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 활성화가 긴요하다

[스트레이트뉴스=이호연 선임기자] 골목상권의 간판격인 동네 수퍼마켓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온라인 시장의 급속한 증가세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유통재벌들이 유통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골목상권에 복합쇼핑몰, 대형마트, SSM 또는 상품공급업 등의 대형 빨대를 꼽고 영세소상공인들의 매출을 대거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목상권에 있는 영세 수퍼마켓의 경쟁력을 살리려면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대형마트는 제조회사와의 직거래를 통해 상품을 싸게 구입하고 있는 반면, 동네 슈퍼마켓들은 대리점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03년부터 예산을 투입해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이하 ‘물류센터’) 지원사업을 시작했고, 2010부터 나들가게 사업을 전개했다. 하지만, 두 사업 모두 사업이 당초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몇 해 전부터 국정감사장에서는 관련 제도의 폐지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대안은 없는지 살펴보자. 먼저 물류센터 문제를 다루고, 다음 회에는 나들가게 문제를 조명할 예정이다.

물류센터란 무엇인가?

유통산업발전법 제17조의2 제1항에,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에 따른 중소기업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소매업자 50인 또는 도매업자 10인 이상의 자(이하 이 조에서 "중소유통기업자단체"라 한다)가 공동으로 중소유통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사업을 하는 물류센터(이하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라 한다)를 건립하거나 운영하는 경우에는 필요한 행정적ㆍ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또한,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 건립·운영요령 제9조 제1항에, “국가는 균특법에 의거, 센터의 건립 또는 건립 지원을 추진하는 시·도지사에게 최대 사업비의 60% 한도에서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고, 제2항에,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보조금의 지원은 지자체가 30%, 민간이 10%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지원한다. 다만, 지자체 부담금과 민자부담금 비율은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중기부의 물류센터 지원 사업 '왜 유명무실해졌나?'

2014년 국정감사 속기록을 찾아보면, 이진복 의원은, "중소유통업체들의 유통구조 혁신을 위해 2003년부터 12년간 총 38개 사업장에 1,869억원이 소요됐는데, 중기청을 제외하고 중소물류센터를 짓는다고 골목시장이 대형마트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경쟁력이 생긴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고, 이어 그는 "중기청의 정책 목표와는 달리 이 사업을 통해서 득을 보고 있는 집단은 골목의 슈퍼가 아니라 조합과 단체의 사유재산만 늘려준 꼴이 됐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국정감사장에서 이렇게 극단적인 지적이 나온 이유는 당시 일부 지역 조합장들의 모럴해저드 관련 언론보도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시 언론은 물류센터 건립과 관련해 땅값 부풀리기 등을 통해 불법행위가 발생한 사례 등을 보도된 바 있다. 이런 불법행위와 관련해 일부 부도덕한 조합장들도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만, 당시 중기청도 이런 사태의 발생을 억제할 예방적 통제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시 이진복 의원의 발언 이후 물류센터 예산지원 사업은 극도로 위축됐고, 물류센터 건립 규정 등은 상당 수준 보완되었다. 이후 보조금관리법이 제정되면서 관련 규정은 한층 더 까다로워져 물류센터 관련 신규 사업은 거의 답보 상태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행 물류센터 건립과 운영상의 문제와 개선 방향은?

지난 4월 4일 조봉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은 경기 수원 중소유통물류센터를 방문해 수퍼마켓연합회 임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1인 가구 및 온라인 시장의 확대 등 다양한 사회요인의 변화로 기존 유통환경 역시 구조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데, 동네슈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모색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원론 수준의 발언으로 골목 수퍼마켓의 경쟁력을 되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재 물류센터와 관련된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제시해보기로 한다.

고양시 중소유통공동물류센터
고양시 중소유통공동물류센터

첫째, 유통법을 개정해 현행 매칭방식으로 정부가 최대 90%를 지원하는 사업 방식은 전면 수정해야 할 것이다.

최근 대다수의 동네 수퍼마켓 점주들은 당장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들어 장기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생각이 없다. 이런 까닭에 거의 대다수의 조합원들은 10년 앞을 내다보고 물류센터 건립을 위해 시드머니를 출연할 뜻이 없다.

서울시가 자체 예산을 투입해 물류센터를 건립하고, 저가로 조합 등 소상공인단체에 임대하는 사례를 눈 여겨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대다수 업종의 도소매 유통을 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숙제이다.

차제에 광역자치단체들이 전액 예산을 투입해 농수산물도매센터를 건립하고, 중소유통상인들에게 저가로 임대하는 사례를 벤치마킹해 광역별 소상공인통합물류센터 건립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둘째, 물류센터 운영비 정책자금 항목을 신설해 지원해 주어야 할 것이다.

