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국감 한 달여 앞두고 노동자 사망사고 또 발생…김희철 대표 사과
삼성중공업·HD현대삼호 5월 연이어 노동자 사망사고…조선업 전체 불안감
지난해 노동자 사망사고 발생으로 인해 국내 조선사들이 국정감사에 소환되는 등 뭇매를 맞은 가운데 올해도 여전히 조선업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새 정부가 산업현장 안전을 더욱 강조하며 기업의 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사안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어 국감을 한 달 남짓 앞두고 있는 상황에 조선업계에 더욱 눈길이 쏠리는 모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은 지난 4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2시까지 4시간 동안 생산을 중단한 채 특별안전교육과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지난 3일 사업장에서 구조물 하중 테스트를 하던 중 데크가 붕괴되면서 브라질 국적 선주사 소속 감독관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작업 중단에 이어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가 즉각 사과문을 냈다. 김 대표는 "사고 확인 직후 관련 작업을 중단하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며 "관계 기관에 적극 협조해 사고 원인을 규명함과 동시에 재발 방지책을 적극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 구성원들의 안전을 두고는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는 마음가짐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국감을 한 달여 앞둔 가운데서 발생한 사망사고인 탓에 한화오션을 둘러싸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한화오션은 5명의 원·하청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데 따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 소환됐으며 당시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이 출석한 바 있다.
한화오션 뿐 아니라 삼성중공업, HD현대(HD한국조선해양) 등 다른 조선사들도 올해 어김없이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데 따라 조선업계 전반으로 국감을 앞두고 불안한 분위기다.
특히 새 정부 들어서면서 산업현장 안전사고를 더욱 민감하게 다루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반복되는 산재 사고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규정한 상태로, 건설업계, 철도업계 등에서는 현재 각 사 대표가 물러나는 등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는 중이다.
여기에 여당이 최근 산업 안전을 위한 입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올해 국감의 쟁점도 산재의 예방과 사후 대책에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당은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강화와 작업중지권 확대를 골자로 하는 산업안정보건법 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국회 환노위 소속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자 대표와 명예산업안전관리 감독관에게도 작업중지권을 부여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 조선3사 모두 노동자 사망사고 올해도 발생…안전관리 '유명무실'
지난해 한 차례 뭇매를 맞은데 따라 조선3사 모두 안전 관리 예산을 증액하거나 안전 담당 조직 신설, 안전 관리 체계 재정비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삼성중공업과 HD현대의 경우 올해 5월에 큰 사고들이 발생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5월 거제조선소에서 사외 협력업체인 선박부품 납품업체 소속 50대 노동자가 선박 부품인 모노레일 수리 작업을 하다가 끼이면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사고 발생 즉시 해당 선박의 전체 작업을 중지하고 특별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이어 오후에는 거제조선소 내 전 지역의 작접을 중지했다.
삼성중공업의 이 같은 사고는 앞서 지난 5월 8일 거제조선소에서 800t 골리앗 크레인 하중 테스트 도중 튄 철판 파편에 맞아 하청업체 소속 50대 노동자가 팔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한 다음 일어난 것이라 한층 더 비난을 받았다.
특히 발생 나흘 전인 5월 23일 안전보안 컨트롤타워인 '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하고 개소식을 연 것을 무색하게 만드는 사고다. 당시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는 "무사고·무재해 실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며칠 뒤 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 HD현대삼호도 같은 5월에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5월 17일 HD현대삼호 영암조선소에서 번박 블록 내부 작업을 진행하던 4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개구부 아래로 추락해 구조됐으나 치료 도중 숨진 것이다.
이에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는 '안전조치 부재, HD현대삼호 후진국형 중대재해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노조는 "현장 조서 결과, 개구부 덮개가 제대로 고정돼 있지 않아 누구든 잘못 밟으면 추락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사측이 숨진 노동자의 건강 상태를 거론하며 안전 관리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자회사인 HD현대중공업이 지난해 한화오션과 함께 국회 환노위 국감에 소환된 바 있기 때문에 올해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당시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가 출석했으며 노동자 사망사고 발생에 대해 크게 지적받았다.
이 가운데 HD현대는 지난 4일 각 사 대표이사 주관으로 전 계열사가 일제히 현장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도 김재을 HD현대삼호 사장과 함께 영암조선소를 찾았다.
정 수석부회장은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라며 "회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임직원의 생명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사업장에서 중대재해를 '제로'로 만들 때까지 현장 중심의 경영을 이어나가 달라"고 당부했다.
조선업이 '마스가' 프로젝트로 한국 산업계를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가 모이고 있지만 노동자 사망사고라는 중대재해가 여전히 끊이지 않으면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관련 쇄신 작업이 더 우선돼야할 전망이다.
투자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는 "산업재해는 기업 내부의 문제가 아닌 기업가치와 투자 의사결정에 직결되는 핵심 비재무 리스크"라고 강조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