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빅테크와의 일전(一戰)
“플랫폼을 선도하라”

위기였던 코로나19를 지나며 금융권은 자산가치의 상승 덕에 뜻하지 않은 수혜를 누렸습니다. 이제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막을 내리고 거품이 걷히자, 금융회사들은 위기관리능력 차별화에 따른 진정한 승자를 가릴 출반선에 섰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각 업권별 상황을 짚어보고 위기 돌파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추적해 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빅테크와 플랫폼 경쟁을 진두 지휘하는 국민은행 이재근 행장(제공=KB국민은행)
빅테크와 플랫폼 경쟁을 진두 지휘하는 국민은행 이재근 행장(제공=KB국민은행)

◆5대은행, 빅테크와의 전쟁 선언하며 시작한 2022

코로나19 위기가 정점을 지나던 올 초, 주요 금융그룹의 신년사에는 새롭게 떠오르는 빅테크 금융의 도전에 ‘응전’해야 한다는 서슬퍼런 각오들이 넘쳐났다.

임기 말 마지막 신년사에서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은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기고 떠났다.

전년 IPO에 성공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이 1위, KB금융과 2위 신한금융을 합친 것보다 크게 되는 상황을 목도하며 은행들은 너도나도 디지털전환, 플랫폼화, 마이데이터 매진을 목표로 내세웠다.

올해 사령탑에 오른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마이데이터 시대에 대비해 작년 10월 개편한 KB스타뱅킹의 MAU(월간 활성 이용자수)를 빅테크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KB금융은 계열사 중 가장 이용자수가 많은 KB국민은행 앱에 6개 관계사들의 기능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마이데이터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연말 기준 기존 은행 중 1위인 KB국민은행의 MAU는 1030만 명 수준이었다. 지점이 없는 대신 앱이 고객과 만나는 채널의 전부인 토스(1397만 명)와 카카오뱅크(1317만 명) 등에 3~400만 명 보여온 열위를 극복하겠다는 결의다.

여기에 오프라인 기반에서 쌓아올린 경험과 콜센터 경쟁력까지 더해 이른바 ‘옴니채널’ 완성을 이루겠다는게 국민은행의 목표다.

이를 위해 전국 거점지역 70여곳에 9to6뱅크를 운영하며 영업시간을 확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축소된 대면 영업을 오히려 강화하는 역발상 전략을 펼쳐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1월 배달앱 '땡겨요' 오픈 세리머니 중인 라이더들(제공=신한은행)
지난 1월 배달앱 '땡겨요' 오픈 세리머니 중인 라이더들(제공=신한은행)

◆ 안하던 사업 펼치는 은행들

신한은행은 1월 중순 배달앱 ‘땡겨요’를 공식 런칭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얼핏 은행이 골목상권까지 점령하겠다는 걸로 오해할 법도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바람을 일으킴과 동시에 기존의 배달앱들이 가진 여러 문제점을 개선해 가맹점과 라이더(생각대로), 이용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ESG 컨셉을 녹여넣었다.

가맹점에겐 2%의 낮은 중개수수료와 빠른 정산 서비스를 통해 ‘돈맥경화’를 막고 고객에겐 ‘리뷰 오더’를 통해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의 데이터를 활용해 라이더 전용 대출을 출시하는가 하면, 지역 자치구와 탱겨요 앱 전용 상품권을 통해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 가능한 상품권을 발행했다.

‘배달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슬로건을 걸고 나온 신한은행 ‘땡겨요’는 초기엔 이용자 유입을 위해 각종 쿠폰 제공 등으로 유인책을 쓰다 시간이 지날수록 은행서비스와 연계한 시너지에 집중하며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관계사인 1등 카드사업자 신한카드와 ‘땡겨요 전용카드’를 출시해 땡겨요 앱에서 결제시 10% 포인트가 적립되도록 했다.

자산관리에 디지털을 더한 하나은행의 펀드리포트 '투자나침반'(제공=하나은행)
자산관리에 디지털을 더한 하나은행의 펀드리포트 '투자나침반'(제공=하나은행)

◆ 자산관리에 디지털을 더하다

자산관리 컨설팅에 경쟁력을 가진 하나은행은 최근 자사 모바일 앱 ‘하나원큐’에서 고객의 펀드 투자 자산을 입체적으로 진단, 보유 펀드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확인할 수 있는 ‘펀드나침반’ 서비스를 출시했다.

월간 단위로 고객의 보유 펀드 현황, 수익률, 보유 펀드별 전망에 포트폴리오 비중 조절 의견까지 더한 리포트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여기에 보유 펀드 교체를 위한 ‘내 펀드 갈아타기’, 유형별 ‘펀드 비교함’ 등 디지털을 자산관리에 접목한 14개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펀드 보유 고객에게 매월 2회 시황을 제공하는 ‘시황 한 스푼’ 서비스를 런칭하는가 하면 작년 6월에는 ‘펀드신호등’ 서비스를 통해 보유 펀드의 전망을 짚어주는 시도를 했다.

