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대는 고배당, 20·30대는 AI·로봇·차이나ETF 집중

챗GPT를 통한 이미지 생성.
챗GPT를 통한 이미지 생성.

여의도 한 증권사 자산관리 창구. 60대 고객은 “월세처럼 매달 들어오는 배당으로 생활비를 보태고 싶다”고 말한다. 같은 시간, 20대 대학원생은 휴대폰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ETF 신규 상장’ 소식을 커뮤니티에 올린다. 

한 공간에 두 개의 취향이 선명하게 보인다. 은퇴를 앞둔 세대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사회에 막 들어선 세대는 빠르게 클 수 있는 분야를 찾는다. 다만 둘 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쓴다는 점은 같다. 


◇ “배당으로 생활비 챙기는 은퇴세대 vs 혁신 테마에 베팅하는 MZ세대”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3조4800억원이던 ETF 거래대금은 올 6월 5조2500억원까지 늘었다.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지고, 상품이 다양해졌고, 해외 테마도 쏟아지면서 고르는 재미가 커졌다. 그만큼 세대별로 고르는 상품도 갈린다.

배당을 많이 주는 상품과 매달 분배금을 주는 ETF는 50·60대의 기본 선택이 됐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은 ‘배당과 채권 중심으로 흔들림을 줄이자’는 주문이 많다”며 “특히 월지급 ETF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월지급 ETF로만 6조1700억원이 들어왔다. 이 상품들은 채권, 배당주, 옵션 전략을 섞어 매달 돈이 들어오도록 설계돼 있다. 은퇴자 입장에선 연금에 배당을 더 얹는 느낌이다.

자산관리 업계의 제안도 비슷하다. 은퇴를 앞둔 손님에게 ‘변동성은 낮추고 배당은 높이는’ 해법을 전면에 내세운다. 상담 테이블에는 배당 일정표와 월지급 달력이 놓여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외처럼 ‘배당과 연금으로 생활비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한국에서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했다.

삼성자산운용 제공.
삼성자산운용 제공.

반대로 20·30대는 성장과 혁신을 좇는다. AI 반도체, 휴머노이드 로봇, 양자컴퓨팅, 중국 테크 같은 테마형 ETF가 뉴스에 따라 빠르게 오르내리는 동안, 젊은 투자자들은 개별 종목 대신 이런 ETF로 분산 투자한다. 

4월엔 국내시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ETF만 3종이 상장했다. 나스닥의 AI 대형주나 테슬라, 팔란티어 등 화제가 많은 종목을 담은 테마 ETF가 빠르게 늘었고, 상장 직후 개인 매수세가 몰리는 장면이 여러 번 나왔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 ETF’는 이날 기준 순자산 1000억원을 돌파했다.


◇ 중국 AI·로봇 ETF 열풍…세대별 선택지는 더 넓어졌다


중국(차이나)도 젊은 층이 많이 보는 무대다. 중국의 AI·로봇·클라우드 산업을 묶은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잇따라 나오면서, 정책 변화와 공급망 이슈에 따라 성과가 크게 움직인다. 변동성은 크지만, “초기에 잘 잡으면 수익 폭이 크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6월, ‘TIGER 차이나 ETF’ 2종을 신규로 상장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월지급 ETF의 주 이용자가 꼭 고령층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일부 통계에선 40대 이하 보유 비중이 70%를 넘는다. 젊은 층도 “매달 들어오는 돈”의 편안함을 안다. 예금 금리가 꺾인 뒤로는 인컴형(현금흐름형) ETF를 포트폴리오의 완충재로 쓰는 모습도 보인다. ‘배당은 어르신, 성장은 MZ’라는 말이 꼭 들어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래에셋증권 제공.
미래에셋증권 제공.

상품 환경의 변화도 세대 선택을 도왔다. 2월 이후 본격화한 초저보수 경쟁으로 대표 지수형뿐 아니라 일부 테마·해외 ETF까지 비용이 낮아졌다. 적은 돈으로도 찔러보기와 나눠 담기가 쉬워졌다. 또 시장 상황에 맞춰 장바구니를 바꾸기(갈아타기)도 편해졌다. 그래서 50·60대는 배당·채권으로 중심을 잡고, 20·30대는 성장 테마를 곁들인다.

더 넓게 보면 이런 ‘갈라짐’은 가계 자산의 변화와도 통한다. 조사 결과를 보면 평균 자산은 조금 늘고, 빚은 소폭 줄었다.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주식·채권·ETF로 돈이 이동하는 구간이다. 이때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할지는 나이와 상황이 좌우한다. 소득은 적지만 시간이 많은 20·30대는 변동성을 감내하고 장기 성장을 노린다. 은퇴 소득이 줄어드는 50·60대는 눈에 보이는 현금 흐름을 우선한다.


◇ 성장과 배당, 균형 잡아야 진짜 수익 지킨다


다만 ‘성장’과 ‘배당’이 서로 배타적인 선택일 필요는 없다. 비중과 순서의 문제다. 예를 들어 20·30대가 AI·로봇·차이나 같은 테마형 ETF를 곁들이려면, 중심에는 S&P500·나스닥100 같은 대표 지수형과 우량 채권 ETF를 둬서 큰 하락에 대비하는 편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새로 나온 세부 테마는 상장 직후에 과열되기 쉬우니, 거래대금이 꾸준한지, 구성 종목이 한두 개에 지나치게 쏠려 있지 않은지 먼저 살피라는 충고다. 실제로 양자컴퓨팅 ETF가 한 달 수익률 상위를 찍었다가 빠르게 되돌림이 나온 사례도 있었다.

50·60대에게도 균형은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월지급이나 옵션 전략 상품만으로 묶어두면, 장기 실질수익이 낮아질 수 있다. 배당주·채권형으로 중심을 잡되, 비중을 크게 늘리지 않는 선에서 AI 인프라, 반도체 공급망, 디지털 헬스케어 같은 구조적 성장 분야를 조금 담아두면 위안이 될 수 있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한편 결국 테마형의 공통 위험은 ‘이야기에 너무 기대는 것’이다. 왜 지금 이 테마여야 하는지 설명이 약해지면, 자금은 금방 돌아선다. 반대로 배당주에도 함정은 있다. 배당이 높은 이유가 사업 성장 둔화 때문일 수 있다. 배당을 볼 땐 배당이 꾸준히 늘고 있는지, 현금창출력은 충분한지, 빚은 부담스럽지 않은지 함께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는게 공통된 지적이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옵션 전략이 들어간 상품은 상승장에서 수익이 일정 부분 막히는 구조가 있어서, 강한 상승이 이어질 땐 배당의 편안함과 상승 수익 중 무엇을 우선할지 미리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월지급이 배당인지, 옵션 프리미엄인지, 세후 수익은 얼마인지, 금리·변동성에 얼마나 민감한지도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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