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1위 삼성자산…2위 미래에셋 해외ETF 약진 격차 좁혀

후발 운용사 지역,섹터 차별화로 뒷심 발휘

증시가 인플레이션, 테이퍼링, 금리인상 등 다양한 이슈 속에 혼조세를 보이자 개별 종목 투자에 대한 부담에 ETF로 발길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특히 해외 ETF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삼성자산, 미래에셋 양강 구도 속에 KB와 한투운용이 2위그룹을 형성하고 신한자산운용 등이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현재 ETF시장의 1인자는 삼성자산운용으로 그 뒤를 미래에셋이 바짝 뒤쫓고 있다. 각각 3,4위인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과는 격차가 크다. 전체 16개 ETF 운용사 중 이 네 운용사만 전체 점유율이 5%를 넘어선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9월 8일 설정액 기준으로 전체 ETF 개수는 502개, 설정액은 64조 7128억 원이다. 코로나19 초기인 작년 3월 19일 코스피 저점 당시 전체 ETF 현황은 15개 회사가 451개의 ETF를 상장시켰고 설정액은 38조7237억 원에 그쳤다. 약 1년 반 만에 설정액 기준 40% 성장을 기록했다.

작년 3월 19일 당시 1위였던 삼성자산운용의 설정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무려 53%에 달했다.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점유율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24%였다. 하지만 1년 반이 지난 9월 8일 현재 삼성자산운용은 124개의 ETF, 설정액 28조9615억 원으로 44.75%의 시장점유율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31개 ETF, 설정액 20조9344억 원으로 32.35%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 뒤를 이어 KB자산운용이 84개 ETF, 5조 6512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이 51개 ETF 3조 3656억원으로 각각 8.73%, 5.2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삼성자산운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던 시장점유율을 반년 사이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힘은 다름아닌 해외ETF의 선전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6년 TIGER라는 이름을 내세워 3개의 ETF를 상장시키며 시장에 진출했다. 이미 2002년 10월 KODEX200을 상장시키며 초기 시장을 선점한 삼성자산보다 한참 늦은 시작이었다. 삼성자산운용은 단순 지수 뿐 아니라 해외형, 채권형, 섹터형, 파생형 등 모든 부문에서 우리나라 ETF의 최초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런 삼성자산운용을 뒤쫓기 위해 미래에셋은 투자자들의 거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수료의 파격적인 할인 등 마케팅 공세를 이어갔지만 그 간극을 쉽게 줄이지 못했다. 하지만 동학개미라는 말에 이어 서학개미라는 단어가 유행하며 해외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최근 1년 반 사이 급증하며 상황이 바뀌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 ETF규모는 이미 국내부문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박현주 회장이 GISO(글로벌 투자전략 책임자)로 활동하며 해외 시장에 눈을 돌려 직접 한국에서 맡기 어려운 시장의 ETF운용사들을 M&A로 사들인 것에서 기인한다.

미래에셋은 2011년에 국내 운용사 최초로 홍콩 거래소에 ETF를 상장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캐나다 호라이즌 ETFs를 인수했다. 2018년에는 전 세계 ETF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는 ETF 운용사 Global X를 인수했다. 당시 ETF 운용사가 크게 각광받지 못했던 시점에 액티브펀드의 퇴조로 ETF운용사의 부상을 내다본 투자 판단이 적중한 사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연초 지수 고점인 상황에서도 박현주 회장이 직접 자사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ETF의 필요성, 특히 해외와 유망 섹터에 대한 관심 확대를 강조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미래에셋은 지난 5월 액티브 ETF 2종 ‘TIGER 퓨처모빌리티 액티브 ETF’와 ‘TIGER 글로벌BBIG 액티브 ETF’를 선보이는가 하면, 최근 글로벌 테마형 ETF 2종 ‘TIGER 글로벌 자율주행&전기차 SOLACTIVE ETF’와 ‘TIGER 글로벌 리튬&2차전지 SOLACTIVE ETF’도 상장하며 자금 몰이 중이다.

