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비정규직 잇단 교섭 요구 봇물
현대제철·삼성·네이버·조선업까지 확산
대기업 직격탄 불가피…경제단체 '시행 보류' 호소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노동계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오며 산업 현장이 빠르게 요동치고 있다. 하청·비정규직 노조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잇따라 내는 가운데, 경제계는 산업 전반의 혼란을 우려하며 시행 유예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재정의해 하청·비정규직도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또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개인별 기여도에 따라 산정하도록 해 사실상 노조 개인에 대한 손배소 제기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 노동계 "노동 존엄 지킬 최소한의 방파제"
노동계는 법 통과를 즉각 환영하며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5일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진짜 사장 현대제철은 비정규직과 교섭하라"고 외치며 직접 고용을 요구했다. 이들은 오는 27일 대검찰청 앞에서 부당노동행위 고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협력사 이앤에스 노조 역시 "삼성이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 범위를 확대했고, 네이버 산하 6개 하청노조와, 조선업종 노조연대 등도 잇달아 원청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27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특히 반도체·자동차·조선·철강 하청업체가 얽힌 산업 현장에서는 들불처럼 파급효과가 번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파업이 가결될 경우 7년 만에 파업에 돌입하는 셈이다. 한국 철수설이 나오고 있는 한국GM에서는 이미 노조가 부분파업과 철야 농성에 들어간 상황이다.
◇ 경제계 "산업현장 극도의 혼란 불가피"
반면 경제계는 산업 혼란을 경고하며 "최소 1년 이상 시행을 유예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총·대한상의·한경협·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중견기업연합회 등 6대 경제단체는 노란봉투법 통과 직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도 "노동조합법상 사용자가 누구인지,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사업경영상 결정이 어디까지 해당하는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통과 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는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이 대응할 수 없어 산업현장은 극도의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사업경영상 결정까지 쟁의행위 대상으로 포함되면 구조조정과 해외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 "노동 존엄 방파제" vs "기업 내쫓는 경제내란"
정치권에서도 노란봉투법을 두고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으며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25일 "노란봉투법은 부당한 손배·가압류의 굴레를 끊고, 노동이 생존과 존엄을 지켜낼 수 있는 최소한의 방파제를 세웠다"고 자평했다.
박지혜 대변인도 "기업이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통해 이익을 보면서도 그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산업안전에 눈감겠다는 모순된 노사관계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표결에 불참했던 국민의힘은 재계가 제기한 "기업 해외 엑소더스" 우려를 전하며 "우리 경제 질서에 막대한 후폭풍을 불러올 경제내란법"이라고 폄훼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어버리고, 기업을 해외로 내쫓으면서 결국은 청년 일자리 감소, 경제 성장동력 상실, 국민경제 초토화, 대한민국 경제를 뒤흔드는 경제내란"이라고 거센 비난을 쏟았다.
노란봉투법이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보호막'이 될지, 산업계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시한폭탄'이 될지는 앞으로 6개월의 유예 기간 동안 정부가 마련할 보완책에 달려 있다는 진단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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