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온도 1도만 올라가도 감염 질환 4% 증가”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는 1일, 폭염 시기 어린이 건강 피해의 특성과 기상 요인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분석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0년부터 2023년까지 14년간의 진료 데이터 중 5~9월 기간 0~14세 어린이 진료 건수와 기상청 일별 기온 자료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분석 결과, 폭염일의 어린이 평균 진료 건수는 비폭염일 대비 36.7% 증가했으며, 특히 감염성, 피부, 눈 질환의 진료 비중도 각각 1.6~1.9%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폭염은 단순히 무더위 이상의 위협으로 작용하며, 어린이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지면온도가 1℃ 상승할 때마다 감염성 및 기생충성 질환 진료 건수는 약 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면온도가 약 25℃ 이상으로 올라가면 감염 질환 진료가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고온 환경이 병원성 미생물의 번식에 유리하고, 어린이는 신장이 작아 지면 근처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아 감염에 더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평균 최저기온이 1℃ 상승하면 피부 질환 진료 건수는 2.5%, 눈 질환은 1.4% 증가하는 경향도 관찰됐다. 최저기온이 약 20℃ 이상일 때, 피부 및 눈 질환 진료가 특히 증가했다. 이는 열대야로 인해 신체 회복이 어려워지고, 수면 질이 저하되며 면역력이 약화되는 등의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2023년 여름철(5~9월) 어린이 진료 건수는 약 85만 건으로, 최근 14년간 평균치(약 73만 건)를 크게 상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어린이 인구 10만 명당 진료 건수는 1만5002건으로, 이는 14년 평균치(1만694건)보다 무려 40.3% 증가한 수치다.
폭염일 평균 진료 건수 또한 두드러졌다. 2023년 기준, 폭염일 하루 평균 어린이 10만 명당 진료 건수는 188건으로, 이는 14년 평균치(93건)의 2배 이상에 달했다.
폭염일에는 단순히 진료 건수 증가뿐 아니라 질환 분포도 달라졌다. 감염성 질환의 진료 비중은 비폭염일 6.4%에서 폭염일 8.3%로, 피부 질환은 5.8%에서 7.4%로, 눈 질환은 5.4%에서 7.0%로 각각 진료 비중이 상승했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선 손 씻기 습관화, 피부 질환을 막기 위해선 자외선 차단과 통기성 의류 착용, 눈 질환을 예방하려면 적절한 습도 유지와 선글라스 착용 등이 권장된다.
주목할 점은 폭염 속에서도 호흡기 질환이 전체 진료의 54.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는 냉방기기의 장시간 사용, 실내외 온도 차 등 냉방 환경 자체가 어린이 호흡기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에어컨의 찬 바람이 아이에게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하고, 에어컨은 일정 시간 사용 후 반드시 환기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긴 소매 옷과 이불, 적절한 실내온도 유지, 에어컨 필터 정기 청소 등도 호흡기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연령대에 따른 질환 양상도 상이했다. 0~4세는 호흡기(69%)과·감염성 질환(10.6%), 귀 질환(7.2%)이 주요 질환이었고, 5~9세는 호흡기 질환이 다소 줄고 눈(10%), 피부(8.4%), 외상(5.3%) 질환이 늘었다.
10~14세는 호흡기 비중이 39.1%로 감소하고, 눈(16.7%), 외상(14.1%), 피부 질환(12.6%)이 주를 이뤘다. 이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활동량이 많아지고 외부 자극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는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보고서는 폭염 시기 어린이 건강 관리의 핵심으로 연령별 환경 조성과 열대야 대비 수면 환경 개선을 강조했다. 특히 수면 시 적정 실내 온도(24~26℃), 습도(40~60%)를 유지하고, 냉방기기 사용은 자제하며 통기성 좋은 잠옷·이불을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취침 전 전자기기 사용 자제, 일정한 기상시간 유지 또한 숙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관계자는 “어린이는 성인보다 체온 조절 능력이 미숙해 폭염에 특히 취약하다”며, “기후 변화에 따라 폭염일 수가 증가하는 만큼 가정과 사회 차원에서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