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뉴욕–인도’ 삼각 거점 기반 역량 확장

지난 3월 인도 뭄바이 세미나에 참석한 박현주 회장(가운데)과 인도법인 직원들. 미래에셋자산운용 제공.
올해 3월 인도 뭄바이 세미나에 참석한 박현주 회장(가운데)과 인도법인 직원들. 미래에셋자산운용 제공.

미래에셋은 홍콩·런던·뉴욕·인도를 삼각 허브로 묶어 글로벌 투자전문그룹으로 도약하고 있다. 인도 쉐어칸 인수와 자산운용 확대, 홍콩·런던의 유동성 공급, 뉴욕의 자체 청산·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상품–유통–유동성’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 인도 거점, ‘로컬에서 글로벌로’ 이어지는 성장 엔진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글로벌 투자전문그룹’ 위상을 본격적으로 굳혔다. 홍콩·런던을 잇는 트레이딩 허브, 뉴욕의 클리어링·세일즈&트레이딩 플랫폼, 인도의 대규모 리테일·자산관리(WM) 네트워크를 삼각 축으로 세워 수익 기반과 고객 저변을 동시에 넓히는 전략을 속도감 있게 실행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3월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미래에셋은 현재 19개국에 진출한 글로벌투자전문그룹으로 6000억 달러(한화 870조원) 이상의 운용자산(AUM)을 관리하고 있는 글로벌 리딩 금융그룹”이라며 “신뢰와 혁신, 열정과 고객에 대한 헌신으로 인도법인의 성공과 성장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2024년 11월 인도 대형 증권사 쉐어칸(Sharekhan) 인수를 마무리하고 ‘미래에셋쉐어칸’으로 새 출발했다. 인수 직후 공개된 통합(PMI) 청사진에는 약 520만 고객 계정, 130여 개 지점, 4400명 이상의 비즈니스 파트너로 구성된 대규모 리테일 네트워크가 제시됐다. 그룹은 이 네트워크를 WM·브로커리지·IB로 수평 확장해 향후 5년 내 ‘현지 톱5’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자산운용 부문도 빠르게 체급을 키웠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 운용자산(AUM)은 2024년 중 30조원을 돌파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채권형, 혼합형 등 상품 다변화와 리테일 고객 기반 확대가 맞물리며 현지 톱10 운용사 반열에 진입했다. 인도 축은 단순한 현지 매출 거점이 아니라, 글로벌 ETF·펀드의 생산·유통을 연결하는 ‘출구이자 관문’으로 설계됐다.


◇ 유동성의 심장 홍콩·런던 거점, LP·SBL로 수익성 강화


미래에셋의 홍콩·런던 거점은 ETF 유동성 공급(LP)과 주식대차(SBL)를 중심으로 글로벌 플로우를 흡수하는 역할을 맡는다. 코로나19 이후 IB 편중에서 벗어나 WM·세일즈&트레이딩까지 수익원을 다변화한 것이 특징이다. 변동성 구간에도 손익 방어력을 갖추기 위한 체질 전환이었다.

특히 유럽에서는 2023년 ETF 마켓메이커 ‘GHCO’를 인수해 현지 유동성 공급 역량을 내재화했다. 인수 금액은 약 4000만 달러로 알려졌으며, GHCO는 독립성을 유지한 채 3000개 이상 상장 종목에 대한 시장조성을 수행했다. 유럽에서의 마켓메이킹 역량은 아시아·미국으로 이어지는 크로스보더 주문·결제 사슬과 결합해, 그룹 전체의 ‘유동성 심장’으로 존재했다.

미래에셋증권 제공.
미래에셋증권 제공.

미래에셋증권 미국법인은 주식·채권·옵션 전반에서 자체 청산·결제 기능을 갖춘 브로커로 운영된다. 북미를 비롯해 해외 30여 개 시장으로 결제 인프라를 연결해 수수료 경쟁력과 운영 통제력, 상품 확장성에서 우위를 확보했다.

미국 내 고객의 해외주식 잔고 확대, ETF 세일즈&트레이딩 성과가 맞물리며 그룹 차원의 ‘플로우 비즈니스’ 성장세를 견인했다는 평가다. 뉴욕·영국·홍콩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SBL 데스크 협업은 증거금·재고·헤지 운용 효율을 높여 트레이딩 수익성의 변동성을 낮췄다.

미래에셋의 글로벌 ETF 확장은 일관된 M&A 로드맵 위에서 구축됐다. 2018년 미국 테마형 ETF 운용사 ‘글로벌엑스(Global X)’ 인수를 시작으로, 2022년 호주 ‘ETF Securities’ 인수 후 ‘Global X Australia’로 리브랜딩했다. 2023년에는 유럽 ETF 마켓메이커 GHCO, 호주 로보어드바이저 스톡스팟(Stockspot)을 품었다. ‘상품–유통–유동성’ 세 축을 한 번에 묶는 설계다.


◇ 뉴욕 ‘알고리즘 하우스’와 인도 ‘GCC’가 만드는 디지털 허리(Backbone)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2024년 국제경영학회(AIB)로부터 ‘올해의 국제경영인상(International Executive of the Year)’으로 선정됐다. 인공지능(AI)·ETF·사모투자로 대표되는 그룹의 전략 방향성과 신흥시장 중심 네트워크 확장이 외부에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대형 금융그룹의 글로벌 확장이 단순한 자산 불리기에 그치지 않고, 기술·상품·플랫폼을 결합한 체질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박 회장은 “AI가 미래에셋의 다음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 미래에셋 제공.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 미래에셋 제공.

미래에셋은 2024년 뉴욕에 AI 알고리즘 기반 투자회사 웰스스팟(WealthSpot) 설립을 예고했고, 인도에는 글로벌 역량센터(GCC)를 세워 IT·데이터·디지털 운영을 집적하고 있다.

비전 선포문에서 제시된 ‘AI 기반 개인화 자산관리’와 ‘인도 금융상품의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화’는 리테일·WM·ETF의 모든 접점을 데이터 기반으로 재설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규모 고객 데이터, 글로벌 상품 공급망, 자체 결제 인프라가 AI 레이어로 묶일 때, 고객 경험은 한층 더 정교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속도감 있는 해외 확장은 리스크 관리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래에셋은 “해외법인 중심의 내부통제 체계를 고도화하고, CFO·CRO 정례회의로 리스크 신호를 상시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이다. ESG 거버넌스를 병행해 자본 효율성과 수익성 중심의 체질을 강화,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으로 연결한다는 복안이다.

한편 미래에셋이 넘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인도·미국·홍콩·영국 등 다중 규제권역에서의 규제 준수를 위한 비용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며 “향후 미국 금리 경로·달러 유동성·중국 경기 사이클 등 거시 변수, 인수자산의 통합(PMI) 과정에서의 조직문화·IT 활용 수준이 향후 그룹의 역량을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현지 전문가 중심의 내부통제 체계 고도화와 선제적 리스크 관리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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