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인플레…'매파' 장기 유감없이 발휘

복병 오미크론 등장…"위드코로나 후퇴 예상" 속 커지는 고민

지난 달 29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한은 금리인상에 대해 설명하는 고승범 금융위원장(제공=연합뉴스)
지난 달 29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한은 금리인상에 대해 설명하는 고승범 금융위원장(제공=연합뉴스)

지난 8월 31일 임기를 시작한 고승범 위원장이 다음 주면 취임 100일을 맞는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상황 속에 자산시장 폭등에 따른 가계부채 심화, 인플레이션 위기, 여기에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쉽지 않은 여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12월 8일이 취임 100일인 고승범 위원장에 대해 그간의 행보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그럴 줄 알았다”라는 공통된 평가가 나온다.

100일간의 행적을 묻는 질문에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자리가 자리인만큼 개인의 개성이 묻어나올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원래도 원칙론자이고, 성향상 매파에 가까운 분인지라 그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고 위원장은 경복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행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재무부에서 경제정책을 담당했고, 아시아개발은행을 거친 뒤 금융위와 금감원이 통합돼있던 시절에 주요 요직을 두루 섭렵했다. 금융위원장이 되기 전까지 5년여 넘게 한국은행 금통위원으로 일하며 확실한 ‘매파’인사임을 분명히했다.

올해 8월과 11월 각각 25bp씩 금리를 올리기 전인 7월 금통위에서도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내며 향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던 사람이 고 위원장이다.

앞선 금융지주 인사의 평가처럼 그런 성향임의 사람임을 알고 정부가 인선한 사람이기에 코로나19 위기시 확대된 재정과 자산 버블에 따른 부동산 가격을 금융정책으로 잡으려는 정부의 뜻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고 실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의도를 잘 실천한다는 평가를 차치하고라도 현 상황은 고 위원장의 판단을 틀렸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당장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만 보더라도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 3.7%로 9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9월까지 2% 중반대에서 10월(3.2%), 11월(3.7%)로 위원장 취임 이후 더 가파르게 오르는 분위기다.

국내 뿐 아니라 우리가 신경쓸 수 밖에 없는 미국의 움직임도 궤를 같이 한다.

의장직 연임 확정 전에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ransitory)일 것이라며 확장적 기조 일변도이던 파월 연준 의장은 자신의 연임이 확정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강경 매파론자로 돌아선 느낌이다.

파월이 의회 청문회에 나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자 불과 얼마전까지 내년 말이나 시작될 거라던 금리 인상은 내년 초가 되더라도 전혀 이상치 않은 상황으로 바꼈다.

KB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그 이유를 과소비 수요(demand pull), 일하지 않는 세대(wage-price spiral, 낮은 노동 참여), 그린플레이션이 결합된 구조적 문제에서 찾고 있다. 자산가치 상승과 외부활동 제한에 따른 이른바 보복 소비 수요,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일하지 않는 젊은이들, 저탄소친환경 정책에 따라 화석연료나 원자재 공급은 줄고 수요가 늘며 인플레가 발생하는 상황 등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한 금융회사 부동산 연구위원은 “정부가 임기 내 목표로 설정한 부동산 가격 안정화가 대출총량기조 속에 실효를 거두는 것 같은 최근 모습은 이미 방향성을 돌리거나 딴지를 걸기엔 너무 늦어버렸다”고 말했다.

다만 복병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이미 병상을 가득 채운 위중증 환자들이다. 국내에도 오미크론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다수의 접촉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3일 사회적거리두기 지침을 포함한 향후 방향성을 제시할 예정인 가운데, 11월부터 돌입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정책 후퇴가 점쳐지는 상황이다.

다만 한국은행이 11월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이주열 총재가 내년 1월 추가 인상을 시사한 터라 연말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향후 정부의 정책적 노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취임 100일을 맞는 매파 금융위원장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상황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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