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뉴스 이준혁 기자]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이주도 없이 20년 넘는 구축 아파트의 주거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사업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이인기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
현대건설은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디에이치 갤러리에서 미디어 쇼케이스를 개최하고, 국내 업계 최초로 이주를 하지 않고 공동주택의 주거환경과 기존 단지 가치를 높이는 주택 신사업 '더 뉴 하우스(The New House)'를 공개했다.
'더 뉴 하우스'는 주민들이 이주를 않고 일상을 평소처럼 유지하면서 주거개선 작업을 병행하도록 고안됐다. 이를 위해서 거주 구역과 공사 구역을 단계별로 나눈 뒤 분리 시공하는 방식이 도입된다. 이같은 '이주 없이 2년 내 대수선(리뉴얼)'이 기존의 국내 리모델링 사업과의 최대 차별점이다.
이처럼 이주를 하지 않고 평소처럼 살던 집에 살면서 공사를 진행하지만, '더 뉴 하우스' 공사를 마친 아파트 단지는 외관·공용·조경·커뮤니티·주차 등지의 공간이 기존에 비해 확장돼 '신축급 체감 가치'를 느낄 수 있다는 게 현대건설 측의 설명이다.
이인기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은 "2000년 안팎에 지어진 (구축) 아파트들은 신축 아파트들에 비해서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재건축을 하기에는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곳도 많다. 이런 곳에 사는 분들은 이주까지 하면서 분담금을 낸다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만, 그럼에도 더욱 가치 높은 최신 주거환경 인프라를 누리고 싶어한다"면서 "이같은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 이주하지 않고 2년내로 공사를 마쳐 보다 높은 가치의 주거환경으로 개선을 하는 사업인 '더 뉴 하우스'다"라고 설명했다.
기존 주택을 완전 철거한 이후 진행하는 '재개발' 또는 '재건축', 골조 뼈대만 남기고 부분 철거하고 진행하는 '리모델링'과 다르게 '더 뉴 하우스'는 철거 없이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현대건설은 리모델링 사업은 지금의 방식으로 유지하면서 '더 뉴 하우스'도 병행하는 일종의 투 트랙(Two Track) 전략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더 뉴 하우스'는 현실적인 여건상 재건축이나 증축형 리모델링 등이 어려운 단지의 실질적인 생활 개선을 달성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재건축 연한, 안전진단 통과 요건, 용적률 제한 등 여러 규제와 비싼 분담금 등으로 기존 방식의 정비사업 추진이 어려운 단지에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본부장은 "각 사업지 별로 입지와 상황에 따라 사업성이 달라 다양한 리모델링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이라며 "'더 뉴 하우스'는 증축으로 세대수를 늘릴 수는 없겠지만 이주비를 비롯한 금융비용을 줄이고, 각종 커뮤니티 시설이나 조경 그리고 외관은 신축과 같은 가치로 창출되길 원하는 단지에 적용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더 뉴하우스'의 비용은 웬만하면 가구당 1억원 미만의 금액으로 책정될 계획이다. 재건축 또는 재개발 등에 비해서 월등히 저렴한 분담금 액수다.
이형덕 현대건설 리뉴얼신사업팀장은 "보통 증축 형태의 리모델링은 분담금만 수억원대이고 이주비와 이사비용이 더해질 경우 추가 지불되지만, '더 뉴 하우스'는 이주비도 아끼지만 공사비도 수천만원 내에서 해결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렇기에 자동차나 가전처럼 수천만원을 구독경제처럼 활용하도록 금융사와 연계해서 금융구독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과 금융구독 프로그램을 논의하는 금융사는 하나은행 및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으로 알려졌다.
동일한 '더 뉴 하우스'의 형태로 진행되도 법적 용적률 이내로 진행될 경우 공동주택관리법 절차로, 초과일 경우 주택법의 절차로 진행되게 된다.
단지명은 규모와 입지를 고려해서 '힐스테이트' 또는 '디에이치'를 적용한다. '요건이 맞다면' 전제가 있긴 하지만 '더 뉴 하우스' 절차를 거친 단지도 '디에이치'가 적용 가능하다는 점이 돋보인다.
'더 뉴 하우스'의 첫 사업 대상지는 준공 18년차 단지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다.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는 노후설비와 주차장 누수, 커뮤니티 공간 부족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 6월 관련 협약을 맺은 상태이며, 연내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만약 연내 사업이 진행될 경우 2년 내로 새로운 단지의 외관 및 각종 생활편의 시설들이 갖춰지게 된다.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 주민이 지출해야할 분담금은 수천만원 대로 추산된다. 전술한 월(月)납부 방식의 '전용 구독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실제 분담금은 월 80만원(120개월 기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팀장은 "해당 단지가 강남 핵심 입지에 있음에도 아파트 자체 노후 정도가 주변 신축단지와 비교해 높아 시세가 주변에 비해서 낮게 형성돼 있다"면서 "재건축을 해야할 정도는 아니라 주민들과 만나서 소통을 해보고, 시범 케이스로 우선 선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더 뉴 하우스' 사업을 우선 적용할 만한 단지를 20여곳 안팎으로 여기고 있다. 2000년 전후에 준공돼 안전·구조적으로 양호한 아파트 단지가 최우선으로 영업할 후보군이다.
최초의 단지인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 이후의 후보지로는 수원 영통구 영통동 소재 신나무실6단지동보신명아파트가 꼽힌다. 1997년 12월 준공된 836가구(현) 규모의 해당 단지는, 당초 리모델링 사업으로 추진하다가 사업성의 부족으로 절차 진행이 더딘 곳이다.
이 본부장은 "우리가 짓는 아파트는 30년, 50년을 갈 아파트를 짓고 있는데 우리가 생활하는 패턴은 너무 빠르게 바뀐다는 현실에서 시작된 것이 '더 뉴 하우스' 사업"이라면서 "현대건설은 고객의 일상을 바꾸는 차별화된 주거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주택사업 분야를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