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엔비디아 등 협력 강화…AI 기반 스마트팩토리·로봇 사업 확장
TV 적자·가전 시장 침체기 속 AI 신사업 확대로 가전 의존도 줄이기 속도
LG전자가 가전 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AI(인공지능) 중심의 신사업 역량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전체적인 사업 영역을 넓혀 궁극적으로는 가전 사업의 비중을 낮추려는 모습이다.
최근 인도법인 상장 등 가전 사업에서도 수익성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전반적인 글로벌 가전 시장의 침체기에 따라 체질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본격적으로 'AI 기업'으로 도약하는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엔비디아와 AI 분야 협력을 강화한다. 특히 스마트팩토리와 로봇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AI 기술력을 적극 활용하면서 빠르게 시장 선점에 나선다.
스마트팩토리란 설계, 개발, 제조 등 제품 생산 과정에서 AI 등의 설루션을 결합해 생산성을 높인 공장을 말한다.
LG전자는 스마트팩토리에 오래 전부터 투자해 온 상태로, 지난해부터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상업화해 LG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외부 업체를 대상으로 3000억원의 수주를 기록했다. 이어 올해는 전년 동기 대비 30% 가량 증가한 4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LG전자가 추진하는 스마트팩토리 기술은 엔비디아의 산업용 AI 기반 디지털트윈 플랫폼 '옴니버스'를 대거 접목해 설비 단위부터 공장 단위까지 미리 확인할 수 잇는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디지털트윈은 현실의 사물이나 공간을 디지털로 복제한 가상 모델로, 제품의 생산이나 유통 등의 과정을 미리 예측·분석할 수 있도록 해준다.
LG전자는 엔비디아의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통해 공장의 물류 흐름과 생산 라인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며 효율성이 극대화된 스마트팩토리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스마트팩토리 기술력 확보에 집중하는 한편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과도 스마트팩토리 협업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경주에서 인텔 고위 경영진과 회동한 것이다. 향후 인텔 등 반도체 업체에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공급이 가시화하면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여기에 LG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을 조 단위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강화해 엔비디아 디지털트윈 플랫폼 등을 활용하면 스마트팩토리 제조 성능이 한층 강화해 수주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향후 중공업, 바이오, 반도체 분야 등 핵심 장비 수주와 해외 기업 대상 수주 활동 강화로 수년 내 조단위 사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엔비디아와 로봇 사업에서도 협력을 강화한다. 다양한 엔비디아 AI 플랫폼 생태계에 합류해 로보틱스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엔비디아가 선보인 범용 휴머노이드 추론 모델 '아이작 GR00T' 기반으로 자체 피지컬 모델을 개발하며 로봇 사업을 확장한다. LG전자와 엔비디아 모두 고품질 데이터 확보와 학습 다양성 확대가 피지컬 AI 구현 핵심이라는 데 공감대 형성하면서 학습 데이터 생성과 강화 학습 기반 로봇 학습 모델 연구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LG전자는 "가전, 전장, 상업, 사업 등 다양한 공간에서 축적한 데이터가 어마어마하다"며 "피지컬 AI 고도화를 위한 학습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추후 공장 라인을 자동화하는 산업용 로봇부터 서비스 로봇, 가정용 로봇 등 LG전자 전 로봇군에 엔비디아의 AI 모델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도 냉난방공조(HVAC) 사업 중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분야에서도 엔비디아와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현재 LG전자는 냉각수를 순환시켜 AI 데이터센터의 발열을 관리하는 액체냉각 방식 장치 '냉각수분배장치(CDU)' 공급을 위한 엔비디아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전자제품 위탁생산 기업인 플렉스와 '모듈형 냉각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시장 선점에 나섰다.
빠르게 커지고 있는 생성형 AI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AI 데이터센터도 빠르게 지어야 하는데, 모듈러 방식을 통해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복안이다.
모듈러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도 모듈형으로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향후 LG전자는 초대형 냉방기인 칠러, CDU, 컴퓨터룸 공기처리장치(CRAH) 등 필수 시스템을 모듈형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 구광모 회장의 LG 'ABC' 청사진…LG전자 AI 정조준 이유
LG전자의 이 같은 행보는 그룹을 이끄는 구광모 회장의 청사진과도 맞닿아 있다. 구 회장은 AI·바이오·클린테크의 'ABC' 분야를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제시하며 신사업 경쟁력 확보를 강조해왔다.
이에 AI 관련으로는 구 회장 주도의 적극적인 투자도 이어졌다. LG의 벤처 투자 법인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난 9월 '피규어 AI'에 추가 출자를 진행했다. 피규어 AI는 지난해 3월 AI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원'을 공개한 기업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엔비디아, 아마존 등의 빅테크 기업의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다.
특히 앞서 구 회장은 지난해 6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피규어 AI 본사를 직접 방문해 브렛 애드콕 CEO로부터 기술 현황과 로봇 산업 전망을 듣고 피규어 원의 구동 모습을 확인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LG그룹의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LG CNS가 미국 AI 로봇기업 '스킬드 AI'에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스킬드 AI의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산업용 AI 휴머노이드 로봇 솔루션을 개발하고 스마트팩토리를 대상으로 AI 휴머노이드 로봇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구 회장 주도 하에 그룹 차원에 AI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LG전자도 AI 사업 역량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LG전자의 주력 본업이었던 전통 가전 사업의 경우 중국 업체들로 인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차 수익성이 악화되고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시장 성장세가 다소 더딘 상황이다.
특히 TV의 경우 침체기가 장기화되는 중으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 세계 TV 출하량은 4975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4.9% 줄었다. LG전자 역시 올해 3분기 TV사업에서만 유일하게 적자를 냈다.
물론 LG전자는 지난달 인도법인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가전 수요가 증가 중인 인도에서의 '국민 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 현지화 전략에 집중하는 등 가전 사업도 적극 전개한다. 다만 이전보다는 가전 의존도를 낮추고자 전사 차원의 사업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B2B 비중이 전년 대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로보틱스와 냉각 솔루션 등 빅테크와의 협업도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인도법인 IPO 흥행으로 LG전자 '글로벌 사우스' 전략 추진 효과에 대한 가시성이 높아졌다"며 "이로 마련한 재원을 기존 사업 경쟁력 제고는 물론 미래 성장 분야인 휴머노이드, HVAC 투자 등에 활용되며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