삼성자산운용도 ‘미국FANG플러스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과 ‘MSCI World 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 등이 각각 5000억원대와 3000억원대의 순자산을 기록하며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 ETF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KB자산운용도 해외ETF시장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글로벌 최저수준 보수로 미국과 유럽에 투자 가능한 해외ETF라인업을 구축한 상태다. 대표 시장지수형 ETF는 최저 보수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차별화된 테마형 ETF로 시장을 이끈다는 투트랙 전략을 기본으로 한다.

KB자산운용의 ‘KBSTAR미국나스닥100ETF’는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나스닥100지수는 다우지수, S&P500지수와 함께 미국 대표지수다. 시가총액이 크고 거래량이 많은 100개 비금융 업종대표기업으로 이뤄져 있다.

‘KBSTAR미국S&P500ETF’는 다우지수와 함께 미국 우량주를 대표하는 S&P500지수를 추종하고, ‘KBSTAREurostoxx50ETF’는 유로존의 핵심우량주 50종목으로 구성된 유로스탁스 50지수를 추종한다.

현재 미국S&P500과 동일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은 총 17개로 연보수는 0.042%부터 0.772%까지, 유로스탁스50 역시 동일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은 총 21개로 0.062%부터 0.872%까지로 보수 차이가 크다.

9월 9일 기준 ‘KBSTAR미국나스닥100ETF’의 연초 이후 31.1%, KBSTAR 미국S&P500 ETF는 15.30%, KBSTAR Eurostoxx50 ETF는 7.94%의 수익률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 싱가포르ETF 등 특정 지역과 글로벌 섹터ETF 등을 선보이며 해외ETF시장에 본격 뛰어든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워런버핏의 투자 철학을 기초지수로 구성한 ETF를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다른 기업과의 진입장벽(경제적 해자)을 쌓은 글로벌 기업들에 투자하는 ETF인 ‘KINDEX미국 widemoat가치주ETF’는 현재 순자산 1031억원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연초 이후 수익률 32.19%, 지난 2018년 10월 25일 상장 이후 77.89%의 수익률를 시현하고 있다. 단순한 시장 지수 추종 ETF대비 뛰어난 수익률을 보인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순자산 2125억원의 KINDEX 베트남VN30 ETF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47.82%에 달한다. 베트남 호치민거래소 상장종목 중 대표성 있는 종목 30개로 구성된 VN30을 추종한다.

아직 순자산은 크지 않지만 아시아 대표 리츠 주도국인 싱가포르의 리츠에 투자하는 KINDEX 싱가포르리츠 ETF도 연초 이후 11.21%의 수익률로 안정성과 수익성 모두를 잡는데 성공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밸류에이션이 높은 종목들은 미국이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경우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3개월 단위의 리밸런싱을 통해 고평가 종목들은 편출하고 주가경쟁력을 가진 종목들은 편입하는 KINDEX 미국 WideMoat 가치주 ETF는 시장 변동성에 대한 방어력이 높아 하반기 시장상황에 적합하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내와 해외, 시장 대표지수형과 테마형, 주식 채권 대체자산 등 다양한 자산군에 걸쳐 폭넓은 투자상품을 발굴해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BNP파리바와의 지분 관계를 끝내고 신한금융그룹 투자상품 제공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신한자산운용 역시 차별화된 해외ETF상품으로 투자자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의 해외 ETF상품으로는 ‘SOL MSCI 선진국 ETF’, ‘SOL 중국본토 중소형 CSI500 ETF’가 있다. SOL 중국본토 중소형 CSI500 ETF는 올들어 21.79% 상승하며 중국관련 ETF 중 세번째로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올초 신한금융지주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ETF 시장의 재도약을 준비한 신한자산운용은 ETF운용센터를 신설하며 산하에 3개팀을 구성, 조직 확대 및 신규 인력을 영입했다. 재도약에 맞게 최근 ETF브랜드도 ‘SOL’로 변경했다.

조직정비 및 브랜드 변경 후 선보인 첫 상품은 SOL 미국S&P500 ESG ETF로, 오는 14일 상장예정이다. 미국시장을 대표하는 S&P 500지수에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가 보강된 지수로 신한금융그룹과 신한자산운용이 주력해온 ESG 투자전략을 가미한 상품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워런버핏의 투자철학을 담은 지수를 추종하는 미국ETF를 통해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제공=한국투자신탁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워런버핏의 투자철학을 담은 지수를 추종하는 미국ETF를 통해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제공=한국투자신탁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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