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금융권의 모습은
자산가치 동반 하락…금리상승 파고 넘어야

국내 4대 금융지주 CI
국내 4대 금융지주 CI

위기였던 코로나19를 지나며 금융권은 자산가치의 상승 덕에 뜻하지 않은 수혜를 누렸습니다. 이제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막을 내리고 거품이 걷히자, 금융회사들은 위기관리능력 차별화에 따른 진정한 승자를 가릴 출반선에 섰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각 업권 별 상황을 짚어보고 위기 돌파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추적해 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 1분기까지 호실적 보였던 금융지주들

지난 4월 22일 4대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실적 발표에 나섰다. 통상 실적 발표에 눈치작전을 하며 경쟁사의 실적에 민감해하던 과거와 다른 모습이었다. 

작년 4분기, 가계자산의 7할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 행진을 멈추고 이른바 저금리 속 빚투(빚을 내 투자)가 정점에 이르자 1분기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자못 긴장감이 커진 상황이었다.

결론은 역대급 이익 시현이었다.

1분기 KB금융은 1조453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4% 성장하며 분기 최대 이익을 거뒀다. 신한금융지주도 동 기간 1조4004억 원의 순이익으로 1년 사이 17.5% 성장하는 괴력을 보였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각각 9022억 원(+8.0%, YoY), 8842억 원(+32.5%, YoY)의 당기순이익으로 기분 좋은 한 해 시작을 알렸다.

◆ 코로나19 터널은 이제부터?

하지만 1분기 성적만을 가지고 안심하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금리 상승으로 대출 고객의 축소, 상승 여력이 제한돼 보이는 부동산 가격,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침체, 그로 인한 기업과 가계의 부실 확대 가능성 등 어느 것 하나 금융회사에 긍정적인 요소를 찾기 어렵다.

지난 2년간 비은행 선두로 나섰던 증권업은 그간의 실적이 ‘반짝 인기’였는지 테스트 받고 있다.

거래대금은 급락해 지난 달 일평균 10조 원 이하를 하회하는가 하면, IPO에 나서려던 기업들이 철회를 이어가며 증권사들의 IB실적에도 먹구름이 꼈다.

주가가 바닥에서 횡보하자 기 발행한 ELS 등 파생결합증권 상환이 미뤄지며 운용 손익도 악화되고 있다. 보유하고 있던 채권은 금리 상승에 따라 손실이 확대되고 있고,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동학개미운동’에 이어 새로운 캐시카우가 될 걸로 믿었던 미국주식거래도 투자대비 수익력에 의문이 생기고 있다.

루나-테라로 상징되는 가상자산시장의 불안한 움직임은 증권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이른바 코인 투자자와 주식 투자자의 교집합은 넓다. 레버리지 투자에 익숙한 2030 중심의 코인 투자자에게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높은 주식 정도로 여겨졌을 지 모른다. 특히 전세계 시장이 하나로 연결된 가상자산의 신뢰성 문제가 불거지고 이 불씨가 주식시장을 이끌어온 성장주 등에 옮겨붙으면 시장은 상승 탄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득실은?

1분기 비은행 선두주자 증권사들이 주춤하는 동안 금융지주에 힘을 실어준 것은 카드사였다. 1분기까지는 재점화되는 코로나19 위기감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며 온라인 중심의 ‘보복소비’가 카드사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금리가 오르자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금융이력이 없어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했던 대출자들은 더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받아 절반의 이자만 감당해도 되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 향하고 있고, 채권 발행이 녹록지 않자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카드사들은 비용 부담만 커지는 상황이다.

외국 여행이 가능해졌다고는 하나 치솟는 물가에 비행기표 값을 확인한 예비 여행객들은 가까운 곳으로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1분기까지 이동 제한으로 자동차 운행이 줄어 손해율이 개선됐던 손해보험사들은 4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하는 자동차 사고율 증가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

규모가 훨씬 큰 생명보험회사들은 손해보험사보다 적은 수익을 1분기에 신고했다.

작년 1분기 2조5546억 원을 벌며 1조3174억 원을 번 손보사를 압도했던 생보사들은 올 1분기엔 1조3991억의 수익에 그치며 1조6519억 원을 벌어들인 손보사들에 체면을 구겼다. 금리 상승에 따른 보유자산 가치 하락이 컸다. 그 결과 지급여력(RBC)비율이 감독원의 권고치인 150%에 미달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방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호시절에는 분위기에 휩쓸려 강자와 약자가 구분되지 않았지만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승부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또 다름 금융지주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잔액기준으로 예대마진이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DSR을 손댈 수 없는 분위기 속 기준금리 인상은 이어질 것이고 LTV 제한만 풀린다 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가계, 기업, 정부의 숨막히는 두뇌게임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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