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2.0%·1.9% 전망, 경상수지 흑자 1100억 달러
“내수 회복은 이어지나, 대미 관세 영향으로 수출 둔화”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0.8%에서 0.9%로 소폭 올리고, 내년 전망은 1.6%로 유지했다.
◇ “소비 회복·반도체 호조” vs “건설 부진·관세 리스크”
28일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열린 거시전망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이 점차 확대되면서 세계 경제 성장률은 완만히 둔화되는 흐름”이라며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고성능 IT 품목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7월 초 확정된 2차 추경 효과도 반영했다”고 말했다.
김 부총재보는 “금년도 국내 경제성장률을 0.9%로 본다”며 “소비는 추경 효과와 심리 개선으로 회복했고, 수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했으나 건설투자가 예상보다 부진해 상향 폭이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수 중심의 회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출은 미국 관세 영향이 확대되며 둔화될 것”이라며 “내년도 성장률은 1.6%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물가에 대해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0%, 내년 1.9%로 본다”며 “근원 인플레이션도 올해와 내년 모두 1.9%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유가 하락에도 농산물 가격 상승을 반영해 금년 전망치를 지난번보다 0.1%포인트(p) 상향했다”며 “내년은 소비 등 내수 회복세를 반영해 소비자물가와 기업물가 모두 0.1%p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노동시장에 대해선 “올해 취업자 수 증가는 17만명으로 지난 전망을 다소 상회할 것”이라며 “제조업·건설업 고용은 감소세가 이어지지만, 정부 일자리 정책과 소비 개선으로 서비스업 증가는 당초 전망을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수지에 관해선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1100억 달러로 본다”며 “반도체 수출이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고 미국 관세 영향도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리스크 요인도 짚었다. 김 부총재보는 “반도체 경기 상승세가 지속되거나 미·중 관세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는 경우는 상방 리스크”라며 “반대로 주요국 간 무역 갈등이 심화하거나 건설 부문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는 하방 리스크”라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물가 흐름은 국내외 경기, 환율과 국제유가,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총재보는 “추경과 소비심리 개선으로 내수 중심의 회복세가 이어지겠지만, 대미 관세 영향이 확대되며 수출은 둔화될 것”이라며 “물가는 금년과 내년 모두 목표 수준 근방에서 안정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 “트럼프 대통령이 끌어 올린 관세…무역 질서 변화”
백재민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무역팀장은 “지난달 한미 관세 합의로 미국의 무역정책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완화됐다”며 “그러나 평균 관세율이 15% 수준으로 높아져 글로벌 교역 환경이 크게 악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정부의 고강도 관세 정책이 없었다면 올해 국내 성장률은 0.45%p, 내년 0.6%p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무역 경로가 절반가량을, 금융·불확실성 경로가 각각 4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백 팀장은 “미국의 관세정책이 생산·투자·고용을 약화하고 내수 수요는 축소될 것”이라며 “올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15%p, 내년 -0.25%p 낮출 것으로 분석된다가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미 수출 타격은 금속(철강·알루미늄), 기계, 자동차에서 크다”며 “수입 측면에선 유발수입이 2.2% 감소하는 반면, 대(對)한국 전환 수입은 1.3% 늘고 중국·일본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전환 수입이 대규모로 유입되면 국내 산업 생태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을수록 성장의 마이너스 폭이 크다”며 “한국·아세안·중국은 둔화 폭이 큰 편인 반면 일본·유럽연합(EU)은 내수 비중과 낮은 관세율로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엔 기업의 부담 흡수로 미국 소비자물가 전가가 제한적이었지만, 최근 들어 관세의 부정적 영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내년 성장률(1.6%) 유지 배경과 관련해 “올해 건설투자 급감 효과가 컸고, 내년엔 내수 플러스와 반도체 기저효과가 상쇄됐다”며 “정부 예산안은 확정 전이라 전망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가 없었다고 성장률을 단순 가산하기는 어렵다”라며 “충격 제거 시 내수·투자 상호작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소비 개선이 낮은 수준에서의 반등이라 수요 압력이 강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김 부총재보는 “3분기 성장률을 전기 대비 1.1%로 본다”며 “소비쿠폰·심리 개선·추석 효과가 9월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수지에 대해서는 “흑자를 1100억 달러로 상향했다”며 “반도체 호조, 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 감소, 해외투자 배당 등 소득수지 확대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백 팀장은 “관세 정책은 단기 경기뿐 아니라 무역 질서와 산업 구조를 바꿀 수 있다”라며 “정부·기업이 공급망 재편과 현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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