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연방 법 제정·홍콩은 8월 1일 면허제 시행

한국은 여야 법안 경쟁과 한은의 신중론 속 갑론을박

스테이블코인. 연합뉴스 제공.
스테이블코인. 연합뉴스 제공.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규제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지니어스법’을 통해 연방 차원의 규율을 확정했고, EU는 ‘미카법’ 시행에 들어갔다. 홍콩은 8월부터 면허제를 본격 시행하며 선도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중국은 홍콩을 시험장 삼아 CNH 스테이블코인 실험에 나섰다. 반면 한국은 은행 중심의 신중론과 혁신 진입 완화론이 대립 중이며, 준비자산 시장의 미비가 제도화의 현실적 병목으로 지적되고 있다.


◇ 주요국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 레이스 본격화


13일 디지털자산업계에 따르면, 홍콩은 8월 1일부터 법정통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면허제를 가동했다.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발행사 적격성, 준비자산, 상시 1대1 상환, 고객확인(KYC) 등 요건을 명확히 했고, 발행·상환 회계 분리와 거버넌스·리스크관리·사이버보안·준법 체계를 필수 조건으로 묶었다.

지난해 7월 스탠다드차타드·애니모카·HKT·징둥(코인링크) 등이 포함된 샌드박스 명단을 먼저 공개해 제도 연착륙을 예고했고, 현재는 은행·대기업 컨소시엄의 신청 준비가 본격화한 상태다. 다만 실명제와 거래한도 설계 등에 대한 보완 논의가 남아 있어 첫 면허는 내년 초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 본토는 관리 기조를 유지하되, 홍콩을 ‘시험장’으로 삼아 역외 위안화 스테이블코인 구상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빅테크와 금융사가 홍콩에서 라이선스 모델을 탐색한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본토의 디지털 위안화(e-CNY) 프로젝트와 병행해 홍콩에서 CNH 스테이블코인을 단계적으로 실험·확대하려는 구상으로 읽힌다.

스테이블코인. 연합뉴스 제공.
스테이블코인. 연합뉴스 제공.

미국 의회에선 지난달 ‘지니어스법(GENIUS Act)’ 서명으로 연방 차원의 규율을 확정했다. 핵심은 △현금·단기 미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 100% 준비금 보유 및 월별 공시 △강력한 자금세탁방지(AML)·제재 준수와 필요 시 동결·소각 등 기술적 집행 요구 △발행사 파산 시 홀더 채권 최우선변제다.

발행 경로는 은행·연방 인가 비은행·주 인가 비은행의 3트랙이며, 증권법상 ‘증권’에서 제외하는 규정도 담았다. 세부 규정은 연방준비제도·통화감독청(OCC)·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법령 제정(Rule Making)을 확정하고, 시행은 공포 후 18개월 이내 또는 최종 규정 공표 120일 후로 잡았다.

신술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미국 GENIUS 법안 통과에 힘입어 스테이블코인 테마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라며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신규 매수세가 기존 비트코인 중심에서 스테이블코인·알트코인 등으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EU는 이미 ‘미카법(MiCA)’ 체계가 작동 중이다. 2024년 6월 30일부터 자산연동토큰(ART)·전자화폐토큰(EMT)의 발행·상장 요건이 적용됐고, 전환기 동안 각국 당국이 디지털자산 서비스 제공자 인가를 내고 있다. 유럽증권시장청(ESMA)·유럽은행감독청(EBA)은 기술표준(RTS/ITS)으로 실무 기준을 보완했다. 기본 원리는 고유동성·저위험 준비자산과 투명성 강화이지만, 리테일 한도 등 일부 세부 규정의 시장 적합성을 두고 논쟁은 계속된다.


◇ 한국, ‘은행 중심’ 신중론 vs ‘혁신 진입’ 완화론 의견 엇갈려


한국의 경우 국회 논의가 두 갈래로 대별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최소 자본금 5억원 등 진입 문턱을 낮춰 핀테크·비은행 참여를 넓히자는 안을 냈다. 반면 한국은행은 외환 규제와 금산분리 원칙을 들어 은행 중심으로 출발하고, 비은행은 컨소시엄 참여를 통해 단계 확대하는 방식을 재확인했다. 역외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처리와 금융안정 리스크를 동시에 점검해야 한다는 주문도 덧붙었다.

정책 설계의 쟁점은 ‘은행 51% 룰’ 등 지배구조다. 자본금·준비자산·고유동성자산(HQLA) 구성 같은 기본 골격에서는 대체로 합의에 이르렀지만, 누가 발행 주체가 될지와 지배구조에선 이견이 남아 있다.

시장에선 준비가 빨라진다. 6대 은행이 상표권 선점, 수탁(Custody) 인프라 구축 등을 검토 중이다. 대표적으로 전날 하나은행은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과 포괄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밖에 다른 주요 은행들도 컨소시엄 구성을 저울질하는 움직임이 이어진다.

가장 현실적인 병목은 준비자산이다. 미국·EU 기준이 준비자산을 현금·단기 국채·정부 머니마켓펀드(MMF)로 제한하는 반면, 한국에는 3개월물 등 초단기 국고채 시장이 사실상 부재하다. 자본시장연구원은 1년물 시범 발행에서 6개월·3개월로 다변화하는 로드맵과 함께, 국가재정법 개정 등 제도 정비를 병행하자고 제안한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2일 기자 대상 세미나에서 “스테이블코인의 핵심은 가치 안정성과 환매 가능성”이라며 “준비자산은 현금성 자산과 동일한 안정성을 지녀야 하고, 이를 충족하는 대표 자산이 단기 국채”라고 했다. 그는 “3개월 이내 무위험 채권의 유통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모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진단도 내놨다.

다만 반대론도 뚜렷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수요는 사실상 제로이며, 섣부른 도입은 금융시장에 부담만 키운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책·산업계는 “역외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국내 거래·결제 생태계에 사실상 유통되고 있다는 현실을 봐야 한다”며, 원화 모델로 자본유출·환위험을 내부화하고 국경간 소액결제·상환 등 실사용 영역에서 국내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맞선다. 아울러 역외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어떻게 다룰지가 제도화와 동시에 풀어야 할 선결 과제로 꼽힌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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