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와 무관한 레미콘과 묶이면서 비용 '폭탄'
7개회사 한해 순익 웃도는 2100억 지불해야 할 판

정부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분류 기준이 산업 특성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시멘트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멘트 가격 폭등으로 인한 아파트 고분양가 피해로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기사내용과 무관)자료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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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환경부의 '탄소배출권거래 2차 계획기간 시행방안'에 따르면 오는 6월부터 유상할당 업종에 시멘트 업종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시멘트 업계를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 없는 레미콘업계 등과 하나의 업종으로 분류하면서 업계로 불똥이 튄 것이다. 이대로라면 시멘트 업계는 2016년 7대사의 전체 순이익을 웃도는 2134억원에 달하는 탄소배출권 구매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배출권 거래법에 따르면 배출권 할당은 1차 계획기간(2015~2017년)에는 대상업체에 100% 무상으로 할당하고, 2차 계획기간(2018~2020년)에는 대상 업종별로 97%를 무상(3% 유상)으로 할당하도록 돼 있다. 

6월 대상업종이 확정되면 업체별로 오는 9월 배출권 할당이 진행된다. 시멘트 업계의 경우 1차 계획기간 당시 무상할당 규모는 1억2400만t이다. 1억2400만t의 3%인 370만t과 이 기간동안 할당량 이상으로 배출한 탄소배출권 600만t을 더한 970만t을 현재 배출권 거래가격인 t당 2만2000원을 곱하면 2134억원의 비용이 산출된다. 

두달 여 앞으로 다가곤 할당계획에 시멘트 업계는 정부의 업종 분류가 잘못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탄소배출권거래제를 먼저 시행한 유럽연합(EU) 기준을 차용했지만 업종분류는 통계청의 한국표준산업분류(KSIC) 기준을 도입했다고 주장한다.

EU의 경우 시멘트 업종을 단일 업종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KSIC는 시멘트와 레미콘, 콘크리트, 플라스터(석고보드 등), 벽돌, 기와, 타일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현재 무상할당 기준은 각각 무역집약도 30% 이상, 생산비용발생도 30% 이상인 업종이나 무역집약도가 10% 이상이면서 생산비율발생도가 5% 이상이다. 시멘트 업계가 따로 분류되면 생산비용발생도는 37.6%로 무상할당 대상이지만 레미콘 업계와 묶이면 생산비용발생도가 10.5%로 떨어져 유상할당 대상이다. 시멘트는 석회석을 가열할 때 화석연료를 태우기 때문에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나오지만 레미콘은 시멘트와 자갈 등을 단순히 물에 혼합하는 만큼 전혀 나오지 않는다.  

환경부는 그러나 KSIC 기준으로 업종을 소분류한만큼 문제가 없고 시멘트 업계만 따로 세분류하는 것은 일종의 특혜가 될 수 있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피해가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없다고 지적한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로 가격안정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멘트 업계가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가격인상을 선택할 경우 또 다시 고분양가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레미콘 가격도 올려 건설사의 시공단가를 끌어올리고 아파트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지는 '가격인상 도미노'가 발생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경쟁력 약화로 인한 시멘트 수출 급감도 문제다. 실제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된 2015년 이후 국내 시멘트 수출은 64%가 급감해 지난해 3400만t에 그쳤다. 이로 인해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이 배출권 거래제 미시행으로 수혜를 얻으면서 같은 기간 수출량이 30% 증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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