MZ세대 대표 기수 '아이유'를 모델로 기용한 우리은행(제공=우리은행)
MZ세대 대표 기수 '아이유'를 모델로 기용한 우리은행(제공=우리은행)

◆ MZ세대를 잡아라

우리은행은 지난 3일 그룹 광고모델인 ‘아이유’를 자사 광고모델로 영입, 캠페인을 시작했다.

사내 설문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진 아이유를 모델로 기용해 우리은행은 “나(I)+너(YOU)=우리(We)” 라는 의미화 작업을 시도했다. 아이유와 우리은행의 정체성(Identity) 동질화를 통해 젊고 참신하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통해 멀티 역할을 해내는 MZ세대 대표기수의 이미지를 원용하는 마케팅이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금융업계에서도 비교적 보수적인 성향의 회사로 알려져 왔으나 3년전 블랙핑크 기용부터 시작해 젊은 이미지로 탈파꿈하고 있다”며, “아이유는 소녀 감성의 가수로 시작해 이제는 드라마와 영화까지 성공적으로 진출해 벽을 깨며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당찬 이미지를 구축해 우리금융이 민영화를 통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려는 시기에 적합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디지털 전환(DT)을 위해 행장이 젊은 사원들을 행장실로 불러 격의없는 대화를 시도하는가 하면, 과장 이하 직급 사원들로 구성된 블루팀(Blue Team)을 통해 MZ세대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 기획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있다.

또 대표 e스포츠인 리그오브레전드 코리아와 협업하며 주요 대회 후원사로 나서는가 하면, 아예 광저우올림픽 e스포츠 국가대표 후원사로 나서는 등 일회성 후원이 아닌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MZ세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더 확장해 포스텍에 아이비리그 스포츠 펍 컨셉의 'e스포츠 콜로세움' 구축을 후원해 학생들이 경기와 음식을 즐기며 자연스레 우리은행에 친근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네이버와 손잡고 연세대에 스마트캠퍼스 구축에 나선 것도 동일 선상의 노력이다.

마이데이터에 가상자산을 연결한 NH농협은행 서대문 본사 전경(제공=NH농협은행)
마이데이터에 가상자산을 연결한 NH농협은행 서대문 본사 전경(제공=NH농협은행)

◆ 가상자산 시장을 선점하라

5대은행 중 가상자산(코인) 분야에 가장 경쟁력을 가진 NH농협은행은 지난 달 말 ‘빗썸코리아’와 가상자산정보 조회를 위한 업무 제휴를 맺었다.

올해 1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장한 마이데이터가 아직까지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가운데, 농협이 마이데이서 서비스에서 가상자산 보유현황을 체크할 수 있게 한 것은 신선한 시도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도입의 본 취지가 여기저기 산재된 자산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며 맞춤형 자산관리컨설팅을 제공한다는 컨셉임을 상기할 때 주요 자산 중 하나로 떠오른 가상자산을 마이데이터에 넣는다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타 은행 대비 실명계좌 서비스를 통해 가상자산 비즈니스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온 농협이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2라운드 준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은행들의 변화를 촉발한 메기로 꼽히는 카카오뱅크는 지난 4월 말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 예비인가를 획득하며 인터넷전문은행 최초로 마이데이터 진출 첫발을 뗐다. 그간 디지털에 기반한 상품과 서비스 혁신을 주도해온 카뱅이 마이데이터를 어떻게 접목할 지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어려운 주식시장 분위기에서 올해 IPO 추진을 시도 중이다. 최대주주인 BC카드가 본업에서의 경쟁력을 잃어가는 가운데 KT를 대신해 최대주주가 된 만큼 자금 압박이 심해 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고, 케이뱅크도 추가 자금 확보를 통해 2단계 성장의 밑거름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미 데이터센터 등을 신규로 세팅하고 개발자 등 인력을 보강하는 등 자금 수혈을 통해 해결할 이슈는 산적해 있다.

토스뱅크는 중저신용 고객들을 빠르게 흡수하는 한편 지난 7일 대출 비교 서비스를 통한 월간 대출실행액이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서며 출시 이후 만 3년 동안 누적 11조1000억 원을 달성하는 등 플랫폼 은행으로서의 틈새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달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최초 비대면 ‘사장님 마이너스통장’을 출시해 개인사업자가 급전 필요시 최대 5000만 원까지 최저 연 4%(변동금리) 대의 합리적 이율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게 하는 등 갈수록 세분화된 상품과 서비스로 기존 은행과의 한판 승부를 펼치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은 기존 은행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어 주기에 충분했고,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고객 서비스가 나아지는 측면이 있어 긍정적”이라며, “코로나19 비대면 상황을 거치며 온라인의 힘을 체감한 은행들이 인뱅들과 경쟁하며 계열사와 마이데이터 서비스 구축, 플랫폼 강화가 속도를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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