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재무적 관점에서 은퇴설계의 핵심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그것은 바로 ‘현금흐름(Cash Flow)의 확보’이다. 그 현금흐름도 사망시점까지 나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사망시점 이전에 자금이 고갈되는 ‘은퇴파산 리스크’를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또한 그 현금흐름은 장기간에 걸쳐 사용되어야 하는 생활비이므로 화폐의 구매력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인플레이션과 시간이 만나면 돈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수단 중에서 은퇴파산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리스크 모두 대비할 수 있는 것은 국민연금, 공무원 연금과 같은 공적 연금이 거의 유일하다. 이들 연금은 사망시점까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연금을 지급할 뿐만 아니라 국가에서 지급을 보증하므로 안정성도 높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과 같은 연금 상품도 현금흐름을 제공한다. 연금 상품은 대개 소액을 적립식으로 투자해 목돈을 만든 후 거기서 매월 일정액을 인출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연금에 대한 저축 동기를 높이기 위해 세제 혜택이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고령화가 심화됨에 따라 공적연금을 받는 수급자의 비중이 돈을 내는 가입자에 비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공적연금은 언젠가는 고갈이 될 가능성이 높고, 결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부족액을 충당해야 한다. 이는 모든 선진국들이 겪고 있는 문제이고, 우리나라라고 예외는 아니다.

때문에 우리에 앞서 공적연금의 위기를 경험한 선진국에서는 민간차원의 연금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 공적연금의 기능 약화에 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 신고 시 세액공제를 해 주고, 퇴직연금을 일시금이 아닌 연금 형태로 수령할 경우 퇴직소득세액 30%를 줄여주는 등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많은 세제상의 혜택을 주고 있다.  

자기가 사는 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주택연금도 사망시점까지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다. 주택연금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연금을 지급하지는 않지만 매월 연금을 사망시점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종신연금보험도 사망시점까지 연금을 지급한다. 종신연금보험의 단점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헷지 기능이 없다는 점이다.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상가, 오피스텔, 주거용 부동산 등과 같은 수익성 부동산도 현금흐름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수익성 부동산의 가장 큰 리스크는 공실률이다. 아무리 기대 수익률이 괜찮다 하더라도 공실률이 높으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제공할 수 없다. 

배당주나 채권 등도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투자처들이다. 꾸준히 배당금을 지급하는 회사는 꾸준한 월세를 주는 부동산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지속적으로 배당금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이익이 꾸준하다는 얘기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익이 나지 않는 기업은 꾸준한 배당이 불가능하다. 오랜 기간에 걸쳐 배당을 해 온 기업은 재무적 안정성과 수익성을 갖춘 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채권에도 발행 주체의 신용도에 따라 이자율은 다르지만 ‘이자’라는 현금흐름이 있다. 

재무적 차원에서 은퇴설계를 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얘기한 여러 가지 현금흐름이 있는 자산을 조합해 자신에 맞는 현금흐름을 사망시점까지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를 ‘자산 포트폴리오(Asset  Portfolio)’에 비교해 ‘소득 포트폴리오(Income Portfolio)'라는 개념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소득 포트폴리오는 연금이 기본이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과 퇴직연금 그리고 개인연금은 노후의 생활비를 위한 고안된 상품일 뿐만 아니라 가장 조세 효율적인 투자 수단이다.

이 세 가지 연금에 더해 월세 수입이 가능한 수익성 부동산이나 배당주와 채권 같은 인컴형 투자 대상을 결합하면, 소득 포트폴리오는 더욱 짜임새를 갖추게 된다. 

앞으로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금융에서도 월세를 받는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부분 노후준비하면 임대사업을 떠 올린다. 월세를 받아서 노후생활비를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금융에 대해서는 다른 잣대를 적용한다. 원금은 지키면서 이자로 생활비를 조달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원금을 조금 헐더라도 필요한 생활비로 인출하는 방식이 점차 많아질 것이다.

수명이 길어지기 때문에 재산이 아주 많지 않다면, 언젠가는 자신이 벌어 놓은 돈에서 일부 자금을 빼내는 방식으로 생활비를 쓸 수밖에 없다. 향후에는 부동산도 금융도 모두 월세처럼 현금흐름을 제공할 수 있는 상품들이 지금보다 더욱 많아질 것이다.  

자가(自家) 주택자들의 최후의 보루인 주택연금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주택연금을 노후생활비가 떨어질 때 가서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연금처럼 노후생활비를 조달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바라봐야 한다.

주택연금의 가장 큰 장점인 사망 시점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 은퇴 설계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이다. 

노후생활비를 마련한다는 관점에서 자산을 바라보면 자산의 크기보다 자산이 만들어 내는 현금흐름이 더욱 중요하다. 현금흐름을 극대화하는 길은 일을 해서 버는 평생 총소득을 늘리거나 지속적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자산을 보유하는 것,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그러니 노후준비라는 것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자신의 일을 꾸준히 하면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자산을 선제적으로 확보한다는 접근법이 단순한 듯 보여도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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