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채용 비리가 적발돼 1년이 넘도록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대대적인 신규 채용에 나섰다. 일자리를 늘리려는 정부의 눈치를 살피기 위해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채용을 늘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이 올 하반기 450명 규모의 신입 행원을 선발하기로 했다. 올 상반기에 선발한 350명까지 더하면 이번해에만 총 800명을 선발한다.

이는 지난해 350명의 2배가 넘는 수준으로, 학력·연령·전공·자격 등을 제한하지 않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리은행도 하반기 일반직 250명을 채용해 올해만 총 750명을 뽑는다. 역시 지난해 595명보다 26% 늘어난 규모다.

이외에 하반기에 신한은행이 300명을, 국민은행이 600명을 선발한다. 하나은행도 채용 규모를 늘려 500명을 뽑는다.

은행들은 채용 규모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선발 방식도 바꾼다.

KB국민은행은 면접에 인공지능 AI 시스템을 투입하기로 했다. 은행권 최초로 인공지능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다.

채용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채용 기획 단계부터 외부 전문기관의 컨설팅도 받아 채용 과정 전반에 대행업체 등을 활용해 공정성을 높인다.

신한은행은 신입 행원 300명을 NCS(국가직무능력표준) 평가와 5개 모집 분야별 필기 시험과목을 통해 선발한다. 5개 모집 분야는 개인금융과 기업금융·WM, ICT·디지털, 리스크·빅데이터, IB·자금운용·금융공학 등이다. 직무접합도 면접 역시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처럼 은행들이 채용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채용 비리로 곤욕을 치른 은행들이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발맞춰 채용 규모를 확대하고 절차의 공정성을 높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은행들은 실적 개선에도 전체 고용 규모를 크게 늘리지 않았다. 희망퇴직 등으로 기존 인력 유출이 있었으나 2015년 이후 대부분 은행이 하반기에 한번만 신입 행원을 선발하는 등 취업문이 좁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의 채용 비리 문제가 붉어진 이후 다른 은행들도 줄줄이 관련 문제가 적발됐다.

이에 올들어서는 상반기부터 채용문을 열고 채용 기획 단계에서부터 공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들을 적용하며 이미지 쇄신과 재발 방지에 나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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