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증권신고서 내용만으로 회사 비즈니스 이해 어렵다” 정정요청

“투자자 보호 위한 정정요구”…”주관사 회신에 따라 일정 달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지난 2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던 카카오페이에 금융감독원이 신고서 수정, 보완을 요구해 향후 일정이 불투명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에 앞서 상장에 나서는 카카오뱅크와 사업영역에 있어 겹치는 부분이 많고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이 많아 공모가 하향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과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금감원은 상장절차를 진행 중인 카카오페이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정정신고서 제출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 증권신고서를 검토하는 금감원 공시심사3팀 관계자는 “카카오페이가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검토한 결과 제출한 자료 만으로는 투자자 입장에서 회사의 상황을 명확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통상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는 신고서상 중요한 부분에 대한 설명이 불비하거나 표시된 내용이 불명확해 투자자에게 중대한 착오를 일으킬 수 있을 경우 요청된다.

당초 카카오페이는 증권신고서가 반려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오는 29~30일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8월 4~5일 일반투자자 청약을 예고했었다. 하지만 이번 정정 요청으로 증권신고서 효력발생이 정지돼 청약일정이 불가피하게 뒤로 밀리게 됐다.

한편 카카오페이에 앞서 간발의 차이로 카카오뱅크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진행 중이다. 현재 금감원 공시심사1팀에서 담당하는 증권신고서 심사가 끝나가는 상황이고, 카카오페이에만 정정신고 요청이 이뤄진 만큼 카카오뱅크는 이변이 없는 한 예정대로 오는 8월 5일 상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두 기업의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은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지난 달 28일 한국거래소가 밝힌 카카오뱅크의 IPO 공모가 희망 밴드는 3만3000~3만9000 원이다. 상장 예정 주식 수가 4억7510만237주임을 감안할 때 밴드 상단에서 공모가 결정 시 시총은 18조 5000억원을 넘어선다. 이는 현재 1,2위를 다투는 금융지주인 KB금융지주와 신한지주의 시총을 넘어서는 규모다.

지난 7일 국제금융센터가 진행한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S&P초청 세미나에서 이 회사 금융담당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가치를 묻는 질문에 “4대은행들은 대출, 예수금 규모 등에서 시장점유율(MS) 10% 이상을 확보하고 있지만 카뱅은 각각 1% 수준에 머물러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며, “주택담보대출, 기업대출 등 이익 포트폴리오 분산을 통한 안정적 수익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카카오페이가 제시한 공모가는 6만3000~9만6000 원이다. 최대 1조 6320억 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으로 공모가 상단 기준 기업가치는 12조 5152억 원이다.

카카오페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적게는 10조 원에서 많게는 18조 원까지 내다보지만, 이 회사는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만약 기관 수요예측에서 밴드 상단이 공모가로 결정된다면 최대 기업가치가 12조 5152억 원에 달한다.

카카오페이에 대한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 소식을 접한 한 IB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지속 제기돼 온 공모가 논란에 대한 감독원의 우회적인 창구지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원 입장에서 공식적으로 공모가를 낮추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다만 투자자보호를 명목으로 증권신고서가 회사의 가치를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은 역으로 제시된 가치를 증명하는데 미흡함이 있어 보이니 투자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가치를 제시하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가 카카오뱅크와 연이어 상장을 시도한 것도 무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우리 시장의 거래규모가 커졌다고는 하나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롯데렌탈 등 대어들이 연달아 시장에 들어오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에서 업무 영역이 상당히 겹쳐 보이는 두 계열사가 같은 달 시장에 들어온다는 것은 업계 입장에서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가 기업 가치산정을 위해 예로 든 벤치마크 대상 기업이 겹치는 부분도 문제로 제기된다.

카카오페이는 페이팔, 스퀘어, 페그세구로 등 해외 핀테크 기업들을 비교 대상으로 제시했는데, 이중 페그세구로라는 브라질 핀테크 기업의 경우 사업의 확장 과정에서 기업 인수 등을 통해 뱅킹, 신용카드 사업 등의 사업을 영위해 결국엔 은행업과 다를 게 없다는 업계 반응이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비즈니스 영역 중복에 대한 지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모기업 카카오가 시총 3,4위를 오가는 높은 벨류(기업가치)를 인정받는게 자회사들의 상장 기대감 때문이라 더블 카운팅(중복가치반영) 이슈가 불거지는 상황”이라며, “모기업의 가치가 내려오든 상장 자회사의 가치가 내려가든 둘 중 하나는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이러한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금감원이 움직인 것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 증권신고서를 검토하는 금감원 공시심사 3팀 관계자는 “각각의 회사에 대해 분리해 개별 심사할 뿐 두개 기업에 대한 동시 고려를 통해 의사결정하지 않는다”며, “모회사가 같은 두 기업이라 시장에서 이런 저런 해석이 나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상황은 이와 다를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해당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의 2대 주주가 중국계 기업인 것과도 관련이 있냐”는 질문에 “답변할 수 없는 사항”이라며 대답을 피했다.

카카오페이의 2대주주는 중국 마윈이 실질적인 소유자인 앤트파이낸셜이다. 카카오페이는 마이데이터사업 진출을 위해 연초 신규사업자로 참여하고자 했으나 금융위로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대주주로 앤트그룹이 적합한지 중국 정부의 확인을 받는데 실패해 좌절을 맛본 경험이 있다.

감독원 관계자는 “카카오페이가 8월 중 상장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주관사의 답변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현재로선 감독당국에서 향후 상장 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만약 공모가에 관한 수정이 필요하다면 이는 투자자 전부와 다시 조율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 남아있어 자칫 상장 일정이 상당 기간 미뤄질 수 있다”며, “만약 상장이 미뤄지면 1분기가 아닌 2분기 실적을 포함한 반기 실적으로 심사를 받아야 해서 단순한 페이퍼작업의 의미를 넘어선다”고 귀띔했다.

금감원은 카카오페이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사진은 금감원 표지석(제공=연합뉴스)
금감원은 카카오페이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사진은 금감원 표지석(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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