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예상 외 호실적에 SK하이닉스·삼성전자 실적 기대감↑
마이크론 HBM 점유율 확대·중국 자립 가속화 변수…"대비 필요"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하면서 메모리 업계의 '실적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론이 올해 3분기(6~8월) 시장의 전망치를 상회하는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마이크론이 빠른 속도로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다 중국의 HBM 자립 속도도 가속화되면서 내년 6세대 HBM 시장 개화를 앞두고 하반기부터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올해 3분기(6~8월)에 전년 동기 대비 45% 늘어난 113억2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앞서 미국 현지 시장 전망치(매출 112억2000만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클라우드 메모리 부문 매출이 45억4000만달러로 적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늘어나면서 실적을 대폭 견인한 가운데 마이크론은 오는 4분기(9~11월) 매출도 12억달러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마이크론이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국내 반도체 양강인 SK하이닉스과 삼성전자의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AI(인공지능) 수요 증가에 따른 본격적인 메모리 '훈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HBM 등으로 인해 D램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슈퍼사이클, AI의 부상으로 모든 산업에 호황'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는 반도체 업계에 따뜻한 겨울이 될 것"이라며 "HBM을 둘러싼 기회가 업계 성장률을 앞서고 있고 AI 서버와 모바일 D램 수요 덕분에 일반 메모리칩의 가격 변동률이 다시 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내년까지 HBM 주도의 D램 시장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전체 D램 가격은 13∼18% 상승하고 같은 기간 범용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8~13%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한편 "미국과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 모두 2026년에 서버용 D램 조달을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마이크론도 HBM 기반의 D램 시장 성장세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2030년까지 HBM 시장이 10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며 "HBM의 성장세는 일반 D램의 성장세보다 뚜렷하고 이런 추세는 2026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 상승 사이클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HBM 시장 점유율 확대와 DDR5 수익성 개선이 맞물려 반도체 실적을 강력하게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BM 선두주자인 SK하이닉스 역시 시장 우위를 지킬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에 대해 "향후 메모리 가격 상성과 수급 개선 수혜로 2025년 실적은 사상 최대치 달성이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다만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올해 호실적이 기대되는 상황에서도 HBM 경쟁력 부분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의 HBM 사업 드라이브가 점차 빨라지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출하량 기준으로 SK하이닉스가 62%로 1위를 지킨 가운데 마이크론 21%, 삼성전자 17% 순으로 순서가 역전됐다. 계속 3위였던 마이크론이 삼성전자를 앞선 것이다.
단, 6세대인 HBM4 분야는 삼성전자가 소폭 앞서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말 HBM4 출시가 시작되면 한국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공고히 해질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2분기 예상보다 저조한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최근 주요 고객향 HBM3E 제품 인증과 내년 HBM4 수출을 기반으로 점유율을 확대해 2026년에는 점유율이 3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론은 HBM 시장 선점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주요 고객사(엔비디아) 요구에 맞춰 대역폭을 초당 최대 11Gb로 높인 HBM4 고객 샘플을 전달했다"며 "HBM4는 2026년 2분기에 첫 양산과 출하가 시작되고 하반기 생산량이 늘 것이다. 내년엔 (HBM 시장) 점유율이 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대비도 필요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HBM 자립 속도도 가속화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업체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는 D램과 HBM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YMTC가 우한에 건설 중인 신규 반도체 생산 시설의 일부를 D램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중국 내수 수요를 우선 충족시키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글로벌 HBM 공급망에도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화웨이도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자체 개발한 HBM인 'HiBL 1.0'을 공개하며 내년 1분기 출시 예정인 AI 반도체 '어센드(Ascend) 950PR'에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화웨이에 따르면 HiBL 1.0의 용량은 128GB, 대역폭은 1.6TB/s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화웨이 HBM의 성능이 HBM3 수준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최정구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책임연구원은 "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와 삼성이 HBM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정학적 이점을 지닌 마이크론과 중국의 물량 공세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