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줄었어도 사망사고 반복…제조업 부문 사망 3% 늘어
<편집자주> 안전은 비용이 아닌 경쟁력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산업안전에 대한 기업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졌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안전이 곧 경쟁력’ 시리즈를 통해 주요 기업들의 안전관리 혁신 사례와 ESG 경영 속 안전 문화 확산 노력을 살펴본다. 생명을 지키는 경영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성장의 출발점임을 함께 확인하고자 한다.
국내 산업현장에서 안전이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결정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전체 산업재해는 줄어든 반면, 제조업과 건설업 일부 기업에서는 여전히 사망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반면, 위험 예측 기반의 안전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들은 사고를 원천 차단하며 안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산업재해 사망자는 총 589명으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그러나 제조업 부문 사망자는 175명으로 2.9% 증가하며 전체 추세와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건설업 사망자는 276명으로 8.9% 줄었지만, 여전히 업종별 사망자 수에서는 가장 많았다.
제조업 사고 가운데 가장 큰 충격을 준 사례는 지난해 6월 경기 화성의 아리셀 배터리 공장 화재다. 리튬 배터리 폭발로 23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으며, 희생자 대부분은 외국인 계약직 노동자였다. 이후에도 올해 들어 대산산업단지에서 크레인 해체 중 사망 사고가 발생했고, SPC 시흥 제빵공장에서는 작업 중 끼임 사고로 노동자가 숨졌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는 고무 혼합 공정 중 화재가 발생해 직원과 소방관이 부상했다.
건설업계에서도 대형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2월 천안 고속도로 교량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 붕괴로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에만 사망사고가 네 건 발생해 중대재해 다발 기업으로 지목됐다. 해당 건설사는 지난해부터 8명의 근로자가 사망했고, 이에 정희민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혔으며 대통령은 “면허 취소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반복되는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기업은 안전을 시스템 혁신의 기회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사업장에 ISO 45001 기반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연간 1만 건 이상의 위험성 평가와 협력사 대상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산재 예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E&A는 AI 기반 실시간 안전 시스템을 도입해 안전사고 제로에 도전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조선소 내 고위험 공정을 대상으로 로봇 기반 자동화 기술을 확대하고 있다. 협동로봇을 활용한 용접 작업과 도장 공정 자동화로 인적 개입을 줄이고 있으며, HD현대로보틱스는 철골 제작, 배관 용접 등 고위험 분야에서 AI 로봇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이들 시스템은 근골격계 질환을 줄이고 휴먼 에러를 방지하는 데 효과를 보이고 있다.
풍산 울산사업장은 자체 개발한 ‘RELA(위험노출수준평가)’ 모델을 통해 근속연수와 숙련도를 반영한 맞춤형 위험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근로자 957명이 참여한 이 모델은 협력사까지 참여를 유도하며 자율안전문화를 정착시켰고, 고용노동부 우수사례 최고상을 수상했다. 특히 월 1회 협력사 안전회의, TBM 경진대회, 안전쿠폰 제도 등을 통해 현장 주도형 예방체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 제이앤에스는 ‘MY Safety’라는 이름으로 전 직원 참여형 안전 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작업 전 점검을 정례화하고, 로봇 안전장치 등 설비 개선과 함께 PDCA 기반의 관리체계를 도입해 실질적 위험 저감 효과를 얻고 있다. CEO 주도의 안전경영이 중대재해 ZERO로 이어졌고, 역시 2024년 우수사례 최고상을 수상했다.
조선용 발판 설치업체 선창은 고위험 작업을 ‘S등급’으로 분류하고, 전담 감독자 상주, 안전표지 확대 등 밀착형 안전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다국적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소통 도시락 데이’ 프로그램은 언어 장벽을 넘어 안전인식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현장 안팎에서 높은 호응을 얻었다.
정부는 중소제조업을 대상으로 ‘클린사업장 조성 지원사업’을 통해 안전설비 설치와 안전교육에 최대 23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동시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기업에 대한 점검과 처벌도 강화하고 있으며, 안전 우수기업에는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 사고를 줄이려면 단속 중심의 방식에서 벗어나 시스템화된 예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ESG 평가와 글로벌 공급망 관리에서도 안전은 핵심 항목으로, 이를 소홀히 할 경우 수주와 투자에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