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베트남을 넘어…현지화 전략으로 ‘보험 한류’ 이끈다
현지화·자율경영·디지털 기반 효율화 3박자로 지속가능 성장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 DB손해보험 제공.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 DB손해보험 제공.

정종표 대표가 이끄는 DB손해보험은 ‘현지화·자율경영·디지털’ 전략을 바탕으로 미국, 베트남 등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올리며 글로벌 손보사로 도약 중이다. 미국 법인은 영어권 고객까지 확장하며 자산 2억 달러를 돌파했고, 베트남 PTI는 3위권 보험사로 성장했다. 


◇ 로컬 전략 기반 글로벌 손보 기업으로 도약


14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6월 DB손보의 신용등급을 기존 AA(긍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상향조정 했다.  2017년 4월 이후 8년만이다.

한국기업평가는 “DB손보의 우수한 영업력 및 브랜드 인지도 기반의 사업 안정성, 수익성 중심의 지속적 이익 창출력, 우수한 K-ICS 비율 및 자본 관리력 등을 높이 평가하여 신용등급 상향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DB손보 관계자는 “앞으로도 수익성 중심의 견고한 사업구조를 토대로 국내외 투자자들과의 신뢰를 제고하고 더 나아가 고객과 함께 행복한 사회를 추구하는 글로벌 보험기업으로 성장하기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DB손보는 1984년 괌에 첫 지점을 세운 이후, ‘조용한 개척자’처럼 글로벌 보험시장의 물길을 열어왔다. 파죽지세로 확장한 기업은 아니지만, 조심스럽고도 꾸준하게, ‘로컬 중심’ 전략을 통해 외연을 넓혔다. 그리고 이제 그 결실은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DB손보의 해외 수입보험료는 2022년 4440억원에서 2024년 7000억원대에 육박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DB손보의 글로벌 진출은 한국 손해보험사 중에서도 가장 이른 시기에 시작됐다. 1984년 괌 지점 개설을 시작으로, 1992년 하와이 지점, 2005년에는 미 본토 캘리포니아주 LA에 자회사 ‘DB Insurance USA’를 설립했다.

특히 LA 법인은 ‘현지에서 통하는 상품’을 앞세워 성장했다. 초기에는 한인 커뮤니티 중심의 자동차 보험을 공급했지만, 이후 영어권 고객까지 대상으로 넓혔고, 2023년 기준 DB USA의 총 자산은 2억 달러를 상회한다. 미 전역에서 자동차, 주택, 책임보험 등 다양한 보험 상품을 제공 중이며, 이익 규모도 안정권에 진입했다.

DB손보 본사 전경. DB손보 제공.
DB손보 본사 전경. DB손보 제공.

이러한 미국 시장 내 실적은 단순한 한인 상대 보험사로의 정체성을 넘어, ‘로컬 시장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다.

동남아시아 진출의 기점은 2015년 베트남이었다. 당시 DB손보는 베트남 5위 손해보험사 ‘PTI’ 지분 37.3%를 인수하며 현지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DB손보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로 나섰다. PTI 이사회에 참여하며 상품, 언더라이팅(계약 심사), 손해사정, IT, 디지털 마케팅 등 전방위에 걸친 노하우를 전수했다. 특히 2019년부터는 ‘K-모델’을 기반으로 디지털 전환과 보험 판매 효율화 전략을 추진, 인수 후 7년간 수익성과 점유율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기준 PTI는 베트남 손해보험 업계 3위권으로 올라섰으며, DB손보가 전파한 언더라이팅 기술력은 현지 자동차 보험 정산 프로세스를 혁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DB손보의 해외 수입보험료는 2022년 4440억원에서 2024년 6986억원으로 확대됐다. 미국, 베트남, 괌, 하와이, 중국(상하이 사무소), 인도네시아 등을 아우르는 다각화 전략이 주요 요인이다.

특히 PTI에서 발생하는 보험료 수익 비중이 빠르게 상승 중이며, 미국법인의 보험료 수입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 중이다. 이외에도 인도네시아에서는 자동차 및 일반보험 중심의 시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상하이 사무소를 기반으로 한 중국 진출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 ‘현지화·자율경영·디지털’로 질적 성장 도모


해외사업은 아직 전체 DB손보 수익의 10% 이내이지만, 성장률 측면에서는 국내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수익성이 검증된 지역을 중심으로 점진적 확장을 노리는 전략은,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장기 성장 가능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도 ‘모범 사례’로 거론된다.

DB손보의 해외사업 전략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현지화’다. 단기적인 확장을 목표로 하지 않고, 현지 시장과 고객, 법제에 맞춘 운영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예컨대 미국법인의 경우, 본사 지시보다 현지 경영진의 판단을 존중하는 자율경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리스크 환경 변화 속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로 평가된다.

또한, 베트남의 PTI 역시 DB손보가 직접 임원 파견 및 기술지원을 하되, 최종 의사결정은 현지 경영진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관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PTI는 베트남 현지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외국계지만 독립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갖춘 우수 사례’로 언급되기도 했다.

DB손보는 단순히 보험 상품만 해외로 수출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반 경영 전략, 디지털 전환, 고객경험(CX) 관리 프레임워크 등을 함께 수출하고 있다.

2023년부터는 베트남 PTI와 함께 ESG 기반 손해보험 리스크 평가 기준을 공동 개발했고, 디지털 채널 중심의 판매 전략 전환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청구→AI 심사→자동 지급’으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현지에 도입한 점은 DB손보의 기술력이 단순한 모방을 넘어 현지 혁신을 촉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DB손해보험 본사 전경. DB손보 제공.
                                DB손해보험 본사 전경. DB손보 제공.

DB손보는 2025년 이후 동남아 시장에서의 추가 확대를 구상 중이다. 현재는 인도네시아 현지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시장성과를 검토 중이며, 라오스, 캄보디아 등 인접국으로의 확장도 검토 대상에 포함돼 있다.

특히 베트남의 PTI를 통해 축적된 보험 데이터와 고객행동 분석 인프라는, 향후 유사 시장 진출 시 리스크 평가 및 상품 설계에 핵심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

DB손보 관계자는 “해외사업에 있어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숙을 추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몇 가지 과제도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치열한 경쟁과 법적 리스크,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서는 정책 변화나 통화 리스크, 문화적 이질성 등이 잠재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화’와 ‘자율경영’, ‘디지털 기반 효율화’라는 3박자를 맞춘 전략은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보험업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