대다수의 조합원들은 물류센터 건립을 위해 자금을 출연했지만, 물류센터 운영과 관련해 추가적으로 운영자금을 출연할 만큼 여유가 있는 조합원은 드물다. 이런 까닭에 물류센터 운영자금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예산 지원을 통해 번듯하게 물류센터 건축물은 완성해 놓았지만 실제 운영상황을 보면 속 빈 강정인 것이다. N라면 등의 1등 상품들은 무담보 외상거래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비축자금이 없으면 구입이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부는 물류센터 운영과 관련된 정책자금을 지원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단들은 기존의 Red Tape 규정만 가지고 운영자금 대출을 기피하고 있다. 지역 조합은 보증서 발급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정책자금 대출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아이를 낳았으면, 잘 키워야 할 책임도 있는 것이다.

셋째, 물류센터 경영 관련 도매 물류 전문가를 영입해 경영효율을 높여야 할 것이다.

조합장도 자신의 수퍼마켓 운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물류센터 도매사업에 전력투구할 수 있는 형편이 못된다. 그리고, B-to-C 소매유통과 B-to-B 도매유통은 사업 성격이 엄연히 다르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물류센터는 도매 물류전문가를 영입해 전문 경영을 추구해야 하지만, 물류센터의 재정여건상 인재 영입이 힘든 실정이다.

차제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내 부서를 신설하고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전반적으로 물류센터의 경영효율을 높일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구매단가는 물량이 많을수록, 그리고, 결제기일이 짧을수록 낮은 법이다. 하지만, 현재 물류센터는 개별적으로 구매를 하고 있어 단가 경쟁력이 낮다. 전체 물류센터의 POS를 활용해 통합 구매 재고관리 제도를 실행해 제조사와의 직거래를 통해 단가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통상적으로 유통산업에서 실질적인 구매단가는 세금계산서 금액과 다르다. 사후 리베이트로 단가를 조정하는 것이 관행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가를 조정하는 방식도 사전할인, 사후 리베이트 또는 할증 등으로 복잡하기 짝이 없다. 리베이트 수수현상을 차단하기위해 모든 상품의 구매를 조합장이 직접 수행할 수도 없는 형편이고, 조합장일지라도 완전무결한 도덕성을 기대할 수가 없다. 통합구매재고 관리시스템을 운용하면 문제는 상당부문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물류센터의 경우, 전체 취급품목수가 지나치게 많고, 생수와 같은 부피가 큰 상품의 경우 취급상품 종류가 너무 다양한 경향이 있다. ABC 관리 기법 등을 도입해 취급품목수를 줄이고, 상품 종류도 대폭 줄이는 과학적 관리기법을 도입해 재고회전율을 높여야 할 것이다.

수요가 많은 주요 품목의 경우, 통합관리센터에서 PB상품을 개발해 대형마트와의 가격경쟁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청주시 중소유통도매물류센터
청주시 중소유통도매물류센터

넷째, 중소벤처기업부가 나서서 물류센터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다수의 물류센터는 주류도매 면허를 보유하고 있다. 수퍼마켓은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입점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업종이다. 따라서, 대형마트가 물류센터를 통해 주류를 구매하는 것은 상생협력 차원에서도 권장할 만한 정책일 것이다. 중기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지자체 등의 문구나 생필품 구매 또는 명절 선물 등을 물류센터에서 구매할 경우, 경영평가에서 가점을 주는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정부, 공기업 또는 공공기관의 MRO기능을 물류센터가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화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지자체가 지원하는 지역특산품 판매사업 등을 물류센터와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화시키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다섯째, 식품 전 처리 가공사업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1인 가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전처리 상품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오래 전부터 동네 수퍼마켓은 포장 ‘반토막 고등어 상품’ 또는 물만 부어 데워 먹을 수 있는 부대찌개 등의 전처리 식품 판매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대파나 양파도 사전 손질을 해 진공팩으로 소포장 판매하는 사업도 활성화되어 있고, 노인층을 겨냥한 당뇨식품 등의 건강 관련 사업도 활성화 되어 있다. 이런 상품군은 마진폭이 상당히 높다. 물류센터 여유 공간을 활용해 식품 가공장으로 활용한다면 물류센터의 수익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고,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선진 외국에서 유통업체의 상품이 최종 수요층에 도착하는 데 핵심의 하나로 ‘라스트 마일(last mile)’이 급부상 중이다. 라스트마일은 사형수가 집행장까지 걸어가는 거리를 가리키는 말인데, 유통업에 있어서 라스트 마일은 고객과의 마지막 접점의 유통망을 뜻한다. 중소규모의 공동 도매 물류센터의 활성화는 최종 소비자와 최접점의 자리에서 영업하는 라스트마일의 골목상권에 생기를 불러넣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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