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신·한투 등 “말 걸고 한눈에 보는” 모바일 점포로 변신
인공지는 활용 가이드라인 구체화해야...AI 금융교육 병행 필요
“요즘 뜨는 ETF가 뭐야?”, “내가 예전에 판 주식은 지금 얼마야?”
최근 증권·자산운용사가 내놓는 새 모바일 앱을 쓰면 이런 말을 그대로 입력해도 답이 돌아온다. 메뉴를 몇 번씩 눌러 들어가던 방식에서, 말 걸고 한 화면에서 훑어보는 방식으로 중심이 옮겨가는 분위기다.
◇ AI와 ETF를 한 번에…미래에셋운용 ‘TIGER ETF 앱’
18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2일 상장지수펀드(ETF) 전용 ‘TIGER ETF’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이 앱의 가장 큰 특징은 AI 대화 기능이다. 미래에셋운용은 홈페이지에 있던 AI 어시스턴트 기능을 그대로 앱 안으로 옮겼다. 투자자가 “요즘 뜨는 ETF는?”이라고 묻거나, 특정 지수·업종을 적어 넣으면 시장 상황과 TIGER ETF 라인업을 함께 보고 관련 상품을 골라 보여준다.
앱 첫 화면은 ETF 전체 라인업과 시장 리포트, 시황 정보 중심으로 구성됐다. 지수형, 섹터형, 해외지수형 ETF를 한눈에 볼 수 있고, 관심 ETF를 따로 모아두는 기능도 들어갔다.
기존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ETF를 찾으려면 종목코드나 검색어를 알아야 했던 것과 달리, 이 앱에서는 “반도체 관련 ETF 보여줘”, “미국 배당주 ETF 알려줘”처럼 말하듯 입력해 고를 수 있다. 이런 방식은 지면을 통해 직접 앱을 사용해 본 리뷰 기사에서도 “간결함”과 “진입장벽을 낮춘 구성”으로 평가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새로운 시도는 ETF 전용 앱과 AI 대화형 서비스의 조합이 투자자에게 얼마나 익숙해질지 시장 반응을 확인하는 실험이기도 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ETF 시장이 커지면서 상품 숫자가 급격히 늘어난 만큼, 투자자 입장에선 ‘무엇을 고를지’ 막막할 수 있다”며 “특히 초보 투자자가 고민하는 시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대신증권·한국투자증권, 메뉴 줄이고 ‘내 정보’로 묶어
증권사들도 기존 MTS를 크게 손보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9월 MTS 홈 화면을 새로 열더니, 올해 1월에는 ‘대신 사이보스’와 ‘대신 크레온’ 두 앱의 메뉴 화면 전체를 다시 정리했다.
먼저 홈 화면부터 다르게 꾸몄다. 지난해 적용된 새 홈 화면은 국내, 해외, 나의투자 세 개 탭으로 나뉜다. 국내 탭에서는 코스피·코스닥 지수와 주요 업종, 상장 예정 종목, 공모주·배정 정보가 한 화면에 뜬다. 해외 탭에서는 미국·중국·홍콩 등 주요 해외시장 지수와 종목, 환율 등을 함께 볼 수 있다. 나의투자 탭은 고객의 전체 자산을 한데 모아 보여주는 구조다.
올해 1월에는 메뉴 체계 자체를 갈아엎었다. 그동안 주식, 해외, 선물·옵션, 금융상품, 뱅킹·자산, 모바일업무 등으로 나뉘어 있던 상단·측면 메뉴를 트레이딩, 상품, 연금, 뱅킹 네 가지로 재편했다. 대신증권은 메뉴의 사용률과 중요도 데이터를 분석해 자주 쓰이는 기능을 상단에 배치하고, 활용 빈도가 낮은 메뉴는 과감히 뒤로 뺐다는 설명을 내놓는다.
눈에 띄는 부분은 ‘내 정보’ 화면이다. 이 화면에서는 고객의 전체 계좌별 투자 현황, 보안관리 현황, 투자 성향, 개인정보 설정 등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예전에는 자산은 잔고 메뉴에서, 보안은 설정 메뉴에서 각각 따로 확인해야 했지만, 지금은 ‘내 정보’ 안에서 한 번에 점검하고 바꿀 수 있게 했다. 모든 금융·업무 서비스 신청도 “업무·거래신청” 화면으로 모았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13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한국투자’ 앱을 전면 개편했다. 이번 개편의 상징적인 기능은 이름부터 눈에 들어온다. 이 기능을 실행하면 투자자가 과거에 매도한 종목과 당시 가격, 현재 가격을 비교해 보여준다. “예전에 팔았던 주식이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투자 혜택을 모아보는 화면도 강화했다. 새로 도입된 ‘혜택 홈’에서는 각종 수수료 우대, 쿠폰, 이벤트 참여 현황을 한 곳에서 정리해 보여준다. 여러 메뉴를 돌며 혜택을 찾아야 했던 불편을 줄인 셈이다. 상품 화면도 손질했다. 발행어음, 채권,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상품은 조회부터 매수, 잔고 확인까지 과정이 단순해졌다.
◇ ◇ 규제·소비자 보호와 AI 추천…다음 경쟁 무대는?
앱 화면만 달라진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과 AI 규제 논의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 이 흐름은 앞으로 증권·자산운용 앱 경쟁의 기준을 바꾸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연초 ‘2025년 업무계획’을 내고 세 가지 축을 제시했다. 시장 안정, 민생 금융 강화, 금융 혁신 가속화다. 이 가운데 금융 혁신을 위해 디지털 금융과 AI 관련 과제를 따로 묶어 제시했다.
핵심 내용은 세 갈래로 정리된다. 우선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금융사가 AI를 도입할 때 지켜야 할 기준을 다시 손본다. 또 하나는 금융권 AI 플랫폼 구축이다. 금융권 AI 플랫폼은 오픈소스 생성형 AI 모델과 데이터를 금융회사 내부망에 쉽게 설치·활용할 수 있게 돕는 인프라를 뜻한다.
이외에도 디지털 금융보안법(가칭) 마련 계획이 담겨 있다. 금융회사 정보보호 책임자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자율보안과 결과책임 원칙을 도입해 새로운 보안 체계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런 정책 방향은 모바일 앱 개편 흐름과 맞물린다. AI 어시스턴트를 앱에 붙이는 미래에셋운용, 투자 패턴 분석을 바탕으로 화면을 재구성하는 대신증권·한국투자증권의 시도는, 결국 “AI를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앱 안에 녹여낼 것인가”라는 질문과 이어진다.
다만 금융서비스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부분에 있어 책임 문제가 따라온다. 예를 들어 TIGER ETF 앱의 경우 “요즘 뜨는 ETF는?”이라는 질문에 어떤 ETF를 상단에 보여줄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단순 거래대금 기준인지, 수수료나 위험도까지 반영한 기준인지, 수익률·변동성·분배금 정보는 어떻게 함께 보여줄지가 모두 소비자 보호와 연결된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금융회사 임직원뿐 아니라 소비자·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AI 교육과 AI 리터러시 확산 방안까지 함께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투자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화면, 위험을 충분히 알려주지 않는 설명, 특정 상품을 과하게 부각하는 구조는 결국 분쟁과 규제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AI를 붙인 앱일수록, 추천 기준과 데이터 출처, 수익률·변동성·보수 등 핵심 정보를 더 쉽게, 더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며 “앞으로 나올 다음 버전 앱에서는, 화면의 단순함과 AI의 똑똑함, 그리고 설명의 충실함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룰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