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29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중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업계 전반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한류 열풍도 맞물리며 관광객 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업종별 대응 전략과 효과는 엇갈린다. 본지는 면세점·백화점·화장품·호텔 등 주요 유통업계의 대응을 점검하고, 이번 조치가 반짝 특수에 그칠지, 아니면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이 될지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정부의 중국 단체관광 무비자 허용 조치로 유통업계 전반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호텔업계, 특히 5성급 측은 ‘단체 관광객’ 수요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중국 특수’의 직접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체 관광객은 여행사를 통해 함께 입국하는 5명 이상을 말한다.
4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은 약 173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달보다 19.7% 많은 수준이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약 60만명으로 전체 국가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일본(30만명), 타이완(20만명), 미국(13만명), 홍콩(6만명)이 뒤를 이었지만, 규모 면에서 중국이 압도적이었다. 2019년 같은 달과 비교해 중국인 관광객 수는 16% 증가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누적 중국인 관광객 수는 약 313만명으로 국가별 집계에서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일본은 192만명, 타이완 106만명, 미국 86만명, 홍콩 35만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전체 외래 관광객 1056만명 가운데 중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한국 관광 회복세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업계는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정부의 무비자 정책 효과까지 더해 올해 누적 중국인 관광객 수가 500만~6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5성급 호텔업계는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합리적인 가격과 접근성을 중시해 주로 3~4성급 호텔을 이용해왔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해당 호텔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중국인 고객 비중이 크지 않아 무비자 입국에 따른 수요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호텔업계는 내·외국인 고객, 특히 특정 국가 고객만 구분해 별도 프로모션을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대다수 호텔은 기존 시즌별 패키지와 이벤트를 유지하며 추가 수요 역시 자연스럽게 기존 상품에 흡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중국 단체 관광객을 위한 별도 상품은 없지만, 가을 시즌 패키지 자체가 외국인 고객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객실 점유율 상승뿐 아니라 레스토랑·스파 등 부대시설 매출 확대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라·조선·포시즌스, 5성급 호텔 단체 관광객 수요 제한적
별도 프로모션 대신 기존 패키지 유지로 국내·외 고객 몰이
신라 ‘뮤직 북캉스’·조선 ‘폴 인 라이트’·포시즌스 ‘서울 마이 소울’
이러한 가운데 서울 주요 호텔들이 가을 시즌을 겨냥해 차별화된 패키지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음악·도서·오디오 체험부터 조명 협업, 지역사회 기부 프로젝트까지 결합한 상품으로 고객층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서울신라호텔은 독립서점 ‘사적인서점’, 음악 큐레이션 브랜드 ‘에센셜(essential;)’과 협업해 ‘뮤직 북캉스’ 패키지를 출시했다. 투숙객은 맞춤 도서와 전용 플레이리스트를 제공받으며, 매주 금요일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에서 열리는 ‘뮤온 스트리밍 세션’ 초대권도 받을 수 있다. 영국 오디오 브랜드 KEF의 한정판 ‘뮤온(Muon)’ 청음회와 작가·아티스트 토크가 함께 진행된다.
웨스틴 조선 서울은 오는 11월 30일까지 가을 패키지 ‘폴 인 라이트(Fall in Light)’를 운영한다. 국내 조명 브랜드 ‘리을 라이팅’과 협업해 제작한 한정판 무드등을 기프트로 제공한다. 스위트 객실 고객에게는 가을 시즌 음료 이용권이 추가된다. 레스토랑 ‘스시조’와 ‘아리아’에서는 일본 현지 셰프를 초청한 갈라 디너도 마련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서울시와 함께 ‘For Seoul, With Soul’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수익금 일부를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사회공헌형 프로그램으로, 한정 객실 패키지 ‘서울 마이 소울(Seoul My Soul)’을 선보인다. 패키지에는 조식, 굿즈 세트, 시그니처 향 스프레이, 사우나 이용권 등이 포함된다. 오는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투숙 가능하다.
이번 가을 특급호텔들이 내놓은 다양한 패키지는 단순한 숙박을 넘어 문화·미식·웰니스를 아우르는 체험형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단체관광 무비자 조치가 맞물리면서 외국인 고객 유입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모션의 성격상 내국인·외국인을 구분하지 않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난다면 자연스럽게 수요가 반영될 것”이라며 “가을 성수기를 계기로 호텔업계 전반의 회복세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수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