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벌 개혁의 핵심 이슈는 재벌가의 사람들이 진정으로 기득권을 포기하려는 의지를 지니고 있느냐의 문제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삼성과 현대 등 한국의 대기업들이 최근 순환출자 규모를 줄이는 등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글로벌 스탠더드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FT는 최근 한국의 대기업들은 복잡한 소유구조를 간소화하려는 일련의 움직임들을 보여 왔다고 전했다. 기업의 거버넌스를 정화하려는 이러한 노력들이 마침내 힘을 얻기 시작했다는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초기의 긍정적인 신호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악명 높은 불투명한 재벌들이 선진국 표준에 이르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전했다.

FT는 “지난 수 주 동안 삼성과 현대가 보여준 변화는 법망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었을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업 스캔들로 만연한 나라에서 거버넌스를 개선하기 위한 진지한 열망을 보여준 게 아니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시아 4번째 경제대국인 한국은 이른바 재벌로 불리는 몇몇 가족 경영 기업들에 의해 오랜 세월 지배돼 왔다. 삼성과 현대 등 글로벌 브랜드도 포함한 이들 그룹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의 경제 변혁의 책임을 맡아 왔다. 그러나 이들은 또한 정경유착과 불투명한 경영 모델로 비난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논란의 핵심은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다. 이들 재벌 가족들은 순환출자를 통해 얼마 안 되는 지분만으로 자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윤을 거두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재벌들에 대한 일반의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선출됐다. 문 대통령은 재벌 개혁을 약속했다. 그는 기업개혁 활동가인 김상조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개벌 개혁의 임무를 맡긴 것”이라고 전했다.

또 “김 위원장의 노력은 지난 달  한국 재계 2위 그룹인 현대자동차가 지배구조 재편 작업을 결정하면서 힘을 받았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 이를 개혁으로 부르기에는 너무 이르다. 지난 주 삼성SDI는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라고 보도했다.
 
FT는 김상조 위원장이 최근 재벌들의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 변화의 시작일 뿐이다. 궁극적인 평가는 시장과 주주들에 의해서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FT는 삼성의 상황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위상 때문에 보다 복잡하다고 전했다. FT는 “이 부회장은 최근 부패 문제로 최근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 부회장의 재판은 대법원으로 넘겨졌다”고 설명했다.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의 위상이 문제다. 그는 삼성전자 이사회 멤버다. 그러나 1년 동안 이사회 미팅에 참석할 수 없다. 그는 아직도 뇌물 공여 혐의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는 삼성의 경영구조가 여전히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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