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능한 충격, 시장은 결국 회복”...리스크 아닌 기회
“BBB 채권, 시장 충격 방어 전략적 자산”
AB자산운용은 “시장에서 예측 불가능한 충격 발생 시, BBB 등급 채권의 가격 하락 폭이 적어 방어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후 BB 등급 채권으로 갈아탈 기회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 “BBB와 BB, 한 단계지만 완전히 다른 그룹”
30일 AB자산운용은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AB자산운용 2025년 글로벌 주식 및 채권 시장 전망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스트레이트뉴스는 “예상치 못한 리스크 이벤트가 시장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도 BBB 채권과 BB 채권 간 스프레드 축소가 유효할지”에 대해 질문했다.
유재홍 AB자산운용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채권 등급 구간에 있어 BBB와 BB는 등급상 단 한 단계 차이지만, 시장에서는 완전히 다른 그룹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그는 “BBB는 투자등급이고, BB는 투기등급에 해당하는데, 최근 몇 년간 스프레드 움직임을 보면 두 등급 간 금리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BBB가 상대적으로 더 유리한 투자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예상치 못한 시장 충격이 발생할 경우, 신용등급 간 민감도의 차이는 더 극명해진다는 지적했다. 그는 “4월처럼 예측 불가능한 이벤트가 발생하면 등급이 낮은 채권일수록 가격 반응이 훨씬 더 부정적”이라며 “반면 BBB와 같은 고등급 채권은 변동폭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방어적 성격을 띤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처럼 스프레드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는 금리를 크게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BBB 채권을 보유할 수 있다”며 “예기치 못한 충격이 발생하면 BBB를 보유하다가 가격이 급락한 BB로 스위칭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유 매니저는 “예측 불가능한 시장 변수는 리스크가 아니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 구간에서는 BBB 중심의 구성 전략이 더욱 유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크레딧 채권 금리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며 “BBB 등급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BB 대비 스프레드 축소로 투자 메리트가 높아졌다며“CCC보다는 BB, B 등급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채권 투자자들은 단기 뉴스에 과잉 반응하기보다, 시나리오에 기반한 점진적 조정을 해야 한다”며 “국채와 크레딧 채권을 균형 있게 구성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 매니저는 “장기채보다는 중기채 이하가 연준 정책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수익률 곡선이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시기를 되돌아 봤을 때,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17개월동안 기준금리를 3.00%포인트(p) 올렸다. 이후 작년 8월까지 3.50%를 유지하고 10월부터 금리를 내리기 시작해 현재는 2.50%를 유지 중이다. 반면 미국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6개월만에 5.25%p를 인상했다. 작년 8월까지 5.25~5.50%를 유지하고, 9월부터 인하를 시작해 현재 4.25~4.50%를 유지 중이다.
유재홍 선임 매니저는 “최근 6개월간 글로벌 채권은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며 “하이일드, 이머징, 크레딧 채권들은 금리를 기반으로 캐리를 쌓는 구조에서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많은 투자자들이 연준은 언제 금리를 내리는가에 주목하고 있다”며, “연준을 포함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사이클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해방의 날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자산은 주식이었다”며, “고금리 채권들도 상반기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채의 경우 해방의 날 이후 수익률이 0.6%에 불과하며, 유로존과 차별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 매니저는 “관세가 물가 상승 요인이지만, 아직까지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서비스 물가가 하락세이고, 주거비와 주택가격도 하향 중이어서 전반적인 물가 압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고용은 평형 상태에 근접하지만, 외부 충격 시 하방 압력이 존재한다”며 “1분기 미국 성장률 둔화는 수입 급증과 소비지출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유재홍 매니저는 “연준위원들 간 입장이 양분화되어 있다”며 “시장은 인하 시점에 관심을 두고 있으나, 최종 금리가 얼마나 낮아질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처럼 금리 인하가 재개된다면 최종 금리는 3%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 “예측 불가능한 충격, 시장은 결국 회복한다”
