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유통업계는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와 소비심리 둔화로 사실상 ‘제로성장’의 한 해를 보냈다. 오프라인 채널은 역성장 압박을 받았고 온라인 역시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제한적이었다. 글로벌 확장, 디지털 전환, 비용 효율화가 핵심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한 해의 흐름을 되짚어보며 주요 유통 대기업 총수와 경영진의 전략과 남긴 과제를 알아본다. 편집자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올해 전반적인 내수 침체 속에서 이마트·SSG닷컴을 중심으로 한 핵심 사업군의 부진이라는 과제를 마주했다.

특히 이마트는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 오프라인 경쟁 심화의 영향을 받으며 매출과 이익 모두 압박을 받았다. 일부 점포는 손익이 악화되며 구조조정 필요성이 대두됐다. 정 회장이 꾸준히 강조해온 ‘본업 강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 업태 자체의 성장 정체가 분명히 드러난 한 해였다.

그럼에도 창고형 할인점 ‘이마트트레이더스’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며 그룹 실적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대용량·가성비 소비 확대로 카테고리 경쟁력이 부각됐고 기존점 효율화와 점포 리뉴얼 전략이 수익성 관리에 기여했다는 평가가다. 다만 트레이더스의 선방만으로 이마트 전체 흐름을 반전시키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역시 체험형 콘텐츠 중심의 집객력으로 경기 둔화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성과를 냈다. 임대 중심의 수익 구조 덕분에 경기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가족·체험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며 신세계그룹 실적의 완충 지대를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출점 전략도 이어갔다. 종로 ‘스타필드 애비뉴’ 오픈에 더해 연내 파주 ‘스타필드 빌리지’ 1호점 개점을 앞두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청라·창원(2028년), 광주(2030년) 등 신규 개발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생활밀착형 커뮤니티몰로 구성된 ‘스타필드 빌리지’는 지역 기반 상권을 겨냥한 신세계의 새로운 모델로 꼽힌다. 경기 둔화 속에서 복합몰 투자를 이어가는 점은 비용 효율화·희망퇴직 등을 중심으로 보수적 경영을 펼친 경쟁사들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온라인 계열사 SSG닷컴은 올해 조직 슬림화와 비용 절감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물류 효율화, 기능 통합, 인력 조정 등을 통해 손익 개선을 시도한 것. 하지만 네이버·쿠팡 등과의 경쟁 구도 속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내부적으로는 계열사 간 기능 통합과 중간조직 축소 등이 이어지면서 효율성 중심의 인력 재배치가 이뤄졌다. 정 회장이 그동안 강조해온 ‘실행 중심의 조직 운영’ 기조가 인사·운영 전반에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종합적으로 보면 정 회장의 2025년 경영 성적표는 성장보다는 방어와 재정비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트레이더스와 스타필드가 그룹 실적을 지탱한 반면, 이마트와 온라인 부문의 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뚜렷하게 남아 있다. 내년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의 턴어라운드, SSG닷컴의 수익성 회복, 스타필드 신규 개발 프로젝트의 안정적 추진, 점포 포트폴리오 재정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신세계는 유통 경기 침체 속에서도 트레이더스와 스타필드가 일정 부분 버팀목 역할을 했다”며 “내년에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가 정 회장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주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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