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A스님 “공인의 폭력, 사회가 외면해선 안 돼”
부산의 한 공공 문화행사장에서 부산시 무형유산 기능 보유자가 동료 무형유산 보유자이자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스님(경남 남해 거주)을 폭행·모욕한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은 고소장이 접수됨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부산중부경찰서에 따르면 부산시 무형유산 ‘선화’ 기능 보유자인 A스님(70대, 남해 거주)은 지난달 30일 ‘동장각장’ 기능 보유자 B씨(80대)를 폭행·협박·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은 지난 9월 19일 오후 1시 40분쯤 부산근현대역사관에서 열린 ‘2025 부산무형유산아트페어’ 개막식 직전에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고소장에 따르면 A스님이 행사장 입구에서 인사를 건네며 악수를 청하자 B씨가 갑자기 반말과 욕설을 퍼붓고 멱살을 잡으며 신체 접촉을 가했다.
이어 “이런 땡중, 돌중 XX가 그냥 두지 않겠다”는 등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폭언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스님의 승복 일부가 찢길 정도로 거칠었던 당시 상황은 행사 관계자와 전직 시의원, 지역 언론인 등 여러 참관자들이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님은 현장 제지 이후에도 행사 2부 직전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다시 들었다고 주장했다.
사건 이후 스님은 극심한 불면과 불안 증세로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6개월 이상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법률대리인은 “B씨의 행위는 형법 제260조(폭행), 제283조(협박), 제311조(모욕)에 해당한다. 공공행사에서 벌어진 폭력은 단순한 개인 다툼을 넘어 공공의 신뢰를 훼손한 심각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단순한 물리적 충돌을 넘어 무형유산 제도 전반의 품위와 책임 문제로 번지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쌍계총림 쌍계사와 법무부 교정협의회, 청소년범죄예방위원회 등은 부산시에 탄원서를 제출하며 진상조사와 징계를 요구했다.
탄원서에는 “무형유산 보유자는 기술만이 아니라 덕성과 인품으로 시민의 존경을 받아야 할 인물이다. 폭력과 폭언을 일삼는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제도의 근본 취지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부산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여러 기관으로부터 탄원서가 접수돼 검토 중이다. 절차에 따라 조속히 회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고소인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뒤 행사장 CCTV와 의료기록 등을 확보해 피고소인 B씨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남해에 거주 중인 A스님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공행사장에서 승려의 멱살을 잡고 폭언과 주먹질을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치욕적인 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정신으로 제도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형유산 보유자가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받는 공인이다. 품위를 잃은 자격은 스스로 내려놓을 수 있도록 엄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접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 내용을 밝히기 어렵지만, 국민 세금으로 지원받는 공인의 폭력 사건인 만큼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문화예술계 내부의 갈등 관리 부재와 인권 보호 문제, 그리고 무형유산 보유자 제도의 공공성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이트뉴스 경남=김태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