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등이 2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앞에서 포스코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금속노조 등이 2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앞에서 포스코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연임이 확정될 전망이다. 포스코는 11일 이사회를 개최해 CEO후보추천위원회 자격 심사 결과를 보고 받고, 최정우 회장을 최종 CEO 후보로 추천할지를 결정한다. 사외이사 7명 전원으로 구성된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최 회장에 대한 대내외 평가 관련 인터뷰 등을 통해 연임 자격 심사를 한 달간 진행했다.

자격심사를 통과하면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되며 다음해 3월 주총과 이사회를 거쳐 임기 3년의 차기 회장으로 최종 확정된다. 그동안 관례에 비춰 최 회장 연임은 사실상 확실시된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최정우 회장이 2018년 7월 취임과 함께 포스코가 사회 일원으로 경제적 수익뿐만 아니라 공존·공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 시민'으로 발전하겠다는 경영이념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해왔다고 평가한다.

최정우 회장은 ‘철강 전문가’로 꼽혔던 역대 포스코 회장들과는 달리 비엔지니어 출신 ‘재무통’으로 불리고 있다. 이전 회장들이 이공계 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인 것과는 달리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포스코(당시 포항종합제철)에 입사한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 재무실장, 포스코건설 기획재무실장, 회장 직속의 정도경영실장까지 맡아왔다. 2015~2016년 사이에 이뤄진 포스코의 구조조정을 주도해왔던 인물이기도 하다.

최정우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과 ‘위드 포스코(With POSCO)’를 각각 새로운 경영이념과 비전으로 제시했다. 또 ‘100대 개혁 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실현해 ‘100년 포스코’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를 50년 철강전문기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비철강부문까지 아우르는 ‘종합소재기업’으로 탈바꿈시켜 새 먹거리를 찾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철강수요 부진이 두드러지면서 신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올해 2분기에 1968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적자(별도 기준)를 냈다. 첫 적자를 기록했던 포스코는 3분기 별도기준 261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한 분기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현재 최정우 회장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노동자와의 불화다. 포스코 작업장에서 빈번해진 안전사고와 관련해 노동조합과 갈등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포스코 제철소에서는 폭발과 화재, 노동자 사망 등 총 5번의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6월과 7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화재 및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이달 9일에는 포항제철소 내 3소결공장에서 포스코 협력사의 하청업체 직원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또다시 터지면서 내부 불만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포스코 노조는 인명사고가 이어지자 최정우 회장 등 경영진을 향해 책임자 구속을 촉구했다. 포스코에서는 실제로 매년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8년에는 1월 25일 포항 산소공장 4명의 질식 사망사고, 6월 30일 크레인 버킷 협착 사망사고가 터졌다. 지난해에는 2월 2일 포항 하역시 협착 사망사고, 6월 1일 광양 수소가스 폭발 사망사고, 7월 11일 야간 설비점검 중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올해에는 7월 13일 추락 사망사고와 최근 3명의 사망사고로 이어진 폭발사고까지 계속되고 있다.

아울러 올해 7월과 8월 광양제철소 경상기지에서는 크레인 작업노동자와 아르헨티나 염호공장 파견노동자가 심정지로 사망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4일 광양제철소에서는 5명의 중경상자를 발생시킨 폭발, 화재사고가 있었고 지난 6월 포항에서는 13일과 16일 불과 3일에 걸쳐 소둔산세공장 화재사고와 2제강 쇳물 유출사고가 이어졌고 2일전인 24일 3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광양제철소 폭발, 화재사고까지 터졌다.

노조는 특히 사고 발생때마다 제기되는 포스코의 늑장대응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취임 이후 대기오염, 음용수사고, 압착사고, 폭발사고, 화재사고, 산재은폐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제대로 된 원인분석과 재발방지대책은 전무하다고 한다. 반복되는 중대재해지만 어떠한 사과도, 책임지는 경영진도 없다. 대책은 관심도 없는 최정우 회장이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여기서 최정우 회장이 이끄는 포스코가 내세우는 '기업시민의 길'의 정의를 되짚어보게 된다.

포스코는 기업시민에 대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기업 공유가치’(CSV) 개념을 넘어서 국가와 시민사회의 요청에 응답하려는 보다 적극적인 행동 개념이자 정체성 변환 개념으로, 경제생태계의 구성원인 임직원, 고객, 협력사, 경쟁사를 포함하여 정부와 노동조합, 경제단체와 시민단체, 여타 경제적, 사회적 이해관계자들의 공익 증진을 위해 더불어 나아가는 공진화 모델이라고 소개한다.

사실 기업시민 개념은 1950년대에 출현해 석유파동이 세계경제를 강타한 1980년대에 경영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엑슨 모빌, 포드, 토요타, 나이키 같은 글로벌 기업의 경영이념에 중심적 가치로 스며들었다. 기업과 고객 간 이윤추구적 관점을 뛰어넘어 공동체적 호혜를 중시하고, 인간친화적, 환경친화적 행동양식을 내면화하는 시민사회의 주요 행위자가 되겠다는 실천 개념이다.

그리고 포스코는 스스로를 '한국의 기업시민'이라고 주장한다. 왜 포스코일까? 한국에서 기업시민적 요건을 제대로 갖추고 그 기능을 수행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는 글로벌 대기업이 바로 포스코이기 때문이라는 자가진단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개념을 상기하면 연임에 도전하는 최정우 회장은 이제 기업시민의 '모순'을 해소해야 할 책무를 떠안게 됐다. 포스코의 기업경쟁력이 상승해도 노동자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는 역설이 기승을 부리는 이 상황에서는 그 책무의 실천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