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ETF 투자 매력 다시 부각, 에너지주는 신중 모드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난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의 향방과 이를 둘러싼 주식시장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비록 합의로 이어진 구체적인 결과는 없었지만, 투자자들은 전쟁 종식 가능성을 향한 작은 조짐으로 해석하며 방산과 에너지 업종의 향배에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다.


◇ 지지부진 종전 협상, 방산주 펀더멘털 성장 가능성 다시 부각


18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직접 협상에 참여하는 대표의 급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이들 대통령은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회동했다. 여기에 전쟁의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재 하에, 2022년 개전 이후 첫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당초 증권가에선 “이들 정상의 회동과 러·우전쟁 종전 기대감으로 방산주 투자 매력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변화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선 “방산주 특성상 시장 변동성에 강하고, 정부 및 글로벌 방산 수요의 정책적 안정성까지 더해져 중장기적인 투자 매력이 크다”고 분석한다. 방산 강자인 한화자산운용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PLUS Korea Defense Industry Index ETF’는 상반기 미국 ETF 시장에서 비(非)레버리지·비인버스 부문 수익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PLUS K-방산 ETF’는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순자산 규모 1조원을 돌파했다. 2025년 6월 16일 기준, 순자산 총액은 1조417억원으로, 연초 대비 7308억원 증가했다는 점은 상당한 주목을 받는 대목이다. 또 두 달 만에 3000억원에서 7000억원대로 급증한 자금 유입은, 관세 리스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방산주가 대체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갖춘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한화자산운용에서는 “방산 ETF 순자산이 1조원을 넘은 것은 단순한 테마 반짝 상승이 아니라 글로벌 지정학 변화에 따른 구조적 성장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는다. 또한, 이번 성과는 한화운용이 ‘PLUS K방산’, ‘PLUS 고배당주’ ETF를 전략 상품으로 적극 육성하고 글로벌 메가트렌드를 선점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세계 자주포 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세계 자주포 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업종별 실적을 보면, K-방산 대표 기업들은 2025년 2분기에 모두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실적주로 자리잡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매출 6조2735억원 (+168.7%), 영업이익 8644억원 (+156.3%)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고, 한화오션도 매출 3조2941억원(+30%), 영업이익 3717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현대로템과 LIG넥스원 역시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어 기대감이 크다.

중장기 전망도 낙관적이다. 현대로템은 약 9조원 규모의 폴란드 K2 전차 2차 수출을 이달 체결할 예정이며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과 수출 논의 중이다. 한국항공우주(KAI)는 필리핀 FA-50, 중동 수리온, 인도네시아 KT-1 등의 계약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우주항공 누리호 발사 등으로 수출 다변화 및 신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무기체계 초과 수요 환경이 지속되고 있고, 중동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 여력은 폴란드보다 크다”며 “기대치를 상회하는 수출 이익률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PLUS Korea Defense Industry Index ETF’의 주요 보유종목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16.68%), 현대로템(12.63%), LIG넥스원(6.78%), KAI(6.14%), 한화오션(3.38%) 등이다. 상위 10개 종목이 전체 자산의 약 69%, 상위 15개 종목이 약 83%를 차지하는 집중 구성도 특징이다.

다만 K-방산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유럽 방산기업 평균보다 높아 고평가 우려가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7.8배, 현대로템 38.83배, 한국항공우주(KAI) 53.12배, LIG넥스원 45.1배 등으로, 글로벌 1위인 미국 록히드마틴(19.6배)을 크게 웃돈다.

장 연구원은 “2026년 기준 국내 방산주 PER이 32.3배로 유럽 방산업체 평균(30.5배)보다 높아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 에너지 종목, 방어적 투자 움직임 특징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동 직후, 국제유가는 소폭 하락세를 보이며 단기적으로 안정을 찾는 듯한 양상을 보였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65달러 선, WTI는 62달러 선으로 내려앉았으며,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리스크가 일부 완화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에너지주는 단기 실적 부담이 일부 해소될 수 있지만, 지정학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기에 투자자들의 판단은 여전히 신중하다.

이에 따라 에너지 업종은 ETF를 통한 방어적 투자 움직임이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KODEX 에너지화학 ETF와 TIGER 200 에너지화학 ETF가 석유·화학 업종 전반을 담아 안정성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또 친환경 흐름을 반영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신재생에너지액티브 ETF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FN신재생에너지 ETF는 태양광·풍력·수소 등 차세대 에너지원 관련 기업들을 포트폴리오에 담으며 장기 성장성을 노리는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최근 전력 수요 확대에 맞춰 인프라 투자를 겨냥한 HANARO 전력설비투자 ETF도 부각되고 있다. 올해들어 6개월 수익률이 30%에 육박하며, 전력 인프라 확충이라는 구조적 성장 요인에 힘입어 개인·기관 투자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여기에 소형모듈원전(SMR) 붐을 타고 상장된 SOL 한국원자력SMR ETF는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한국전력 등 원자력 밸류체인을 포괄하며 새롭게 주목받는 테마다.

자산운용업계 한 전문가는 “방산 ETF가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공격적 수익 기회라면, 에너지 ETF는 인플레이션 헤지와 정책 수혜라는 방어형 성격이 뚜렷하다”며 “특히 원자력·신재생 ETF는 장기 성장 모멘텀을, 전통 에너지 ETF는 단기 배당·안정성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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