비활성화 상태여서 실제 현장 적용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업계는 제도 정착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는 초기 단계지만 대체 부품 종류가 확대되고 유통 기반이 갖춰지면 수리비 절감 효과가 커질 것”이라며 “손해율이 0.1%라도 낮아지면 보험료 인하 여력도 생긴다”고 말했다.

결국 손보업계는 현재 손해율 악화, 자산운용 수익 저하, 소비자 반발이라는 ‘삼중 과제’ 속에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보험료 인상과 약관 개정이라는 카드를 통해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지만, 동시에 제도에 대한 소비자 신뢰 확보와 정책적 설득도 함께 요구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환경이라는 점은 이해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충분한 설명과 선택권 보장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대체 부품 정책처럼 실효성과 수용성에서 엇갈리는 제도는 시장 현황을 면밀히 반영해 도입 시기와 범위를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손보사들의 보험료 조정과 자동차보험 약관 개정은 단순한 가격 인상을 넘어, 외부 금리 환경과 내재 수익구조 변화, 그리고 소비자와의 신뢰 재정립이라는 다층적 과제를 보여준다. 이 변화가 실적 개선의 ‘단비’가 될지, 혼란을 키우는 ‘소나기’가 될지는 앞으로의 소비자 반응과 실제 경영지표가 말해줄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