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필요성 제기
통화정책·외환시스템까지 바꿀 잠재력 지녀
자본시장연구원이 스테이블코인 이용자 보호를 위해 ‘1대1 담보’, ‘검증 공시’, ‘상환 보장’ 적용과 기능 중심 차등 규제를 제안했다. 또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통화 주권과 외환 체계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 스테이블코인, 기능 중심 차등 규체 필요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의원과 안도걸 의원은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의 핵심은 ‘1대1 준비자산 유지’, ‘정기적 검증 및 공시’, ‘동등가치 상환 보장’이라는 국제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며 “이 세 가지 원칙은 미국, EU, 일본을 비롯한 주요국이 공통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이용자 보호 장치”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미국 하원의회를 통과한 지니어스(GENIUS) 법은 연방 차원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정의하고 발행인을 구분해 규제하고 있다”며 “특히 발행인은 반드시 준비자산을 고유 자산과 분리 보관하고, 매월 회계검증을 거쳐 공시해야 하며, 상환 정책과 수수료까지 명확하게 안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연합(EU) 역시 암호자산 시장법(MiCA)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의 자격 요건, 상환 조건, 감사 의무 등을 구체화해 제도적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의 경우, 테라-루나 사태 이후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을 전면 금지했다가, ‘중개업자 손실보전 제도’를 도입해 이용자 보호를 전제로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며 “이는 규제 미비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진입을 막고, 규제 정합성이 높은 코인만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가 비트코인 못지않은 거래 규모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외환관리 체계 무력화, 원화 주권 약화, 무역통계 왜곡, 자금세탁 우려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거래소가 규제에 미달하는 스테이블코인을 계속 상장하는 구조를 개선하려면, 일본처럼 중개업자에게 손실보전 의무를 부과해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도 시급한 과제”라며 “발행인 요건은 기관 중심이 아니라 기능 중심의 규제로 접근해야 하고, 발행 총액이나 시장 영향력 기준에 따라 차등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 국채 시장이 취약한 국내 상황에 맞춰, 준비자산 구성을 유연하게 설계해야 하며, 예금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확장 가능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새로운 금융 플랫폼으로 작동하며, 산업 전반의 구조를 재편할 잠재력이 크다”며 “우리도 단기적인 통화정책만이 아니라 디지털 경제의 기반을 설계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통화 주권 지켜야”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은 빠르고 저렴한 디지털 결제수단이자,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 자산”이라며 “국내 제도화 과정은 분산형 디지털 경제 인프라 구축과 함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적 정착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은 대부분 미국 달러에 연동돼 있고, 이는 우리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통해 통화 주권을 확보하고, 디지털화폐 인프라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반드시 담보형으로 도입하고, 발행인은 인가제를 통해 자본금 요건과 준비자산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현금·예금·고유동성 자산을 중심으로 1대1 이상의 담보를 유지하고, 신뢰성 높은 신탁기관을 통한 자산 분리보관이 의무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행인은 새로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때마다 백서를 제출하고, 상품설명서 형태로 사용자에게 공개해야 한다”며 “이용자 상환청구권을 법제화하고, 준비자산에 대해 우선변제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연구위원은 “국내 등록 디지털자산사업자를 통해서만 해외발행 스테이블코인이 유통이 허용되어야 하며, 발행인 자격과 준비자산 요건이 국내 기준과 동등한 수준으로 검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통 및 신고 의무 위반 시, 유통 중단이나 과징금 부과 등 행정 제재가 가능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이 자금세탁, 조세 회피, 상속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만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며 “고객확인이 완료된 지갑을 통해서만 발행·상환이 이뤄지도록 하고, 고액의 국외 이전 시에는 금융당국이 거래정지나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외화표시 자산으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국내통화 기반 디지털자산으로 정의해 분류 체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해외 송금이나 수취 거래에 대해서도 일정 기준 이상이면 FIU 통보 연계 등 신고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결제 혁신을 이끄는 한편, 자본 유출입과 통화 정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통화대체 수단”이라며 “한국형 제도화는 기술 혁신과 금융 안정성, 국제 규범 조화를 모두 고려한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주요국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수순…“한국도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편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법적 틀을 만들 때의 기준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도록 하고, 소비자 보호와 금융 안정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디지털 달러 시대를 공식화한 미국의 지니어스 액트 서명 이후,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며 “EU의 미카법, 일본의 지급결제법, 홍콩·싱가포르·영국 등도 이미 입법이 완료되거나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이제 첫 발을 내딛는 상황이지만, 늦었다고 망설일 필요는 없다”며 지금부터 “우리가 할 길을 차근차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무위원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오늘 제시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혁신과 함께 소비자 보호가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입법을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테이블코인이 신속한 결제와 저렴한 비용, 일정 수준의 익명성까지 갖춘 강력한 무기”라며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효용이 발휘되기 시작했고, 빠르게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이제 통화 수단과 질서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며 “필리핀 출신 도우미들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월급을 받기를 원하고, 동대문과 홍콩 상인들 간 거래도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국내에 스테이블코인 ATM까지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불안정한 자국 통화를 대신해 스테이블코인이 법정통화 역할을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각국이 경쟁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고 있다”며 “미국의 지니어스 액트, 홍콩의 입법 움직임 등을 볼 때 우리도 뒤처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흐름에서 시간을 허비한다면 디지털 통화 시대의 ‘평화주권’을 침해받게 된다”며, “스테이블코인은 새로운 금융 플랫폼이자 실물 서비스와 산업 가리를 창출할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이 갖는 통화 및 외환 기능에 주목, “통화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면 원화의 국제화도 불가피할 것이고, 이에 따른 외환 관리 시스템의 변화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안에는 스테이블코인의 긍정적 영향은 극대화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규율 체계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첨언했다.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중요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며 “원화 기반 혁신을 위해 국내 제도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다양한 관점을 수렴해 실효성 있는 방안이 도출되길 기대한다”며 “분산 원장 기술이 가져올 금융 혁신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뒤처질 경우 금융 경쟁력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