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을 위한 맞춤형 금융상품 찾는 'MZ세대 소통 전략' 골몰

코로나19와 제로금리에 외형, 내실 모두 변신 시도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코로나19가 공식화된 지 1년이 넘게 지났지만, 이를 극복하는데 당초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언택트’ 환경은 자산가치의 변화, 비이자수익 중요성 부각, 플랫폼을 무기로 한 테크핀 기업들의 대두 등으로 금융업 지형도를 극적으로 바꾸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창간 9주년을 맞아 변화의 시기에 경쟁력 재정비에 나선 금융업계를 되돌아보고 향후 방향성을 조망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점차 수익기여도 줄어드는 은행, 하지만 여전히 ‘맏형’

지난 1분기 주요 금융지주의 실적현황을 살펴보면 은행이 금융지주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역대급 성적으로 금융지주 실적 1위를 달성한 KB금융지주를 살펴보면, 그룹 순이익이 전년 1분기 7300억 원에서 1조 2700억 원으로 약 74% 성장하는 동안 KB국민은행 순이익은 5860억원에서 6890억원으로 18% 증가하는데 그쳤다.

물론 이는 지난 1분기 주식시장 활황에 따른 거래대금 급증으로 KB증권의 선전이 두드러지고, 온라인 소비 폭발에 따른 카드사용 확대로 KB카드 실적 증가, 새롭게 편입된 푸르덴셜생명의 수익 본격 기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지만, 은행 순이익이 그룹 전체의 51.4%에 그쳐 비은행 부문에 역전될 뻔한 상황을 맞았다.

이런 상황은 비단 KB금융그룹만의 현상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 주요 20개 증권사의 영업이익이 7.8조, 순이익이 6조에 달해 4대은행의 영업이익 10.9조, 순이익 7.8조 대비 각각 70%를 넘어섰다.

은행의 기여도 축소가 이어질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2분기에도 증권사들의 실적호조와 코로나19 상황 지속에 따라 비슷한 그림이 연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맏형 은행들은 수익성 개선에 대한 경각심을 새롭게 하고 있다.

◆ 신경쓰이는 인터넷은행과 핀테크의 성장

지난 9일 금융위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이어 토스뱅크를 제3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로 최종 인가했다. 간편송금 앱을 통해 2000만 고객 확보를 자랑하는 토스가 연초 문을 연 토스증권에 이어 토스뱅크, 토스인슈어런스, 토스페이먼츠 서비스까지 전방위로 영역을 넓히자 기존 금융사업자들은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토스증권이 나올 때만 해도 이미 60개 가까운 증권사가 있는 상황에서 별일 있겠나 싶었지만 결국 두 달만에 200만 계좌가 개설되는 것을 보고 섬찟했다”며, 이런 식이면 오는 9월 문을 여는 토스뱅크도 어떤 파괴력을 보일 지 안심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창구지도가 있기도 하지만 최근 P2P업체들의 가세와 더불어 인터넷은행들이 중저 신용등급 고객 유치를 천명하고 나서는 것이 기존 은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기존 은행들이 인터넷은행과 플랫폼 기반의 테크핀 기업들의 동향에 민감한 것은 은행들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꼭 잡아야 하는 MZ세대들이 이들의 주 고객이기 때문이다. 금융의 핵심 요소로 안전성을 중시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핵심 기능만 고객이 편리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게 제시하는 IT기반 금융회사들의 문법이 2030에게 먹히는 것도 시중은행들의 고민거리다.

아직 가시적인 움직임은 나오고 있지 않지만 NH농협은행을 제외한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소위 4대 시중은행이 독자적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년 말 기준 이미 뱅킹 업무에서 지점 창구의 비중은 7.3%에 그치고 있다. 은행에 들어가지 않고 ATM에서 처리하는 비중도 점점 낮아져 21.6%를 기록했다. 반대로 인터넷뱅킹 비중은 계속 높아져 65.8%까지 치고 올라왔다.

통폐합으로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전년 말 기준 은행 점포수는 여전히 6405개를 기록 중이다. 은행의 평균 연봉은 전 업권에서 최상위 수준이다. 인력을 갑자기 조정하기 어려운 은행에 고객들이 찾아오지 않는데 인터넷은행이나 테크핀 기업과의 전투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이유다.

카카오뱅크와 비교해 경쟁력이 열위에 있었던 것으로 치부되던 케이뱅크도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와 제휴해 계좌개설 서비스를 해주는 과정에서 고객이 늘면서 자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모양새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위축과 함께 증가세가 줄었다고는 하나 지난 5월 말 기준 수신 잔액은 12조9600억 원으로 전월대비 8200억 원 늘었다.

◆ 인구가 준다, MZ세대 잡아라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대한민국 인구가 5178만명을 기록한 가운데, 사망자 수가 출생자수보다 많아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는 작년 말 기준 813만명 수준에서 2025년 1000만명을 돌파하며, 작년말 기준 전체 인구 중 15.7%에서 20.3%로 뛰어오를 예정이다.

