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개선 통한 ‘기초체력 강화’ vs 기업 실적이라는 ‘단기 수급 변수’ 줄다리기
증권·보험·지주사 등 여전한 강세...관련 주식 실적 뒷받침 확인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산업계의 불황 신호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5000 시대를 향한 시장의 기대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최근 한국 제조업의 둔화 조짐을 경고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 상황에서도,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상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을 기반으로 한 체질 변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 상법 개정 통과, 투자자 보호 강화 신호로 해석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3% 룰’ 적용 확대와 전자주주총회 도입, 사외이사의 독립이사 전환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그간 정쟁으로 묶여 있던 기업지배구조 개선 입법이 한 걸음 나아간 셈이다. 당초 여야는 ‘3% 룰’(감사위원 선임 시 특정 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에 대한 적용 범위를 두고 입장 차이를 보였지만, 결국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감사위원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방향으로 조문을 정비하면서 이견을 좁혔다.

전자주주총회 제도도 본격적으로 법제화됐다. 이로써  물리적·시간적 제약으로부터 벗어난 주주 권리 행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 조항도 이번 개정안에 포함됐다.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경영진 견제 기능이 한층 강화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다만 여당이 추진했던 대규모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는 이번 개정안에서 빠졌다. 야당이 이들 조항에 대해 과도한 경영 개입 가능성을 우려하며 반대한 데 따른 것이다. 여야는 이들 사안에 대해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하며 절충의 여지를 남겼다.

시장에선 이번 개정안 통과가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의 투명성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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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주주 권리 보호를 강화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주목할 부분은 이번 개정이 단순한 주주 권리 강화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시장 심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으로 지적돼 온 ‘소수주주 보호 미흡’ 문제가 해결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코스피 5000 돌파 가능성이 구체적인 논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코스피는 3090.98을 기록하고 있다. 대통령 조기 선거 전인 5월 30일 기준 코스피 종가(2697.67)와 비교하면 한달 만에 14.58%(393.31포인트) 올랐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 역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민생의 고통을 덜어내고 다시 성장·도약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코스피 5000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 랠리 동참 분위기…기대 섹터는 어디?


7월 들어 국내 주요 종목들이 증권사들이 제시한 평균 목표주가를 줄줄이 웃돌며 증시 전반에 상승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대형 증권주, 보험주, 지주사 관련주, 방산주, 심지어 디지털 자산 테마주까지 고루 강세를 보이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증권주다. 이달 1일 미래에셋증권은 2만165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평균 목표주가보다 25.21%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키움증권도 23만4500원으로 마감해 목표치를 17.70% 초과했다. 이외에도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등 주요 증권주들이 일제히 목표가를 상회하는 흐름을 보였다. 증시 활황과 브로커리지 수익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보험주도 뒤처지지 않는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주요 보험사의 주가 역시 평균 목표주가를 넘어섰다. 금리 인하 지연과 안정적인 이익 흐름에 기반한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주사 관련주도 주주환원과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 속에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국내 기업 영업이익 1위에 올랐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국내 기업 영업이익 1위에 올랐다. SK하이닉스 제공

특히 SK스퀘어의 경우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과 지배구조 재편 기대감이 맞물리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장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가치가 꾸준히 상승하는 가운데, SK스퀘어는 지배력 측면이나 주주환원 확대 가능성 측면에서 매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한화, LS 등 지주사 종목들이 강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자산 관련주도 단기 테마의 수혜를 받았다. 카카오페이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며 7만6700원에 마감, 목표가(5만6700원)보다 26.08%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급등세 이후 한국거래소가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하면서 일시적인 급락을 겪기도 했다.

카카오 역시 6만100원으로 평균 목표가(5만6800원)를 넘어섰다.

방위산업 관련 종목들도 뚜렷한 오름세를 기록했다. 한화시스템은 5만8300원으로 마감해 목표가(4만8000원) 대비 17.67% 높았고, LIG넥스원도 53만8000원으로 목표가를 13.06% 웃돌았다. 풍산, 현대로템 등 방산 관련주는 국내외 수주 기대감과 방산 수출 확대 정책 기조에 힘입어 지속적인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 산업계 하방 압력…“실적 악화는 여전한 리스크”


다만 낙관론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최근 S&P는 “한국 주요 수출산업의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기업 실적 하락 가능성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반도체, 철강, 화학 등 전통 제조업 분야는 세계 경기 둔화와 맞물려 마진 압박이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코스피 지수는 최근 3000선을 전후로 등락을 반복하며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이익 전망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할 경우, 기술주 중심의 반등 랠리에 힘이 실릴 수 있지만 정반대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선 지는 오래지만, 5000이라는 숫자는 아직 시장에선 낯설고 멀게 느껴진다”며 “제도적 개혁과 투자심리 개선이라는 두 축이 나란히 달릴 수 있다면, 지금의 기대감은 단순한 꿈이 아닌 현실적 가능성으로 다가올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결국 시장은 제도 개선을 통한 ‘기초체력 강화’와 기업 실적이라는 ‘단기 수급 변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상법 개정 소식에는 환호하면서도, 하반기 수출 둔화 가능성에는 긴장하고 있다”며 “결국 코스피 5000 시대가 올 수 있느냐는, 제도 개혁과 실물 경제의 접점이 어디서 맞물리느냐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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