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시장 본격 공략 위한 우수 인력 타사 영입
상품 및 운용 전략 차별화...컨설팅·디지털 역량 강화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판도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중심으로 요동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대형사들이 과점 체제를 굳히고 있는 가운데, 후발주자인 키움투자자산운용이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상품 혁신을 통해 추격전에 나섰다. 단순히 ‘시장 점유율 확대’라는 목표를 넘어, ETF를 투자자에게 하나의 솔루션으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포부다.
◇ ETF 운용본부 신설, 전사 역량 총동원
18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키움운용은 3월 멀티에셋운용본부 내 ETF사업부를 본부로 격상시켜 ETF운용본부를 신설했다.
이 본부는 다시 ETF운용팀과 ETF전략팀으로 세분화해 각각 역할을 명확히 했다. ETF운용팀은 실제 펀드 운용과 리스크 관리, 시장 대응을 담당한다. 반면 ETF전략팀은 시장 동향 분석, 상품 기획, 투자자 수요 예측에 집중한다. 이원화된 체계를 통해 상품 설계부터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인적 자원도 대폭 보강됐다. 삼성, 미래에셋, KB 등 국내 ETF 강자 출신 베테랑 매니저들을 잇따라 영입하면서 전통 강호들의 노하우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상반기 키움에 합류한 이경준 ETF운용본부장은 이전에 몸을 담은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한 월배당형 ETF 개발을 주도하며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키움운용 관계자는 “조직의 규모 자체는 여전히 대형사에 비해 작은 게 사실이지만, 강한 조직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실제로 내부 리서치 조직에 ETF 전담 기능을 추가하고, 마케팅 조직에는 ETF 컨설팅 기능, 지원 부문에는 디지털 마케팅 기능을 신설해 전사 차원의 역량을 ETF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ETF운용본부만의 싸움이 아니라 회사 전체가 ETF 사업에 힘을 싣는 ‘원팀 체제’로 전환된 것이다. 이는 키움이 후발주자로서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인 선택이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키움운용이 제시하는 ETF가 실제 성과와 신뢰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각인된다면, 지금의 판도에 작은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며 “작은 조직이지만, ETF 시장에 파괴력을 지닌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한 셈”이라고 말했다.
조직 개편 못지않게 주목받는 것은 상품 전략이다. 키움운용은 단순한 지수 추종형 ETF에서 벗어나, 투자자 개개인의 니즈를 충족하는 솔루션형 ETF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 바로 ‘KIWOOM 미국테크100 월간목표헤지액티브 ETF’다.
이 상품은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초로, 옵션을 직접 매수하지 않고 델타 복제 원리를 활용해 프로텍티브풋 구조를 구현했다. 블랙숄즈 모형을 바탕으로 월말 종가를 방어선으로 설정하고, 이에 따라 주식과 채권 비중을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흔히 ETF는 ‘패시브 상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 ETF는 적극적 운용을 통해 중위험·중수익을 노린다. 키움 측은 “ETF가 단순 투자 수단이 아니라, 투자자에게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해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키움이 추진하는 키워드 : ‘혁신·신뢰·연금’
키움운용은 단기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 보유 가능한 가치 중심의 라인업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혁신, 신뢰, 연금’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투자자들이 단기 성과에 흔들리지 않고, 생활과 생업에 집중하면서도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키움운용은 이를 통해 ‘고를 수 있는 ETF’, ‘신뢰할 수 있는 ETF’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 노력 중이다.
키움운용은 이번 첫 상품을 시작으로 하락 방어·인컴(Income)·성장이라는 세 가지 축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방침이다. 단순한 테마형 ETF가 아니라, 어떤 시장 국면에서도 오래 보유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옵션 복제 기반의 하방 방어 전략을 키움만의 특화 영역으로 발전시켜, 향후 다양한 전략형 상품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ETF를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니라 투자의 해법(Solution)으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국내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여기에 KB와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뒤를 잇고 있어, 후발주자의 입지는 좁다. 그러나 ETF 시장 자체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후발주자에게도 기회가 존재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ETF 순자산 규모는 7월 말 기준 약 180조원에 달한다. 불과 5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시장 파이는 커지고 있고, 투자자들의 수요도 단순 인덱스 추종에서 리스크 관리형·연금형 ETF로 다양화되고 있다. 이런 흐름은 키움운용의 전략과 맞아 떨어진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인지도 문제다. 대형사 중심의 ETF 시장에서 키움 ETF의 브랜드가 투자자들에게 각인되려면, 꾸준한 성과와 차별화된 마케팅이 필요하다. 또 ETF는 유동성이 생명인데, 거래량 확보 역시 향후 성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다.
업계 전문가들은 키움운용의 전략에 대해 “규모로는 당장 대형사를 넘어서기 어렵지만, 상품 혁신과 특화 전략이 시장 내 존재감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최근 글로벌 ETF 시장에서도 ‘액티브 ETF’, ‘전략형 ETF’가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키움운용이 선택한 방향은 적절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 ETF 시장에서도 전통적인 인덱스 추종 ETF에서 액티브 전략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블랙록, 뱅가드 등 글로벌 거인들조차 차별화된 상품 설계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키움운용은 후발주자이지만 오히려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