향후 주 고객으로 자리잡을 MZ세대릐 잡기 위한 노력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달 21일, e스포츠 프로 게임단 샌드박스 게이밍과 카트라이더팀, 피파온라인 팀 네이밍 스폰서십을 체결했다. 앞서 작년 12월에도 LOL(리그 오브 레전드)팀과 네이밍 스폰서십을 체결한 바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하나카드와 MZ세대를 겨냥해 ‘T1체크카드’를 선보였다. 소위 롤드컵이라 불리는 LOL대회 최다 우승팀 T1 팬들을 위해 마련된 상품으로 T1 굿즈샵 최대 15% 할인, 구매금액 10% 캐시백 등 특화 서비스를 담았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4일 GS리테일과 손잡고 전자금융 서비스 등 특화 서비스와 혁신점포 개발을 진행한다. MZ세대가 자주 찾는 GS25 편의점 내에서 금융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고 구매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새로운 유통금융 시장을 열겠다는 포석이다.

우리은행은 네이버와 공동으로 연세대와 스마트캠퍼스 구축을 선언했다. 간편결제 ‘연세페이’를 비롯, 전용 디지털 화폐 ‘연세코인’ 등 맞춤 서비스를 통해 우량 MZ세대 고객을 입도선매 하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주거래 관계에 있는 주요 학교들로 그 대상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지주 연구소 관계자는 “MZ세대는 누구에게나 범용적으로 적용되는 기성 서비스 보단 자신의 니즈에 정확히 부합하는 커스터마이징 된 상품과 서비스를 선호한다”며, “금융상품도 다품종 소량생산을 통해 세분화된 마케팅이 아니면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 제판분리, 합병, 신사업 추가 바쁜 보험업계

신한금융지주 내에서 지난 2년여간 두 집 살림을 해오던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내달 1일 ‘신한라이프’라는 이름으로 통합 출범한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이라는 전통의 빅3에 도전장을 내고 자산 순위 4위로 발돋움하며 NH농협생명, 미래에셋생명 등과도 경쟁한다.

2019년 2월 오렌지라이프의 편입은 은행에 대한 수익 의존도를 낮추고 그룹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는 신한지주의 선택이었다.

저금리 상황이 고착화 되면 장기 보장성 상품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생명보험업계에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신한은 차별화된 컬러를 보여줘야 한다는 절박함을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드러냈다.

주요 전략으로 ‘신한라이프베트남’ 출범 등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 GA자회사 ‘신한금융플러스’를 통한 채널 확장, 헬스케어 자회사 ‘하우핏(HowFIT)’을 통한 신사업 진출을 내세웠다. 안팎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헬스케어라는 콘텐츠를 탑재해 차별화된 색깔로 승부하겠다는 포부다. 회사 CI컬러도 아예 보라색(Contemporary Purple)으로 바꾸며 변신을 예고했다. 새로운 피 수혈을 위해 합병하는 조직에서 MZ세대 신입사원 22명을 새로 선발한 것도 눈에띄는 부분이다.

선두권 보험사 중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제판분리를 마치고 판매 자회사를 출범시켰다. 상품기획과 판매조직을 분리해 IT시스템에 기반한 효율적 조직 운영, 다양한 보험 상품을 통한 인력 활용 다각화 등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상품 판매 조직의 전문성 배가를 통해 상품 판매의 경쟁력과 책임소재를 명확히 한다는 측면도 있다.

변액보험 시장내 점유율 50%가 넘는 미래에셋생명은 국민들의 투자에 대한 관심이 저금리 고착화로 커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투자형 보험 선두로서의 브랜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내 IRP 운용, 장수리스크를 헷지하기 위한 상품 공급 등에서 미래에셋그룹의 경쟁력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사모펀드와의 소송으로 잠시 주춤했던 교보생명은 올 가을 ICC중재 결과를 기점으로 조직 재정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풋옵션 관련 논쟁이 길어지며 신창재 회장과 사모펀드 어피니티컨소시엄과 대립으로 사업이 정체를 겪었지만 최근 교보생명 측에 유리한 검찰 기소가 이어지면서 조직 쇄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 교보증권에 대한 증자와 인력 투입으로 상호 시너지도 보강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이자수익에 기반한 비즈니스를 펼쳐온 은행과 보험 등 보수적인 금융회사들이 제로금리 시대에 MZ세대가 새롭게 중심으로 부상하자 말 그대로 변신에 나서고 있다”며, “코로나19가 가져온 언택트 열풍, 거대 야당인 국민의 힘 수장에 약관의 이준석 대표가 당선된 것이 상징하는 바를 금융권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따릉이를 타고 국회로 첫 출근하는 국민의 힘 이준석 대표. MZ세대 바람이 거세다.(제공=연합뉴스)
지난 13일 따릉이를 타고 국회로 첫 출근하는 국민의 힘 이준석 대표. MZ세대 바람이 거세다.(제공=연합뉴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