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고착 vs 고용 둔화, 연준의 저울질
현재 시장 ‘9월 금리인하’ 베팅...파월 고집 꺾을까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합뉴스 제공.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합뉴스 제공.

이번 주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시장은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80% 안팎으로 반영하고 있다. 특히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과 고용 사이 균형을 어떻게 해석할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국내 증권가는 연준이 연내 금리를 두번 내릴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면서도, 9월 회의에서의 즉각적 결단 여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


◇ 잭슨홀 앞둔 파월, 노동시장 균열과 인플레 사이 균형 시험대


18일(현지시간 기준) 주요외신 보도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현지시각 21~23일 잭슨홀 미팅에 참석한다. 올해 미팅 주제는 ‘전환기의 노동시장: 인구구조, 생산성, 거시정책’으로, 인플레이션과 고용 이슈가 대두될 것으로 보여진다.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을 앞두고 월가의 관심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연설 톤에 쏠린다. 

시장에선 9월 기준금리 25bp 인하 가능성을 ‘기본 시나리오’로 본다. 금 선물·연방기금선물 가격을 근거로 한 지표들은 80%대 중·후반의 인하 확률을 가리킨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잭슨홀 대기 속 금(Gold)이 보합권을 지키는 가운데, 시장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25bp 내릴 확률을 84% 내외로 반영한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파월 의장이 2022년에는 물가와 싸우는 매파적 신호, 2024년에는 고용지지 신호를 보냈다”며 올해는 두 과제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난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청사 전경. 연합뉴스 제공.
미국 연방준비제도 청사 전경. 연합뉴스 제공.

이에 대한 메시지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먼저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7%, 근원 CPI는 3.1%로 집계됐다. 헤드라인 CPI는 2%대 중후반까지 내려왔지만, (단기 변동성이 큰 요소를 제외한)근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목표(2%)를 상회한다. 

고용은 냉각 신호가 뚜렷하다. 7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7만3000명 증가에 그쳤고, 실업률은 4.2%로 상승했다. 5~6월 수치가 25만8000명 하향조정되며 전체 흐름은 더 약해졌다. 로이터는 “노동시장 균열이 넓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 파월 의장의 입술, 단어 하나에 출렁일 시장 


반대로 ‘인플레이션의 지속’을 강조하면 9월·연속 인하 기대가 낮아질 수 있다. 파월 의장이 2022년과 2024년 잭슨홀에서 정책방향을 선회·확증하는 메시지를 사용한 전례가 있었던 만큼, 올해도 단어 선택 하나에 기대 인플레이션·실질금리·달러지수까지 재조정될 수 있다.  

시장은 9월 FOMC의 25bp 금리 인하에 대체로 동의하지만, 그 다음 10~12월 FOMC의 추가 인하 속도에 대해선 견해차가 크다. 

일부 거시전문가들은 ‘점진주의’와 ‘데이터 확인 후 추가 인하’를 전망한다. 올해 공식 주제가 노동시장인 만큼, 파월 의장이 균형실업률·생산성 논쟁을 꺼낼 경우 중립금리 논의로 확장돼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한 번 자르고 멈춤(one-and-done)’과 ‘두 번 이상(two-and-through)’ 사이에서 애매한 신호가 나오면, 단기물 금리와 주식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  

자산군별로 보면, 채권은 정책민감 구간인 2년물을 축으로 ‘불 스티프닝’(단기금리 하락·장기금리 상대적 견조)이 기본 시나리오다. 외환은 비둘기적 메시지일수록 달러 약세·금 강세로 반응하는 전통적 움직임이 재현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금 가격은 잭슨홀 미팅 관망 속에서 고점권 박스를 형성하며 촉매를 기다리고 있다. 주식은 성장주가 실질금리 변화에 민감하고, 금융·소형주는 장단기 금리차·가이던스 톤에 좌우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기업·섹터 차원에선 세부 온도가 다르다. 금융은 인하의 강도·속도에 따라 순이자마진(NIM) 기대가 흔들리고, 자본재·산업재는 경기 사이클 둔화 신호가 강할수록 실적 가시성이 낮아진다. 반면 배당·유틸리티·리츠는 통화정책 완화 기대와 금리피크론 조합에서 방어력이 커진다.

원자재는 달러·실질금리 경로에 민감하지만, 지정학과 관세·공급망 변수의 잔향이 남아 있어 일방향 베팅은 위험하다. 잭슨홀 이후 바로 이어질 8월 말~9월 초의 추가 물가·고용 지표가 경로를 확증할 가능성이 높다.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기술도 관전포인트다. 파월은 ‘데이터 의존’을 반복하되, 확신의 정도를 한 단계 높이면 시장은 9월 인하를 ‘사실상 확정’으로 번역한다. 반대로 추가 증거를 강조하면, 9월 인하 기대는 남기되 연속 인하 전망이 낮아진다. 


◇ 국내 증권가 “연준, 하반기 2회 금리 인하 유력”…9월 결단엔 이견


현재 시장 가격은 ‘인하 쪽으로 기운 저울’을 반영한다. 잭슨홀을 앞두고 금·주식·채권이 동시 관망세를 보이는 가운데, 선물시장은 9월 인하 가능성을 80%대 중·후반으로 본다.

한편 국내 증권업계는 연준이 9월과 12월 각각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9월 회의 당장의 결단을 두고는 견해차가 뚜렷한 모습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잭슨홀 연설은 향후 정책 방향을 결정지을 주요 이벤트”라며 “기본 시나리오는 연내 9월·12월 인하”라고 밝혔다. 강 연구원은 “잭슨홀에서 인하 신호가 나올 수 있고, 분기별 국채 발행 계획(QRA)를 통한 단기채 중심 발행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인하 가능성 유지를 기본 전제로, 단기금리 하방경직 강화를 전망한다”며 “연내 인하 횟수는 1~2회로 폭을 뒀고,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목표와 부합하는 흐름, 서비스 물가 둔화를 주목 포인트로 꼽는다”고 말했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내 2회 인하 가능성을 유지하되 파월의 신중 기조를 전제했다. 9월 인하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세부 변수로 관세 등 정책 환경과 고용지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과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내 인하는 2회를 기본으로 보되, 9월 인하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연준 내부 이견이 확대되고 있다”며 “보우먼·월러 등 일부 위원의 이례적 반대가 있었지만, 인하 지지 기류가 내부에서 확산 중”이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그럼에도 9월 인하 가능성은 유효하고, 연내 2회 인하 시나리오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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