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아침 요가매트를 들고 깊은 숲속으로 향한다. 넓은 바위 위에, 개울물 옆에 자리를 펴고 앉아 자연과 함께 호흡한다. 누워서 하늘을 보고, 나무와 정겹게 대화를 나눈다. 그러고 있노라면 어느새 내 몸과 마음이 우주적 감각에 젖어 자연과 일체가 된 기분이다.

신기하게도 아침 자연 체험은 선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우리에게 자연은 아무리 오래 함께 있어도 결코 지루한 법이 없는 이상향인 것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산이 좋았다. 틈만 나면 뒷산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며 온갖 공상을 했다. 그게 그리 재미나고 좋을 수가 없었다. 대학생 시절 방학 때마다 찾던 해인사 홍제암에서의 추억도 잊을 수가 없는 일이다. 불교를 깊이 이해하거나 불자는 아니지만 해인사에서 들려오던 저녁 종소리, 스님들의 독경 소리, 보름달이 휘영청 뜬 밤 종정스님의 강론 소리는 지금도 귓가에 울린다.

◆ 자연은 인류에 위대한 선물

깊은 숲에 자리한 해인사의 청량한 밤은 방황하던 젊은 내 영혼을 조용히 쓰다듬어주기에 충분했다. 미국 유학 시절에 인디언 마을을 자주 찾은 것도 그들의 위대한 자연경배 사상에 감동했기 때문이다.

선마을에 인디언 키바kiva를 만든 것도 그런 이유다. 키바는 인디언의 단체 의식이나 마을 회의 장소를 뜻하는데, 밤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보따리를 풀며 공감을 하는 시간이다. 어린 시절과 청년기를 지나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된 이후에도 내 머리를 떠나지 않은 화두는 하나였다. 답은 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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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 속에 위대한 치유력이 있음을 깊이 체험하며, 이를 현대 의학적으로 접근해 품어보자고 결심했다. 자연이 주는 건강철학으로 삼아 연구에 매진했고, 나름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자평한다. 산이 내어주는 품에 안겨 있노라면 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요즘 말로 힐링이 절로 된다. 그리고 이러한 산이 주는 선물은 오늘날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 4차 산업혁명, 뇌피로는 가중

지금 우리 앞에는 참으로 놀랍고 한편으로 두렵기도 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신기한 장면이 눈앞에 현실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운전자 없는 차가 주행 테스트를 하고 있고, 버튼만 누르면 집 안의 모든 전자기기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마트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산의 품에 안겨라" 숲의 위대한 치유력 실감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자연은 인류의 영원한 안식처 

누군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환호할 것이다. 최첨단 문명이 인간을 이롭게 할 것이라 전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중국의 천재 바둑기사 커제가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에 완패한 후 눈물을 흘리던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그것은 마치 미래사회에 대해 인류가 느끼는 공포의 눈물과도 같아 보였다. 신이 닮아가는 컴퓨터 앞에서 과연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아찔하기만 하다.

실제로 공장자동화factory automation에 투자한 독일 등 몇몇 선진국에서는 벌써부터 단 몇 명의 직원만으로 거대한 공장을 돌리고 있다. 이런 흐름은 날이 갈수록 심화돼, 결국에는 지금의 직업 중 80%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몇 백 년 뒤의 일이 아니라 불과 몇 십 년 뒤의 일이다. 당장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아니 남아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고도의 인간적 인 감정, 즉 감성'을 사용하는 일일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대체하지 못하는 인간 고유의 감성을 활용할 수 있는 일들 말이다. 따라서 감정 조절, 감성적 생활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중요성은 날로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우리의 뇌는 그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더 피로해질 게 분명하다는 점이다. 복잡하고 빠르며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서울에서 홍천 선마을을 오가며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뇌 피로에 대한 답은 자연에 있다. 걸국 우리가 기댈 곳은 자연밖에 없다. 자연 속에서 비로소 완전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이시형 박사가 촌장으로 관리하는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
이시형 박사가 촌장으로 관리하는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

◆숲에서 오감은 절로

감성 생활의 기본은 우리의 오감을 쾌적하게 자극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도심 생활은 열렸던 오감마저 닫게 만든다. 감성적 부교감신경은 닫히고, 교감신경 우위의 생활에 찌들어간다. 교통 전쟁에 매연, 경적, 미세먼지, 생활 소음, 묻지 마 폭행에 살인까지 수많은 부정 적인 환경 요인이 우리의 뇌를 한없이 피로하게 만든다.

대책은 단 하나 도심을 떠나 산으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본의 한 학자가 '오감력'이라는 참 좋은 말을 사용했다. 고대 인도의 전통 의학 아유르베다(Ayurveda)에서도 건강의 조건으로 오감이 균형 있게 잘 기능하는 것을 강조한다. 오감은 산에 들어가면 절로 작동한다. 보이고 듣고 느끼는 것이 푸르름, 조화로운 숲의 은은한 향기,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이다 보니 회색빛 콘크리트빌딩에서 닫혀 있던 오감이 활짝 열리는 것이다.

이시형 「쉬어도 피곤한 사람들」
이시형 「쉬어도 피곤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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