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세계 1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전략광물 게르마늄 공급망 협력에 나섰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희소금속 분야에서 한미 민간 협력의 첫 성과로 꼽히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경제안보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25일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광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합의는 중국 중심의 자원 무기화 흐름에 대응하고, 한미 양국 간 경제안보 협력 논의를 민간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양사는 오프테이크(우선 확보권) 계약을 추진하며 장기적 협력에 나선다.
체결식에는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 록히드마틴 마이클 윌리엄슨 글로벌부문 사장 등 양사의 핵심 경영진이 참석했다. 양측은 이번 협력이 “탈중국 공급망 구축”의 상징적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고려아연은 중국, 북한, 러시아, 이란을 제외한 지역에서 확보한 원료로 고순도 게르마늄을 생산해 록히드마틴에 공급할 예정이다.
게르마늄은 야간투시경, 적외선 감지기, 열화상 카메라 등 방위산업 핵심소재이자 위성 태양전지판, 고성능 반도체, 광섬유 등 첨단산업에도 폭넓게 쓰인다. 하지만 세계 정제 게르마늄의 68%가 중국산으로, 공급망 다변화가 국제적 과제로 떠올랐다. 이번 MOU는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을 완화할 해법 가운데 하나로 주목된다.
이번 협력의 기반에는 고려아연의 신규 투자 계획이 있다. 고려아연은 울산 온산제련소에 약 1400억원을 투입해 게르마늄 공장을 신설한다. 2027년 시운전을 거쳐 2028년 상반기 상업가동을 목표로, 연간 게르마늄 메탈 환산 기준 10톤 규모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 유일의 게르마늄 생산기업으로 자리잡고,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에 제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고려아연은 이미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등 전략광물을 생산하며 국내 공급망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방위산업 핵심소재인 안티모니는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29.9% 증가했고, 지난 6월부터 미국 수출을 시작해 연내 100톤 이상, 내년에는 240톤 이상으로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MOU가 단순한 원자재 계약을 넘어 한미 경제안보 동맹을 민간 차원에서 강화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본다. 중국 중심의 자원 공급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국제적 움직임 속에서 한국 기업이 전략광물 공급망 안정화의 핵심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록히드마틴은 F-35 스텔스 전투기, 이지스 전투체계, 패트리엇 미사일 등 미국을 대표하는 방위산업 무기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한국과는 UH-60 헬기, F-16 전투기 조립 생산, T-50 고등훈련기 공동 개발 등 40여 년 협력 역사를 갖고 있다. 고려아연과의 게르마늄 협력은 이러한 파트너십을 전략광물 분야까지 확장한 사례다.
고려아연은 이번 협력이 자사 신사업 전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와도 맞닿아 있다고 강조한다.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자원순환, 2차전지 소재를 핵심축으로 한 이 전략 속에서 전략광물 확보는 국가 경제안보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모두를 뒷받침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전략광물 공급망 안정화는 국가 차원의 핵심 과제이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며 “록히드마틴과의 협력을 계기로 한미 양국의 경제안보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