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회복세에 대손충당금 환입 기대감금↑
금융당국도 예의주시...은행권 판매창구 재가동
홍콩 증시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면서, 한동안 수익률 부진에 시달리던 국내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 사이에 조심스러운 기대감이 피어나고 있다. 특히 기초자산으로 많이 활용된 홍콩 H지수가 반등 궤도에 올라서면서, 과거 대손 처리된 투자 손실이 환입될 가능성도 점차 현실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 모두 ‘실질 손실 회복’이 가능한 전환점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 홍콩 H지수 반등…녹인(Knock-In) ELS 충당금 환입 기대?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해종합지수와 홍콩 H지수 모두 저점 대비 20% 이상 오르며 기술적 ‘강세장’ 진입 조건을 충족시켰고, 중소형 기술주 중심의 상해종합지수 역시 다시 투자자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유동성 회복과 거래량 증가다. 홍콩거래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평균 일일 거래대금은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증가했다.
IPO(기업공개) 시장 역시 지난해 대비 회복세를 나타냈다. 국제금융센터는 “올해 홍콩거래소 IPO 공모금액은 전년대비 616% 급증한 163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침체에서 회복 국면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화권 증시의 하반기 시작은 5월 발간한 당사의 전망 경로와 유사하지만, 투자심리 회복은 당초 예상을 상회했다”며 “중국 신용 거래는 10년래 최고치를 경신했고, 홍콩 공매도 비중은 펜데믹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상반기 내수와 가격 신호 회복 대비 주가가 반영하는 낙관론이 예상을 웃돌았다”며 “표면적인 근거는 초과 유동성 효과가 예상을 상회한다는 점, 하반기 중국 수출 하락에 대한 경계심이 내수 반등 기대 보다 컸다는 점에서 미중 휴전에서 오는 단기 안도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반등이 아닌 정책적, 구조적 요인의 결합에 따른 흐름으로도 풀이된다. 실제로 중국 본토 자금이 홍콩 증시로 유입되는 현상이 뚜렷하게 보이고 있으며, 중국 정부도 외자 유치를 위한 규제 완화, 제도 정비 등을 병행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홍콩 증시가 미·중 갈등이나 본토 경기둔화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했다면, 최근에는 기술·디지털·그린 산업을 중심으로 한 구조 전환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LS 상품은 특정 지수나 주가의 변동을 기반으로 수익률이 결정되는 구조다.
한국 금융기관들은 그동안 주로 유럽 지수(유로스톡스50)나 미국 S&P500 외에도,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을 대규모로 판매해 왔다. 그러나 2021~2023년 지수가 50% 이상 하락하며 상당수 ELS가 한계범위를 하회해 ‘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했고, 이로 인해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됐다.
특히 2022~2023년에 만기가 도래한 홍콩 H지수 ELS 중 일부는 원금 손실 또는 대손 처리된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의 반등은 상당수 투자자에게 ‘구제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 단기 반등인가, 구조적 회복의 서막인가
기초자산이 일정 기준 이상 반등하면, 과거 회계상 손실로 잡았던 부분을 다시 수익으로 환입하는 회계처리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투자자뿐 아니라 판매사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즉 홍콩 H지수가 7000~7500선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거나 추가 상승할 경우, ‘손실 확정’이 아닌 ‘조건부 상환’ 형태로 전환이 가능해지며, 이에 따라 일부 손실이 실제로 회복될 가능성이 생긴다. 이는 장부상 손실 환입은 물론, 투자자 신뢰 회복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미 2023년부터 ELS 관련 리스크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왔다. 특히 특정 지수에 편중된 구조, 투자자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 고위험 상품에 대한 적절한 설명 의무 위반 등을 주요 점검 항목으로 꼽고, 시중은행 및 증권사와의 사전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온 상태다.
한편, 증권업계는 ELS 판매 전략을 구조적으로 재편 중이다. 최근에는 특정 해외지수 편중을 줄이고, 국내 지수 및 다수의 기초자산을 혼합하는 형태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 증시 반등을 전면적인 회복 신호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경계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미·중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고,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나 글로벌 경기 흐름 역시 홍콩 시장에 간접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홍콩 H지수의 구성 종목 중 일부는 여전히 구조조정 국면에 있는 국유기업 또는 부동산·핀테크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어, 지수 자체가 예전만큼의 신뢰도를 갖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단기 반등에 이끌려 리스크를 무시하면 안 된다. 홍콩 H지수는 여전히 변동성이 높은 지수이며, 실적 회복이 동반되지 않으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 입장에서도 환입 기대감에 지나치게 낙관적 시각을 갖기보다는, 사후 대응 및 투자자 보호 장치를 계속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홍콩 H지수 기반 ELS를 보유한 투자자, 그리고 이를 판매한 금융사 모두에게 ‘환입’이라는 단어가 다시 떠오르고 있는 지금, 시장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회가 일시적 반등에 그칠지, 구조적 회복의 신호탄일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은행권도 ELS 판매 창구를 다시 가동하며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다.
오는 9월부터 전체 영업점의 약 30% 가량에서 ELS 등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개 가능한 '거점점포'를 지정, 상품 판매에 나선다.
당초 금융당국은 기존 대비 5~10% 수준에서 ELS 판매가 가능한 거점점포 수를 제한하려 했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