“1980년대와 현재의 통화정책, 기술 환경, 시장환경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냐”는 스트레이트뉴스 질문에 대해, 이재욱 AB자산운용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그리고 현재까지 미국 시장을 보면 시대마다 주도 기업은 바뀌었지만, 그 과정을 거치며 시장의 근본 체질이 강화되어 왔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내에서 경기민감 업종의 비중이 매우 높았지만, 현재는 비중이 크게 줄고 경기 민감도가 낮은 산업들이 중심으로 자리잡았다”며 “이 자체가 미국 시장이 외부 변수에 덜 민감해진 배경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재욱 매니저는 “2000년대 초반의 닷컴버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시장은 문제점을 인식했고, 이후 생존한 기업들은 단순한 성장성뿐 아니라 수익성과 현금흐름 기반의 우량성까지 갖추게 됐다”며 “현재 미국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단기 트렌드에 의존하지 않고 위기 상황을 견딜 수 있는 체력까지 갖췄다”며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고려한 체질 개선이 확실히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성과가 미래를 보장하진 않지만, 그간 이뤄진 시장 구조의 진화는 미래 예측에 신뢰를 더해주는 근거가 된다”며 “그 점에서 미국 시장에 대한 장기적 전망은 더욱 유효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재욱 매니저는 “올해 상반기 미국 증시의 높은 변동성은 펀더멘털이 아닌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에서 비롯됐다”며 “관세, 지정학, 정책 리스크 등은 매년 발생해 왔고,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그는 “1980년대부터 S&P500 지수는 연간으로는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중간중간에는 -10%, -20% 조정이 빈번하게 있었다”며 “예측 불가능한 조정은 통제할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은 항상 회복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980년에도 연중 -20% 조정이 있었지만 연말까지는 +30%의 수익을 냈고, 올해도 유사하게 -20% 조정 이후 현재는 플러스 영역으로 반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매년 변동성에 놀라지만, 이런 심리적 불안은 반복돼왔고 시장은 늘 극복해 왔다”며 “미국 시장은 변동성을 감내하며 일정한 투자 비중을 유지하는 전략이 장기 성과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재욱 매니저는 “미국은 유럽, 일본, 신흥국 대비 거시경제 변수에 덜 민감한 구조”라며 “그 이유는 첫째, 초강대국으로서의 지위, 둘째,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미국 주가는 펀더멘털, 특히 기업의 이익과 거의 정확히 수렴하는 시장”이라며 “올해 미국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은 9%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이고, 2026년까지도 연평균 10% 중반대의 성장률이 기대된다”고 했다. 이어 “유럽이나 신흥국도 성장률은 높지만, 미국은 기업이익과 주가가 구조적으로 더 강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타이밍보다 기간’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매니저는 “고점에서 팔고 저점에서 사는 건 이론적으로는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예컨대 1980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투자했을 때 가장 좋은 열흘을 놓쳤다면 누적 수익률은 현저히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방의 날 선언 이후 급등장에서 일일 수익률이 역사적 고점을 찍었는데, 이걸 정확히 맞출 수 있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며 “결국 시장에 오래 남아 있는 것이 유일한 정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시장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매수·매도 타이밍을 잡기보다 장기 보유가 더 유리하다”며 “단 하루 투자했을 때 수익 확률은 54%에 불과하지만, 10년을 유지하면 90%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매그니피센트 7(M7) 등 기술주 중심의 소수 종목 집중 현상이 심했지만, 올해부터는 산업별 기술 혁신과 함께 스타일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며 “인공지능 기술(AI)은 특정 빅테크 종목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다양한 업종에 확산되고 있고, 이런 환경에서는 액티브 전략이 더 유효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S&P500의 예상 주가수익비율(Forward P/E)은 역사적 고점 수준이긴 하지만, 동시에 기대 수익성도 역사적으로 높다”며 “높은 수익성을 반영한 결과이므로 시장이 고평가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절대 수치로만 시장을 평가하기보다, 수익성과 비교해 적정한지 상대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